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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고등어

2021/04/18

Mackerel Safranski: 비늘의 시간, 사랑의 살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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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이미지8>종이에연필30.5×23cm2019

저녁놀을 저어 새벽달을 만나러 가는 그녀가 있다. 굼실거리는 물결에 겁먹지 않는 단발머리 그녀. 하얀 손끝은 북극성이 되어 안내한다. ‘자, 이제 빛을 향해 가자.’ 힘 있는 연필 드로잉으로 ‘신체성’을 다뤄온 고등어가 개인전 <The hours, 3 lights>(2. 23~3. 20 에이라운지)를 열고 처음 시도한 유화 신작을 공개했다. 그간 고등어는 새하얀 도화지에 연필을 빽빽이 그어 무채색의 0과 100 사이를 탐구했다. 어둡고 축축한 숲에서 벌어지는 ‘잔혹 동화’ 같은 장면을 까만 선으로 눌러 그렸다. 그의 드로잉에는 음습한 공간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고, 주먹질하고, 총을 겨누는 인물이 등장한다. 고등어에게 이들은 연애하고, 혐오하고, 화해하고, 갈등하는 신체다. 이번 개인전의 키워드는 세 개의 색깔, 정확하게는 ‘세 가지 빛’이다. 따뜻한 노란 빛, 편안한 푸른 빛, 그리고 모든 걸 집어 삼키는 무시무시한 흰 빛. 작가는 석양을 받아 노랗다가, 달빛 아래 파랗게 물들고, 강렬한 서치라이트에 색이 날아간 하얀 인간을 상상했다. 화면의 흰색은 물감 표면을 사포로 긁어내 만들었다. 따갑게 쪼이는 빛에 녹는 뱀파이어처럼,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가 되지 못한 존재가 본연의 모습으로 활보하는 밤의 시간을 담았다. “드로잉은 분노에 찬 감정에서 시작했다면, 유화에서는 온전히 나일수 있었던 평화로운 밤의 모험을 떠올렸다. 이제 숲속엔 동료가 있을지도.” 작가는 올해 9월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영상작업으로 참여할 예정. 한국 사회에서 희다 못해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탈북 여성’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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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emoon7>캔버스에아크릴릭혼합재료15.8×22.7cm2020

고등어 / 1984년 출생. 숙명여대 독어독문과 수료. 식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미술치료의 일환으로 연필 드로잉 시작.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2017), 코너아트스페이스(2015), 갤러리SUKKARA(2014), 소굴갤러리(2008) 등에서 개인전 개최.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아트스페이스풀 2019), <여성의 일>(서울대학교미술관 2018), <얼굴로부터>(2/W 2018), <젊은 모색>(국립현대미술관 2008) 등의 단체전 참여.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참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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