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엄유정
Eom Yujeong: 사물, 보고 또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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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유정 개인전 <Feuilles> 전경 2021 소쇼
씨앗을 뿌리거나 묘목을 심는다. 햇빛 아래서 물과 거름을 머금으면 줄기와 가지를 뻗고, 잎사귀와 꽃을 피운 다음 열매를 맺는다. 엄유정은 개인전 <Feuilles>(2. 16~3. 21 소쇼)를 위해 식물의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따위를 그렸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쏘다니며 다양한 식물을 발견하고 관찰했다. 이를 담아온 사진을 또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리고자 하는 형태와 색을 추출했다. 길게 뻗은 줄기와 가지는 화면에 명료한 선이 되고, 푸르른 잎사귀와 붉고 노란 꽃망울은 던지듯 그린 색이 된다. “각 식물이 가진 선과 색의 리듬을 따라가며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다. 부서지고 흔들리는 생명의 형태, 기이하고 뒤틀린 움직임…. 나는 이런 발견에서 용기를 얻는다.” 엄유정의 관찰 대상은 식물만이 아니다. <Baked Shapes> 시리즈는 3년간 빵이라는 대상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폭신하거나 바삭한 빵의 질감은 귀여운 추상으로 남았다. 이는 곧 작품의 ‘완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선과 색의 교차, 붓질의 속도, 물감의 두께, 묘사의 정도, 배경의 깊이에 따라 완성도는 천차만별이다. 그리다가 멈춰도 되고, 더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그려내도 된다. 이번 전시는 제각각의 완성을 한눈에 펼쳐보는 자리였다. 105개의 식물 그림은 어떤 풍경을 만들어냈을런지, 이 풍경은 또 하나의 완성이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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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n Gould> 종이에 유채 각 42×56cm 2014
엄유정 / 1985년 출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9), 갤러리팩토리(2016), 공간사일삼(2014), 아이슬란드 리스투스(2013)에서 개인전 개최. <NINE BLINKS>(공간쉬프트 2021), <사랑의 기술>(토탈미술관 2020), <초대거부 파트2>(단원미술관 2020) 등의 단체전 참여. 경기창작센터(202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9), 리스투스(2013)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