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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남진우

2021/05/26

Nam Jinu: 연옥의 팡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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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Protector>천에유채,콜라주126×100cm2020

신은 순결한 영혼의 천국과 영원한 저주의 지옥 사이 연옥을 두었다. 태울 ‘연’이 쓰이는 연옥(煉獄)은, 생전의 죄를 정화하는 불로 말끔히 씻어내는 곳이다.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우러러 일곱 층의 연옥산을 오르면 태초의 낙원 에덴동산에 도착한다. 남진우는 축복과 환희의 땅까지 한 뼘 남은 연옥의 가장자리에서 용맹한 기사의 처단을 받는 ‘대왕오징어’를 그린다. 영웅과 대왕오징어의 전쟁이 벌어지는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드로잉, 회화, 설치, 사운드 등으로 구현해온 작가. 이번 개인전 <에덴으로의 길>(4. 7~5. 7 아웃사이트)에서는 사랑의 이름으로 기꺼이 이교도를 학살해온 ‘선’의 잔혹사를 연극적으로 펼쳤다. 전시장에는 아름다운 구원을 입기엔 외모 미달이기에, 에덴동산에 출입 금지당한 대왕오징어의 사체가 너부러져 있다. 가장 아름다운 미소년의 얼굴을 한 영웅은 괴물 오징어를 저지해낸 자축의 나팔을 불며 멀리 사라진다. 작가에게 대왕오징어는 일그러진 동심의 원형. 남들과 달리 괴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고독을 단짝 삼아야 했던 유년 시절의 표상이다. 한편 영웅은 좋은 의도로 불순분자를 솎아내는 도덕과 질서의 폭력적인 배면이라고. 남진우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을 혼합해 화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전투 씬을 묘사한다. “나는 정의와 불의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만 하는 이분법적 세상의 이면을 들춰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 더럽혀진 존재를 구원하고 치유하여 더없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 서사시가 끝마치기를.” 연옥의 다른 말은 희망. 천국행 비자를 찍고 에덴동산에 무사히 입국하려는 희망이 아니라, 수백 번 싸우고 수천 번 부활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연옥의 현실을 살아내려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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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개인전<ThewaytoEden>전경2021아웃사이트

남진우 / 1985년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벗이미술관(2020), 갤러리도올(2018), 독일 콧버스(2014) 등에서 개인전 개최. <젊은 모색 2021>(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1), <기억장치>(대안공간루프 2019), <POP/corn>(대구미술관 2019) 등의 단체전 참여.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