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김지영
Keem Jiyoung: 6년째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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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간> 캔버스에 유채 112.1×112.1cm 2020
김지영은 6년째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작업을 이어 나간다. 삶 배후에 자리한 ‘폭력의 재현’을 책무로 삼았던 작가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더 절박해졌다. 그럼에도 고민은 남았다. 재난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하리라는 불안, 그리고 과녁을 빗나간 표현으로 사태에 누가될지 모른다는 심려. 하지만 작가는 두 정서를 벗어내진 않았다. 외려 곤경을 곱씹고 음미하면서 진실에 가닿고자 했다. “ 아무리 적확해도 결국 미끄러진다. 다만 미끄러짐은 어느샌가 접촉했다는 의미 아닐까. 진실에 잠시나마 닿기 위해 최선으로 적확하고 싶다.” 그의 대표 단색 평면 연작은 ‘적확함’을 위해 불분명한 색을 모조리 걷어낸 결과다. <파도>는 텅 비었지만 무엇도 기입 불가능한 검은 화면으로 폭력 앞 무력을 암시하며, <파랑 연작>은 청색으로 차가운 현실과 가장 높은 온도의 염화를 동시에 표현한다. <붉은 시간>의 적색 스펙트럼은 재난 이후에도 이어지는 다양한 삶을 담아낸다. 김지영에게 세월호 참사는 특정한 사건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가 아니다. 광범위한 구조적 폭력을 의미하는 보통 명사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명시하면서도 서해훼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 대연각호텔 화재 등을 함께 재현했다. 그에게는 어떤 재난도 세월호이므로 작업의 주제는 세월호에 한사코 머문다. 오래도록 그럴 테다. “당장 비극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에 성급하게 섣불리 이야기하진 않을 거다.” 언젠가 우리에게 이 비극을 극복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김지영은 가장 마지막까지 슬픔을 극복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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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의 김지영 섹션 전경
김지영 / 1987년 출생. 국민대 회화과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체조형전공 전문사 졸업. 웨스(2020), 산수문화(2018), 오뉴얼이주헌(2015)에서 개인전 개최. <진주 잠수부>(경기도미술관 2021), <링, 동그라미를 가리키고 사각을 뜻하는>(인사미술공간 2019), <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통의동보안여관 2019), <학 다리 구멍>(킵인터치 2017) 등 단체전 참여. 『닫힌 창 너머의 바람』(2018)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