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이동훈
Rhee Donghoon: 조각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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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박새와 풀> 나무에 아크릴릭 92×52×52cm 2019
회화를 전공한 이동훈이 첫 화분 조각을 제작한 해는 2018년이다. 그는 2017년 학부를 졸업하고 화가로서 정진해 나갈 그림의 양식을 고민하기 위해 시대, 사조와 상관없이 인터넷에서 꽃 그림 100여 점을 수집했다. 하지만 미술사의 단골 소재를 모작하며 회화 언어를 탐구하려 한 시도는 모네와 뒤러의 그림을 2점씩 그린 데에서 그쳤다. 그 무렵 조각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기 때문. 조소과 출신 작가라면 고전 재료인 나무보다 낯선 매체에 끌리겠지만, 뒤늦게 목공 기술을 수련한 그에게 나무는 ‘조각의 맛’을 알려주는 친구가 됐다. 그렇게 꽃 그림은 화분 조각으로서 양감을 얻고, 이동훈의 통나무는 상사화와 선인장, 흰 고양이와 플라밍고로 변신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조각은 현실을 뛰어넘는다. 많은 목제품이 나무를 정교하게 자르고 사포질하고 바니시 도장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면, 이동훈은 나무의 까다로운 성질과 한계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연약한 꽃잎은 발효된 빵처럼 부풀고, 얇은 줄기는 두꺼운 기둥으로 세워진다. 습기에 민감한 나무의 수축과 균열은 자연스러운 조형 요소가 되고, 갈아내지 않은 표면은 톱과 조각칼이 가한 힘의 흔적과 동세를 낱낱이 기억한다. 나무가 조각가의 의도와 충돌하는 지점, 그 나무에게 매번 지면서 허용 가능한 범위까지 요령 없이 나무를 깎고 또 깎는 태도가 이동훈 작업의 특징이다. 그는 최근 ‘K-Pop 아이돌’을 주제 삼아 또 한 차례 변화를 모색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칼군무를 추는 변형된 신체들. 작가는 역사적인 조각가들의 발레리나상을 떠올리며, 움직이는 대상을 포착하는 목조의 표현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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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a Wish> 나무에 아크릴릭 42×33×182cm 2021
이동훈 / 1991년 출생. 경희대 회화과 및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졸업. 드로잉룸(2019)에서 개인전 개최. <댄싱 캐스퍼>(사가 2021), <The Preview>(갤러리SP 2021), <솔로쇼>(의외의조합 2020), <Art Street>(현대카드스토리지 2020),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대림미술관 2020), <호텔사회>(문화역서울284 2020) 등의 단체전 참여. <사람 모양 재료>(라라앤 2021) 공동 기획 및 참여. 오는 7월 갤러리SP에서 두 번째 개인전 개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