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김서울
Kim Seoul: 회화, 소인수분해의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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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bert Family No.6> 헤비 텍스처 리넨 캔버스에 스탠다드 오일, 니켈 틴타니움 옐로우 172×172cm 2020
자연수를 나누고 쪼개 가장 낮은 소수의 곱으로 정렬하는 소인수분해. 김서울은 미술사를 자신이라는 필터로 걸러, 순도 높은 회화의 소수를 추출한다. 물감, 붓, 캔버스, 프레임 등이 그에겐 바로 분리 불가능한 회화의 마지막 몫. 작가는 미술의 구성 요소를 집요하게 분절해낸 기초 공식들을 작업으로 펼친다. 최근 개인전 <뷰티풀 마인드>(4. 29~5. 28 아트딜라이트갤러리)에선 사람의 손끝을 닮은 ‘붓의 상형’을 다뤘다. <필버트 패밀리>는 필버트(Filbert) 붓의 둥글거나 납작한, 뭉툭하거나 삐죽한 형태를 ‘모듈’ 삼아 추상회화로 조립한 결과다. “추측하건대 그림은 붓 형태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을 것이다. 만일 화면을 잘게 나눌 수 있다면, 회화는 이 필버트 모양이 조합된 자국으로 이뤄져 있지 않을까?” 이전의 대표 시리즈 <애프터 드 쿠닝>이 충동과 영감의 추상표현주의 신화를 물감사(史)라는 재료학으로 건조하게 말린 결정체라면, <필버트 패밀리>는 특정 인물, 사조에서 한 발 더 물러나 회화의 기본이자 모태인 도구 자체와 정면 승부를 벌인다. 그림의 본질을 향한 사투. 김서울이 그 지리멸렬한 시간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소수는 바로 ‘바르고 정직한 사명감’이었다고. 동시대의 이미지를 만드는 제조업자로서, 그림에 담은 뚝심과 끈기, 온기와 열망이 작업의 끝에서 마주한 응답이었다. 현재 작가는 구상회화로 무엇을 더 추동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거시적으론 단발의 불꽃만 튀기고 사라지는 자기 파괴적 ‘가미카제 작업’이 아니라 먼 길 떠나는 미술 순례에 차분히 정진할 계획. 어쩌면 김서울은 순수한 회화를 꿈꾸는 낭만주의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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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울 개인전 <뷰티풀 마인드> 전경 2021 아트딜라이트갤러리
김서울 / 1988년생. 국민대 미술학부 회화전공 졸업. 아트딜라이트갤러리(2019)에서 개인전 개최. <그라데이션: 붉은색에서 금빛으로>(무늬토연남쇼룸 2020), <Soul Seooul: Contemporary Art from Korea>(아트딜라이트갤러리 2020) 등의 단체전 참여. 올해 12월 디스위켄드룸에서 개인전 개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