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NewLook]박그림

2021/06/08

Park Grim: 花郞徒, 꽃 같은 사내 무리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d15aaaabd20fee535ee356bf968d80a81905ddde-500x363.jpg

<MSQ48708>비단에담채9.5×39cm2021

이마를 살짝 가리는 짧은 머리칼, 고혹적인 표정과 눈빛, 누구든 찰나에 유혹해버릴 것 같은 당당한 자태. 박그림은 첫 개인전 <화랑도>에서 SNS 속 자신의 매력을 한껏 어필하는 게이 남성을 그렸다. 탱화 기법으로 이 ‘꽃 같은 사내 무리’를 그려 이들의 아름다움을 제 것 삼으려 했다는 작가. 하지만 그 나르시시즘 또한 저마다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드러냄’이었음을 알아차린다. 박그림은 이를 계기로 <심호도> 연작을 그렸다. 불교의 ‘심우도(尋牛圖)’를 모티프 삼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한 짐승의 이야기다. 그 짐승은 ‘시스루’ 사라를 걸친 두 남성의 사랑과 증오가 잉태한 호랑이, 박그림의 페르소나다. 두 번째 개인전 <CHAM; The Masquerade>(4. 21~5. 29 유아트스페이스)의 주인공도 이 호랑이다. 이미 전시장 정중앙에서 <MSQ> 연작 속 게이들의 끈적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호구>). <MSQ>은 ‘=’ 모양으로 배치된 캔버스 두 폭이 한 작품이다. <화랑도> 게이의 눈과 각각의 취향, 성격이 묻어나는 오브제 문양을 그렸다. 두 화면이 하나를 이뤄 불교의 ‘불이(不二, 둘이 아닌 하나)’를 상징하면서, 여전히 헤테로 사회와 단절된 게이 커뮤니티의 상황을 역설한다. <벨아미>에서는 숱한 알몸이 뒤섞여 난교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득한 욕망만큼이나 잔혹한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번뇌가 서려 있다. 작품을 감상하려면 어두운 색의 반투명 장막을 젖히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는 우리 모두 불국토를 수호하는 ‘인다라망’에 존재한다는 가르침을 은유한다. 불법은 옷깃만 스치는 사람도 300번을 태어나 만난 귀중한 인연이라 일러준다. 다시 태어난 호랑이는, 박그림은 앞으로 어떤 인연을 만나 그리고, 번뇌하고, 또다시 태어날까?

https://cdn.sanity.io/images/m65sjp4q/production/481b98bfe404107b98c5d1ffc0f5719abe5d649d-500x855.jpg

<심호도-낙류>비단에담채230×130cm2019

박그림 / 1987년 정읍 출생. 도제식 탱화 수학 후 동국대 불교미술과 졸업. 불일미술관(2018)에서 개인전 개최. <SUB_Title>(유아트스페이스 2020), <남성모양>(스페이스나인 2020), <Flags>(두산갤러리 뉴욕 2019) 등 단체전 참여. 앱솔루트보드카아티스트어워즈 수상(2018). 서울 보덕암 산신탱화(2018), 영덕 옥천사 연화불단화(2015) 등 조성.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