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글로리홀

2021 / 08 / 09

Gloryhole Light Sales: 삶을 비추는 ‘라이트 헌터’

<Flame Lamp> 유리, LED, 깃털 18×12cm 2020

글로리홀에게 유리는 말랑말랑한 액체다. 모래처럼 생긴 유리 원료에 1000도 이상의 높은 열을 가하면 매혹적인 앰버 컬러를 자체 발광하는 ‘시럽’ 상태가 된다. 긴 파이프에 쫄깃해진 유리를 떠서 불고, 뚝뚝 흘러내리는 유리 버블을 궁글리거나 배배 꼬면 1차 기 싸움이 끝난다. 이제는 까탈스러운 유리가 변한 제 모습을 받아들이도록 참을성 있게 기다릴 차례다. 500도에서 상온까지 찬찬히 온도를 낮추는 장치 안에서 유리는 비로소 투명한 고체로 거듭난다. 이 장치의 이름이 바로 글로리홀. 작가는 2015년 <글로리홀라이트세일즈>라는 전시를 열면서 유리작업을 시작했다. ‘빛’에 대한 관심이 조명으로 이어졌고, 종국엔 조명을 감싸는 일차 단위인 유리에 가닿았던 것. “유리는 살아 있다. 꿈틀거리는 유리에서, 나는 생의 약동을 본다.” 촉수같이 뻗어 나가고, 유령같이 일렁이는 비정형적인 형태는 유리의 뜨거운 ‘생명력’에 대한 조형적 은유다. 글로리홀은 ‘삶 속’이라는 두 단어로 디자인의 가치를 정의한다. 빛과 소금 중 ‘빛’의 담당자로서 예술을 모색한다. 그래서 공생을 주제로 한 <언패러사이트>전에 UV 살균 램프를 더한 유리 조명을 내놓았다. 조명의 갓 대신 마스크를 씌우면 자외선이 바이러스를 소독한다.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유리와 조명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한 결과다. 앞으로 작가는 비커, 플라스크 등의 실험용 유리를 탐구할 예정. 투명하고 단단해서 무언가를 담아내는 용도로만 쓰인 유리를 성형해 기구로서의 기능을 해체하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닉한다.

<한시적 가리개> 유리, 백열등, UV살균등, 마스크 45cm(높이) 2021
플랫폼-엘컨템포러리 제공, Photo by 이주혁

글로리홀 / 1990년 서울 출생. 본명 박혜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 전공, 무대미술 부전공 졸업. 현재 동대학원 전문사 유리 전공으로 재학 중. 나이스숍(2019), 대림대학교 아트홀갤러리(2018), 개방회로(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 <언패러사이트>(플랫폼-엘컨템포러리 2021), <봄의 윤무>(갤러리나인 2021), <고스트 샷건>(시청각 2019),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의 단체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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