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의 교두보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로팍, 서울 지점 디렉터 황규진 인터뷰 / 김해리 기자
유럽의 메가 갤러리 타데우스로팍. 잘츠부르크, 파리, 런던에 이어 지난 10월, 서울 한남동에 새 지점을 오픈했다. 갤러리의 아시아 최초 거점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탄탄한 아트인프라에 주목해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개관전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10. 6~11. 27). Art는 2017년부터 아시아 지점을 담당해 온 서울 갤러리 총괄 디렉터 황규진을 만났다. 그에게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상륙 계기와 향후 비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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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진과 타데우스 로팍
Art 타데우스로팍 서울은 갤러리의 6번째 분점이자 최초의 아시아 브랜치다. 각 지점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작가와 함께하고 있는가?
Hwang 1983년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처음으로 문을 연 타데우스로팍은 현재 잘츠부르크에 두 곳, 파리 중심부인 마레 지구와 외각 팡탕 지역의 대규모 전시장, 2017년 런던 메이페어에 오픈한 일리하우스를 가지고 있다. 서울 지점까지 하면 총 6개의 공간인 셈이다. 타데우스로팍의 지점은 각각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잘츠부르크의 빌라카스트와 런던의 일리하우스는 18~19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에 들어서 있고, 주철 공장을 개조한 파리 외곽의 팡탕 지점은 대규모 설치와 실험적인 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훌륭한 조건을 갖췄다. 한남동에 있는 서울 지점은 두 건물이 연결되어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고, 그 중간에 중정이 있는 구조다. 나는 이곳이 유럽에 기반을 둔 타데우스로팍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전통적인 동시에 모던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길 바랐는데, 양태오 디자이너가 인테리어를 도맡아 실현해 줬다.
그간 타데우스로팍은 요셉 보이스, 마르셀 뒤샹, 로버트 라우센버그, 제임스 로젠퀴스트, 로즈마리 카스토로와 같은 대가들의 재단과 오랫동안 협업해 왔고,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젤름 키퍼, 안토니 곰리, 아드리안 게니, 알렉스 카츠, 이불, 엘리자베스 페이튼, 토니 크랙 등의 국제적 작가와 더불어 올리버 비어, 레이첼 존스, 맨디 엘사예, 알바로 배링턴, 메간 루니 등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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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로팍 서울 외관
Art 홍콩과 상하이도 염두에 뒀다고 알고 있다. 서울에 거점을 마련한 결정적인 이유는?
Hwang 아시아 진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서울을 최종 결정한 건 작년 11월이다. 2017년 타데우스로팍 런던에 아시아팀이 본격적으로 꾸려질 당시 나는 아시아 지역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었다. 때문에 원래는 서울뿐 아니라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도시도 함께 담당했다. 타데우스로팍과 협업하는 기관의 전시나 아트페어가 있으면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일했다. 내가 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다니며 느낀 게, 서울은 훌륭한 공공 미술관과 유수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사립 미술관이 매우 탄탄하다. 글로벌 아트씬을 위한 기반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19에도 2020~21년에 우리가 참여했던 ‘아트부산’에서 열기가 뜨거웠지 않나. 한국의 미술시장이 규모 면에서는 아직 홍콩이나 중국보다 작을 수 있으나, 좋은 인프라, 미술기관 사이의 협력, 활발한 시장 분위기, 이 삼박자의 균형이 서울 지점 오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rt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시대에 ‘확장’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Hwang 위기를 확장으로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타데우스로팍이 런던에 진출할 때도 브렉시트가 터진 바로 그 주였다. 도전이 있는 곳에 새로운 기회도 있다.
Art 최근 KIAF SEOUL 2021로 한국 미술계가 들썩였다. 최고 매출액 650억 원을 기록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타데우스로팍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지켜봤는지 궁금하다.
Hwang 한국의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트페어를 향한 열기가 한국 미술시장에 켜진 청신호를 반증한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그간 잘 구축해 온 인프라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한국 현대미술을 빛내는 원로 작가, 활발하게 작업하는 젊은 작가, 그리고 또 훌륭한 컬렉터와 기관이 각자의 몫을 잘하고 있는 덕이다.
Art 페로탕, 리만머핀, 페이스, 쾨닉 등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서 톡톡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른 해외 갤러리와의 차별점을 말해달라.
Hwang 타데우스로팍에는 70여 명의 소속 작가가 있는데, 40년간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작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작가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전시마다 작가와 작품의 콘셉트에 맞는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우리는 독립적인 출판사를 운영하며서 작가의 도록을 꾸준히 출판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작품 연구를 지속한다는 게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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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 <가르니 호텔> 전경
Art 개관전 이야기를 해보자.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한국 미술계에 오랜만에 등장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인데, 개관전 주인공으로 선보인 특별한 이유는?
Hwang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위해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을 방문해 김남인 학예사와 만난 적이 있다. 그 전시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첫 바젤리츠 개인전이었다. 타데우스로팍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바젤리츠 전시이니 만큼, 개관전으로 그 의미를 되살리려 했다. 바젤리츠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던 작가이기 때문에 한국 역사에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기도 하다. 이번 <가르니 호텔> 전시 도록 또한 2007년 바젤리츠의 전시를 기획했던 김남인 학예사가 글을 맡아 타데우스로팍 서울과 바젤리츠의 인연에 의미를 더해주었다.
Art 바젤리츠는 이번 전시에 아내 ‘엘케’를 뮤즈 삼은 작품과 자화상을 출품했다. 회화 12점, 드로잉 12점 모두 신작이다. 전작과 비교해 추상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Hwang 바젤리츠는 구상미술이 주류였던 동독과 미국 추상표현주의가 득세했던 서독 사이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나온 작업이 감정과 직관이 강조된 신표현주의 회화다. 1969년부터는 ‘거꾸로 그린 그림’이 바젤리츠의 시그니처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표현 기법을 모색하고 있다. 인물 형상은 점차 간결해지는 듯한 변화를 보이며, 그와 같은 양상은 이번 출품작들에도 드러난다.
Art 드로잉과 유화를 마주 보게 배치한 전시 구성이 돋보인다. 큐레이팅에 중점을 둔 부분은?
Hwang 한국에서 바젤리츠 전시가 오래간만인 터라, 작가의 근작을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화와 드로잉 신작들로 업데이트된 작품 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주려고 했다. 작품들의 에너지가 굉장해서 배치에 고민이 많았으나, 막상 디스플레이를 해보니 서로 조화롭게 호흡하더라. 게다가 서울 지점은 두 전시 공간이 통로로 연결된 형태여서, 공간과 작품의 조화도 중요한 이슈였다.
Art 한남동에 둥지를 튼 글로벌 갤러리를 다시 한번 환영하며, 마지막으로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비전은 무엇인가?
Hwang 타데우스로팍 서울은 우리 갤러리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지역의 바깥’에 위치하게 된 첫 갤러리이자 아시아 최초의 거점이다. 타데우스로팍은 유럽과 아시아의 예술 교류에 기여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 서울 지점은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적극 소개하고, 한국과 아시아의 작가, 미술관, 기관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