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톰 안홀트
Tom Anholt: 사랑, 낭만과 폭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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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바위 (무명의 페르시아 세밀화)> 리넨에 유채 115×75cm 2021
톰 안홀트는 서구 모더니즘과 이슬람 미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표현주의와 큐비즘을 아우른 화폭에 초승달, 기하학적 무늬, 측면을 강조한 인물 등 페르시안 세밀화의 요소를 반영한다. 페르시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경험한 다문화가 주요 모티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이다. 그는 서로 다른 시기의 작품과 전시를 하나의 서사로 연결한다. 복수의 트랙이 모여 한 앨범을 이루듯, 작업과 전시도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진다고. 동일한 인물이나 사물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고재갤러리에서 ‘사랑’을 주제로 그의 개인전 <낙화>(10. 27~11. 21)가 열렸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유화 12점, 수채화 12점을 선보였는데, 갤러리 전시장과 어울리도록 신작의 색과 구성까지 고려했다. 전통 화풍과 동시대미술을 연결하는 작가에게 학고재갤러리 특유의 한옥 구조는 전시 장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는 단순히 작품을 벽에 부착하는 것을 넘어 공간과의 통합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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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리넨에 유채 150×130cm 2021
동선 초입에 설치한 <낙화> 시리즈는 전시의 전체 의도를 함축하는 대표작. 화병의 꽃이 시나브로 지고 있는 그림이다. 꽃을 선물하려면 먼저 꽃의 목을 꺾어야 하는데, 실내에 놓인 꽃은 쉽게 시든다. 안홀트는 사랑이 아름다움뿐 아니라 집착과 구속 등 폭력을 동반하는 점에 주목했다. 한 화면에 낭만과 잔혹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배치로 사랑의 양가성에 접근한다. <2 AM>에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으로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온다. 유백색 달 아래 뒤척이는 남자가 로맨틱한 사랑을 상징한다면, 침대 밑 악마는 그 배면을 가리킨다. 그리움은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자신을 괴롭힌다면 집착이라고. 이다지도 괴로운 것이 사랑이라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사랑을 예찬한다. 최근 태어난 딸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사랑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또 상처를 준다. 이 모순을 견딜 때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는다. 사랑은 예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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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종이에 수채 17.9×23.8cm 2020
톰 안홀트 / 1987년 영국 바스 출생. 런던 첼시예술대학 순수미술 전공. 로스앤젤레스 게발리갤러리(2021), 갤러리아이겐+아르트(베를린 2021, 라이프치히 2019), 런던 조쉬릴리(2020), 코펜하겐 갤러리미카엘안데르센(2019), 학고재 청담(2019) 등에서 개인전 개최. <What’s up / London>(런던 로렌스반헤이겐 2019), <Zwei Alter>(베를린 갤러리크론 2019) 등의 단체전 참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