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이건 프란츠
Egan Frantz: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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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doesn’t like a little fire?> 캔버스에 합성 고분자 물감 200×136cm 2019 Image © Jeffrey Sturges
인류가 언어와 문자를 개발하기 전엔 손짓과 발짓,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했을 터. 특히나 추상적 개념을 정의하기엔 문자와 언어가 훨씬 유효하지만, 그마저도 부족할 때가 있다. 이때 인간은 손짓과 발짓, 그림 등을 다시 동원한다. 시각예술의 기원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프란츠 또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 미술을 선택했다. 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 <Not Enough Words>(10. 7~12. 19)가 열린 곳은 올 6월 한남동에 새로 오픈한 파운드리서울. 작가의 초기 조각, 설치부터 최근의 대형 회화 연작까지 총 43점을 소개한다. 이건의 작품 세계는 말라르메의 시 「주사위 던지기」(1897)에서 출발한다. 알파벳 자체의 시각성과 공간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관객을 맞이하는 <무제 [numbers]> 또한 말라르메의 형상시를 ‘숫자들의 별자리’로 치환한 드로잉이다. 설치 시리즈 <Bubbles>는 플라스틱 통 안에 샴페인 병, 물을 넣고 공기를 주입해 보글보글 소리를 낸다. “산뜻하고 즐거운 기분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 이런 단순함이 내게 영감을 준다. 예술이 반드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는 없으니까.” 또 바게트 제과용 팬을 쌓아 올린 조각 <Not Yet No Longer [Font]>, 티슈를 붙여 만든 회화 <Diagram Painting #8> 등 일상용품을 활용한 초기작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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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Painting> 캔버스에 합성 고분자 물감 180×240cm 2020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Nagel Draxler © Egan Frantz
이건은 2020년경 물감과 캔버스만을 재료 삼는 대형 추상회화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전시장 가장 높은 벽에 내걸린 9점의 회화 신작은 기하학적 추상과 회화적 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처럼 이건의 작업은 지난 10여 년간 변화와 실험을 거듭했다. 그래서 그가 말 대신 미술로 표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작품이 다양한 것은 내가 사는 세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이 있지 않은가. 말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예술은 언제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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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Oyster Lady> 캔버스에 합성 고분자 물감 180×240cm 2021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Nagel Draxler © Egan Frantz
이건 프란츠 / 1986년 미국 코네티컷 출생. 2009년 햄프셔칼리지 졸업. 갤러리나이젤드락슬러(베를린 2020, 2016, 쾰른 2014), 틸튼갤러리(2012), 뉴욕 쿠에토프로젝트(2010) 등에서 개인전 개최. <Cyberpunk>(타이베이 이치모던 2021), <Used Youth>(뉴욕 미구엘아브레우갤러리 2011) 등 단체전 참여.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