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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미지와현실사이

2021/12/09

갤러리바톤, 미국 사진작가 앤 콜리어의 한국 첫 개인전 / 조재연 기자

대중문화에서 대상화된 여성 이미지를 추적하는 사진작가 앤 콜리어(Anne Collier). 그가 갤러리바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11. 19~12. 23)을 열었다. 1970년대 순정 만화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을 콜라주한 신작 13점을 선보였다. 콜리어는 당시의 편향된 여성상을 현재의 관점으로 읽고, 이 이미지가 오늘날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묻는다. 콜리어와의 단독 인터뷰로 그의 진중한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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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C-프린트189.4×149.9cm2021

Art 갤러리바톤에서 2020년 그룹전 이후 1년 만의 전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글래스고 모던인스티튜트에서 전시 준비를 했다. 펜데믹을 이유로 연기된 작업의 결과나 프로젝트 경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작업엔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거나 연출에서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팬데믹 시기의 반영이었다. 더 나아가 ‘연결’이란 주제를 연구 중이다.

Art 한국은 첫 방문인가?

— 광주비엔날레와 대구사진비엔날레, 갤러리바톤 그룹전에 참여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방문은 세 번째다. 어린 시절 해군인 아버지를 따라 오키나와, 괌 등을 돌아다녔는데 그중에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기억으로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많고 가깝다고 느낀다.

Art 학부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도 꾸준히 사진작업을 해왔다. 어떤 계기로 사진에 매료되었나?

— 13살 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부모님이 남긴 사진을 보며 사진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됐다. 그래서 내게 사진은 우울함과 슬픔의 정서에 닿아있다. 한편 부모님 집에 있던 레코드 커버를 좋아했다. 그 커버에서 어떤 시그널을 느꼈다. 사진과 음악이 어떻게 관계하는지, 이미지와 내용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때부터 골몰하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포렌식 사진처럼 사실을 전달하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레코드 커버처럼 감정적인 사진도 존재한다. 내 작업은 이 두 종류의 사진을 교차한다. 또 대학교에서 철학, 비평적 글쓰기, 정신분석학 등의 강의를 들으면서 사진작업에서 그 의미의 층을 쌓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Art 당신의 피사체 중 대다수가 여성이다. 이번 전시에도 피사체로 여성 인물을 선택했다. 여성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 ‘젠더’는 내가 일관되게 작업해 온 주제다. 내 작업은 ‘젠더’가 이미지 속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다룬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사진계엔 여성 사진작가가 많지 않았다. 70년대 여성 사진작가는 대상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매체에서 여성이 든 카메라는 작업 도구가 아니라 패션 소품처럼 다뤄졌다. 그들은 직업적인 능력이 아니라 카메라를 든 모습 자체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이미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인물의 성별은 대다수가 여성이다. 사진 자체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여성의 이미지가 남성에게 소비되는 방식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여기에 의구심을 갖고 리서치를 시작했다. ‘젠더’가 이미지 안에서 어떻게 구축되는지 또 이미지가 어떤 문화와 맥락에서 탄생하고 이미지만의 인생을 살아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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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Crying(Comic)#28>C-프린트 126.2×163.1cm2021

Art 작업에 차용한 레코드 커버, 누드, 핀업 걸 달력, 영화 스틸, 대중문화 잡지 등은 모두 1970년대에 제작됐다. 1970년대를 소환하는 이유가 있을까?

— 1970년대 태어나고 자랐기에 그 이미지에 익숙하다. 그 시대의 이미지는 지금과 형태가 많이 다르다. 과거의 이미지를 가져와 현재의 맥락에서 다르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단순하게 과거의 이미지를 지금 가져옴으로써 예전엔 이랬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맥락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당시의 문제는 여전히 유의미한 과제를 제시한다. 이미지는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현재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현재 상황을 예견하고 있기도 하다.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감정 소비, 히스테릭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여성 이미지는 여전히 현시대와 맞닿아 있다.

Art 작업에서 콜라주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의도가 무엇인가?
— 원본 만화에서 눈물은 스토리상의 감정적 의미만을 지닌다. 반면 콜라주 작업에서 눈물은 기존의 맥락이 사라진 채 추상적 의미를 갖게 된다. 또 전시장의 다른 작업과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기기도 한다. 작업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그것들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Art 필름 카메라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촬영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편집할 때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한다는 게 신기한데.

— 여전히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한다. 이후에 작업한 결과물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사진작업을 진행하는데, 내가 원하는 사진의 퀄리티를 얻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현상, 표백, 정착, 수세 등으로 이어지는 필름 카메라가 가진 과정의 에너지 자체가 좋다. 아날로그 촬영으로 나온 결과물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 역시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단지 옛 기술과 최신 기술을 구분하기보다 그 두 가지 방식 모두가 나의 작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Art 만화를 클로즈업해 찍은 게 눈에 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 작품의 원본은 코믹 북에 게재된 굉장히 작은 이미지다. 그걸 과하게 확대했을 때 CMYK 잉크의 색 점, 종이의 텍스처 등 사물의 물질적인 실체가 드러난다. 이러한 물성으로 우리는 이 사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언뜻 로우 퀄리티 이미지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모습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형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아름답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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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어개인전전경2021갤러리바톤

Art 이번 전시 출품작 중 <Filter #4> 시리즈가 현재 가장 관심 있게 하는 작업이라고 들었다.
— 영화 필름이 영사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미지는 정지되어 있다. 무빙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움직임이 아니라 정지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캡처한 것이고, 사진은 한순간의 시간을 정지시킨 것이다. 동일한 사진에 컬러 프린트 뷰잉 필터를 씌울 때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을 길게 늘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사진임에도 시간의 흐름을 풀어내듯, 내러티브를 연결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같은 장면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에 배열된 것 같은 긴장감을 부여하려고 했다.

Art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 2023년 3월 아일랜드에서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팬데믹이 계획을 하기 어려운 시기라…. 영화 촬영에 대한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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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콜리어(Anne Collier) / 1970년 로스앤젤레스 출생. 캘리포니아예술대학 학사 및 캘리포니아대학 석사 졸업. 뉴욕 안톤캐른(2021, 2018), 글래스고 모던인스티튜트(2020), 브뤼셀 글래드스톤갤러리(2019), 베를린 갤러리누(2019), 빈터투어사진미술관(2019), 하노버 슈프렝겔박물관(2018), 노르망디현대미술재단(2018) 등에서 개인전 개최. <True Pictures?>(슈프렝겔박물관 2021), <The Greek Garden>(파리 프하즈들라발라드 2021), <New Time: Art and Feminisms in the 21st Century>(UC버클리미술관 2021) 등 그룹전 참여.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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