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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인간의로맨스

2021/12/15

일우스페이스, 나카무라 쇼타와 파올로 살바도르 개인전 개최 / 김복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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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살바도르<Escape>리넨에유채200×180cm2021

일우스페이스는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의 개인전 <새벽의 백일몽 (Ensuenos en el amanecer)>과 나카무라 쇼타(Shota Nakamura)의 개인전 <걷기(Walking)>를 동시에 개최한다(2021. 11. 24~2022. 1. 29). 두 작가는 국제 미술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로, 그동안 독일 페레스프로젝트 부스를 통해 KIAF SEOUL 2021과 아트부산 등에 소개되었다. 비서구권 출신 유망 작가의 개인전에는 낭만적인 이국정서, 밝고 따뜻한 색감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일우스페이스는 “팬데믹과 겨울 추위로 움츠러든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국제 무대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이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한국 화단에 신선한 비평의 쟁점을 던지리라 기대한다. 특히 작금의 미술시장 호황의 새로운 주역인 MZ세대 컬렉터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낼 것이다.”라고 이번 전시 기획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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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살바도르 / 1990년 페루 리마 출생. 리마 페루폰티시아가톨릭대학 회화과 및 런던 슬레이드미술대학 회화과 석사 졸업. 베를린 페레스프로젝트(2021, 2020), 스위스 페트리샤로우콘템포러리(2021), 베를린 오픈포럼(2019), 슬레이드미술대학(2019) 등에서 개인전 개최. <Les Yeux Clos>(페로탕 파리 2021), <Lingua Franca>(런던 PQH 2019) 등 그룹전 참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

파올로 살바도르(1990년생)은 페루 출신 작가다. 그는 잉카 제국의 모태였던 케추아(Quechua) 부족의 후예로, 역사적 자부심이 강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스페인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서구식 교육을 받았지만, 그의 삶과 예술에는 언제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강력한 모국주의(vernacularism) 정서야말로 그의 예술 영감의 원천이다. 살바도르는 급격히 변모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페루의 토착성,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새벽의 백일몽’이라는 주제가 암시하듯이,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어떤 시간의 경계,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한 신비한 세계의 탐구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작품에서 형태와 색채는 비교적 간결하지만, 그 내용에는 번뜩이는 문학적 상상력이 넘쳐흐른다. 그는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구사한다. 어두운 보라색과 붉은색은 밤을 연상케 한다. <성베드로와 호랑이> <등을 보듬는 고양이> <도피> <기다림> <달> <서릿바람> 등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모종의 우화적인 서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무혈>에는 황소와 함께 뛰노는 사람이 등장한다. 유럽 문화권에서 소는 투우라든가 도축의 형태로 ‘유혈’의 상징으로 존재하지만, 페루 원주민은 동물과 ‘무혈’의 상생 관계를 유지한다. 살바도르의 작품에는 소, 말, 개, 고양이, 호랑이 등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고대 페루의 종교에서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이며, 페루의 신화에도 사람과 신성한 동물이 상생하는 내용이 있다. 살바도르의 작품 속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머나먼 미지의 여행을 함께 떠나는 동반자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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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살바도르<Killa>리넨에유채170×150cm2021

살바도르는 페루의 고대 신화와 설화에서 이미지를 끌어오되, 그 내용을 개인의 경험과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화풍을 창안했다. 서구 르네상스와 표현주의 같은 미술사를 인용하면서도, 이를 페루 전통문화와 결합하는 독자적 조형 언어를 천착했다. 고립, 고독, 몽상을 주제로 삼으면서 느슨한 붓 터치와 청과 적의 자극적인 색채를 통해 우화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살바도르가 그려내는 21세기 ‘페루 신화’다.
살바도르는 2019년에 런던 슬레이드미술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현재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리의 페로탕 등 여러 갤러리에서 열린 기획전에 초대돼 출품했으며, 올해 베를린의 페레스프로젝트와 스위스의 패트리샤 로 컨템포러리(Patricia Low Contemporary)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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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쇼타 / 1987년 일본 야마나시 출생. 무사시노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베를린 페레스프로젝트 (2021), 오픈포럼(2020), 거스왈드 뢰벤하우스(2018), 도쿄 모리오카쇼텐(2018), 야마나시 갤러리트랙스(2017) 등에서 개인전 개최. <Male Nudes>(상파울루 멘데스우드 2021), <what fruit it bears>(페레스프로젝트 2018) 등 그룹전 참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 중.

나카무라 쇼타(1987년생)는 일본의 무사시노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근자에 개인전 <나는 새다, 나는 나무다(I am Bird, I Am Tree)>(2020), <달님께(dear moon)>(2021)를 열었다. 그는 산과 호수, 새와 동물, 나무와 꽃 등의 자연 소재를 다루되, 대상을 아르 누보의 장식 문양처럼 재구성한다. 이 자연 풍경에 인물(주로 자화상)과 실내 정경을 혼합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욕망과 절망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세계다. 어느 하나의 축으로도 명확한 경계를 그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 그 문턱을 넘나드는 감각이다. 이 독자의 세계에는 달콤하면서도 찌릿한 이완과 긴장이 공존한다. 지성의 체계로 코드화되기 이전의 무구한 감성이 우리의 시선을 편안하게 무장 해제하는가 하면, 또 어느 지점에서는 오늘의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울한 인간 초상을 불쑥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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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쇼타<Walker>캔버스에아크릴릭180×160cm2021

나카무라의 목가적 풍경. 그는 이 ‘비근한’ 풍경을 ‘비범한’ 풍경으로 끌어올리는 탁월한 조형 능력을 구사한다. 아크릴 물감에 파스텔이나 크레용, 수채나 구아슈를 혼합해 가녀린 생명의 떨림을 ‘톡 쏘는’ 색채로 붙잡아 내는가 하면, 자신만의 ‘색채 필터’를 장착해 화면을 청색, 녹색으로 때로는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그리하여 햇살과 바람과 대지가 마치 진공 상태처럼 정지된 시간과 공간을 구현해 낸다. 이 땅에 인간이 홀로 외롭게(?) 걷거나, 실내에 나체의 남성이 벌러덩 누워있거나, 기묘한(uncanny) 표정의 자화상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이 풍경과 인간은 결국 작가의 현실, 꿈과 욕망이 응축된 세계이리라. 자의식이 서식하는 ‘안의 풍경’, 그 내면의 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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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쇼타<Walk>캔버스에아크릴릭60×50cm2021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 얇은 베일 같은 화면의 피부, 사실성과 장식성의 적절한 공존, 우아하고 그윽한 서정성…. 그의 작품은 상징주의와 나비파, 야수파로 이어지는 유럽 미술사의 유산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실제로 나카무라는 마티스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풍경과 인물이, 실내와 자연이 만나는 작품으로 이행했다. 나카무라의 목가적 풍경은 작가의 ‘색채 필터’에 따라 청색으로 녹색으로 때로는 금빛으로 물든다. 평화와 안식의 땅, 지상의 낙원 같은 곳이다. 나카무라는 말한다. 작품이란 “마치 정원사처럼 씨앗을 뿌리고 땅을 경작하는 것과 같다.” 화면을 경작하는 일, 바로 이 균형과 조화야말로 나카무라 예술의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작품은 구상적 형식을 취하면서도 결코 내밀한 자신만의 내용을 버리지 않고, 자전적 내용을 추구하면서도 감상자를 결코 과중한 의미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는다. 투명한 창처럼 그의 화면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조형의 정원사’ 나카무라가 경작해 낸 풍경은, 서양식으로 좀 더 비약하자면, ‘아르카디아(Arcadia)’의 세계다. 아르카디아는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낙원에의 동경이자, 손에 붙잡고 싶은 내일의 희구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저 아르카디아의 화면은 우리에게 보내는 ‘안식의 초대장’이라 할 수 있으리라. 팬데믹이라는 재앙의 시대를 사는 우리, 그 어느 때보다 아르카디아로의 염원이 뜨겁고 뜨거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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