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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Look]노은주

2022/03/13

Rho Eunjoo: 도시의 바니타스, 폐허에 바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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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rangement3>캔버스에유채145.5×97cm2020

노은주는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를 모색하는 화가다. 철거와 축조가 구분되지 않는 건설 현장, 낙화인지 개화인지 알 수 없는 꽃, 흘러내리면서도 응고된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 실체가 확정되기 이전의 모호한 상태, 비결정의 시간을 그림에 담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안타까움이 계기가 됐다. “건축의 결과로서 건물은 도시에 남지만, 중간 과정이었던 공사 현장은 실재의 세계에서도, 기억에서도 쉽게 사라진다. 연약하고 일시적인 시간을 그림에 옮겨 붙잡고 싶었다.” 노은주는 사물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략하고 모호한 형태로 환원한다. 어떤 대상인지 특정할 수 없는 불분명한 모습으로 관객이 각자의 기억에 따라 해석하도록 유도했다. 한편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도 ‘중간 지대’는 존재한다. 작가는 에스키스 드로잉을 그린 다음 3D 모델링으로 미니어처 조각을 만들고, 이를 회화로 옮겨낸다. 그림의 시작점인 사물과 종착점인 회화 사이에서 조각은 ‘창작의 중간 지대’다. 그 창작 과정은 그림이 완성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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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의선물_휘어진선>캔버스에유채220×120cm2021

노은주는 활동 초기부터 모형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오토를 비롯한 중세 및 르네상스 회화가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두 사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상의 역할을 주인공과 보조 인물로 나눠 연극적으로 배치한 <낮은 벽과 돌> 연작, 얕은 깊이로 공간을 구성한 <Twilit Space>, 화면 내부에 프레임을 배치한 <Portrait-Day>는 당대 회화의 요소를 반영한 작업이다. 제각기 다른 서사를 지니면서도 비슷한 사물과 공간을 공유하며 큰 줄기를 형성하는 점 역시 성경, 신화의 에피소드를 담은 고전회화의 특징. 최근 작가는 이전 작업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동물과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 이 신작은 내년 개인전에 선보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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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개인전<BlueWindow>전경2021금호미술관

노은주 / 1988년생. 홍익대 회화과 학사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금호미술관(2021),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9, 2013)에서 개인전 개최. <우연한 경계들>(갤러리바톤 2022), <작아져서 점이 되었다 사라지는>(아트선재센터 2021), <재현의 방법>(원앤제이갤러리 2020), <기하학, 단순함 너머>(원주 뮤지엄산 2019) 등의 단체전 참여.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