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이재석
Lee Jaeseok: 충성! K-사회를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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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섬>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130.3cm 2022
군대는 한국 남자의 일생일대 숙제다. 특히 입대를 목전에 둔 이들은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기 마련. 앞서 ‘국방의 의무’를 마친 선배들은 “군대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야. 작은 사회에 불과하단 말이지.”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넬 뿐이다. 이재석의 개인전 <밴티지 포인트>(2. 16~3. 13 디스위켄드룸)가 지긋지긋했던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군대를 “자유와 통제, 신체와 기계가 공존하며 끊임없이 충돌하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긴다. 처음에 그는 총이나 군복을 착용한 주변인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후 <살덩어리>(2016) 제작을 계기로 신체와 사물의 시각적 유사성과 조화를 주요 테마로 가져왔다. 파편화된 살점에 “군 병원의 입원 치료 중에 봤던 무기력한 환자들의 모습을 비유”했다. 이 테마는 분해된 총의 부품을 인체 장기에 빗댄 <신체가 있는 부품도>(2018)로 이어진다. 2019년엔 연평도포격사건의 보도 장면을 차용한 <포연> 시리즈, 2020년엔 개인 간 거리, 안과 밖을 통제하는 사회상을 담아 <텐트> 시리즈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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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8×91cm 2021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를 적극 변주했다. 그중 신작 <경계>는 천막을 벗어던진 텐트 기둥에 통제로부터 탈주하려는 욕망을 녹여냈고, <나무> 시리즈는 인체 장기를 닮은 나무둥치를 화면에 부유하듯 그려 넣었다. <섬>(2021)은 화면 모서리에 텐트를 결박하는 끈이 묶여있는데, 최근 작가의 평면성 탈피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군대에 꽂혀있던 그의 시선은 앞으로 또 어디를 향해 갈까. <사정거리_2>, <이어진 섬> 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지적’ 시점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확장 중임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 내 경험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바라보는 시대의 모습을 그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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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_3> 캔버스에 아크릴릭 53×45.5cm 2020
이재석 / 1989년 대전 출생. 목원대 서양화전공 학사 및 석사 졸업. SeMA창고(2021), 학고재디자인프로젝트스페이스(2021), 갤러리밈(2020),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M2(2018) 등에서 개인전 개최. <신 구운몽>(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1), <넥스트 코드 2019>(대전시립미술관 2019), <뉴 드로잉 프로젝트>(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18) 등의 단체전 참여.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 레지던시(2022) 입주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전시립미술관 등에서 작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