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프리드리히 쿠나스
그곳, 그 시간의 낭만 /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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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is Done> 캔버스에 유채 91.4×121.9cm 2019
‘미국 서부’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자, 웨스트 코스트의 쭉 뻗은 수평선이나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광활한 사막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였다가 점차 어두워지는, 반대로 차갑게 식어있던 하늘을 서서히 밝히는 일몰과 일출의 장면을 그려보자. LA로 이주한 독일 출신의 작가 프리드리히 쿠나스는 현재 거주하는 그곳의, 그 시간대의 풍경을 그린다.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린 쿠나스의 한국 첫 개인전 <Repair is the Dream of a Broken Thing>(3. 23~4. 30)은 건조하고 뜨거운 대기가 오롯이 느껴지는 회화 15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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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oo Late to Turn Back Now> 182.9×152.4cm 2021
그는 기억의 저장소에 묻어뒀던 풍경을 캔버스에 옮긴다. 역광 사진 같은 배경과 인물, 사물의 강한 명암 대비는 화면에 묘한 우울감을 투사한다. 이는 계몽주의 이성적 세계관에 반해 주관적 자유와 감정에 치중했던 독일 낭만주의 영향이다. 때론 거룩하기까지 한 풍경에 만화 캐릭터나 정체 불명의 인물을 배치하는데, 그의 작업실 벽에 한가득 스크랩해 둔 이미지를 무작위로 골라 그려낸다. 작가는 이들을 “배우 혹은 등장인물”이라 부르고, 그 창작 방식을 “시각 언어의 민주주의이자,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집단 이미지”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어떤 문장을 작은 글씨로 쓰면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 문장은 곧 작품의 제목이 되는데, <I Think I Found My Happy Place>나 <It’s Too Late to Turn Back Now>처럼 기다림과 돌아옴의 정서가 녹아있다. 해가 뜨면 고요히 침잠했던 밤공기를, 또 해가 지면 지난했던 하루를 되뇌며 그리워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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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쿠나스 / 1974년 독일 켐니츠 출생. 브라운슈바이크예술대 졸업. 쾨닉 베를린(2020), 뒤셀도르프 잠룽필라라(2016), 런던 모던아트옥스퍼드(2012), LA 해머미술관(2010) 외 다양한 미술기관에서 개인전 개최. <Stories We Live With>(부다페스트Q컨템퍼러리 2022), <A New Age: Concerning the Spritual in Art>(텔아비브미술관 2019), <Takashi Murakami’s Superflat Collection>(요코하마미술관 2016) 외 다수의 단체전 참여.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현대미술관, 피노콜렉션 등에서 작품 소장. 현재 LA를 기반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