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스스무 카미조
복슬복슬, 회화의 스펙터클 / 조재연 기자

<Call Me Again> 캔버스에 비닐 페인트, 파스텔 연필 160×132 cm 2022
화가 스스무 카미조의 그림은 ‘푸들’에서 시작한다. 복슬복슬한 곱슬 털, 까맣고 동그란 눈, 길고 가느다란 다리, 뾰족하면서도 야무진 입. 작가의 손에서 푸들의 신체는 다채로운 선과 면, 색으로 확장돼 하나의 회화에 도달한다. 주로 초상화와 풍경화에 몰두했던 카미조가 처음 푸들을 그린 것은 2016년. 애견 미용사인 아내를 도우러 숍에 방문했다가 푸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그가 심취한 것은 반려견으로서 매력이 아닌, 푸들의 감각적인 스펙터클이다. “내 그림은 견종 자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푸들에 잠재된 모양, 형태, 컬러와 같은 회화의 구성 요소에 더 관심을 가진다.”

<The Magic Lives> 캔버스에 비닐 페인트, 파스텔 연필 60.9×50.8cm 2022
카미조는 평소 윌렘 드 쿠닝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화풍에 담긴 역동적인 형상을 추앙해 왔다. 그리고 두 화가의 강렬한 필치를 푸들의 신체 곳곳에서 발견했다. 이후 다양한 미용을 거친 푸들 이미지, 함께 산책하며 보았던 풍경을 데포르메해 미니멀리즘 회화를 완성했다. 작가는 최근 한국 첫 개인전 <Alone with Everybody>(4. 21~5. 26 페로탕 서울)에서 새로운 작풍을 선보였다. 푸들의 형태를 해체해 추상화를 시도한 것. 대상의 각 요소를 비정형의 덩어리로 환원했다. 자동기술법처럼 직감을 따라 스케치한 후, 원하는 형상이 우연히 도출되면 그것을 화면에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이 과정을 반려견과의 산책에 비유한다. “반려견과 산책할 때 나는 목줄을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그저 개가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도록 내버려 둘 뿐.”

스스무 카미조 / 1975년 나가노 출생. 미국 오리건대 및 워싱턴대 회화과 석사 졸업. 브뤼셀 스템스갤러리(2022, 2019), 이스트햄튼 하퍼스갤러리(2021), 도쿄 마키갤러리(2021), 뉴욕 잭핸리갤러리(2020), 마빈가든즈(2020), 베를린 GNYP갤러리(2019) 등에서 개인전 개최. 현재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