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展
2011 / 03 / 23
3. 24 ~ 4. 30 국제갤러리(https://www.kukjegallery.com/)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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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개인소장품 이미지
30여년에 걸쳐 극히 사적이고 내면적인 세계를 탐구해 온 구본창의 작업 세계를 일반적인 회고전 형식을 탈피해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작가가 수 십 년 동안 모아 온 지극히 개인적인 컬렉션을 통해서 개인 구본창의 삶의 태도와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업세계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그의 혼이 담겨 있는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컬렉션’과 ‘작가가 찍은 다른 사람들의 컬렉션’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개인 구본창의 ‘숨겨진 눈’과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그의 ‘카메라의 눈’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가시화한다. 작가/개인 구본창의 삶과 작업의 세련되고 정제된 조화, 지속적 숨결, 일관된 맥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작가가 창조하는 이미지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탄생되었는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비평 텍스트가 아닌 ‘전시’를 통해서 읽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이다.
1층 전시장의 첫 번째 섹션은 작가의 작업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열쇠로, 작가가 유년시절부터 모아온 소소한 관심거리들을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선보인다. 작가의 집 한 구석에 놓여 있던 청자 항아리, 마당에서 발견된 하얀 색 이케바나 수반, 선풍기, 그가 즐겨 보던 《시어스(Sears)》카탈로그, 아버지가 가져다주신 동경 올림픽 안내서, 영화 <졸업>의 카세트는 사진작가가 되기 이전의 구본창의 소중한 기억들이다. 벽면에 걸려 있는 외국잡지들, 바닥에 쌓아 놓은 칼렌다는 청소년기에 작가가 가졌던 이미지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을 보여주며,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주었던 《김찬삼 세계일주 무전여행기》는 관람객에게 구본창 개인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여행을 하며 수집한 컬렉션들 중 작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물들을 선정하여 ‘프레임’ ‘박스’ ‘본(本)’이라는 세 가지 소재로 분류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 사물들은 그의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컨셉이다. 작가는 사물의 내용보다는 형태 프레임 흔적에 주목해, 내용물이 빠지거나 텅 빈 형태의 혼을 상상하며 자신만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테이블 위의 사무컬렉션과 동일한 맥락에 놓인 사진 프로젝션은 작가가 80년대 유학시절 여행하며 찍은 스냅사진과 귀국 후 88올림픽 전후의 한국의 모습을 수집한 것이다. 이러한 사진이 ‘작품’으로 수용되지 않았던 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그 어떤 예술사진보다 우리의 평범한 삶과 독특한 사회문화적 환경과 그 변화를 보다 강렬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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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JM-GD 34>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97cm 2007
ⓒKoo Bohnchang & Kukje Gallery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숨>의 회중시계, <굿바이 파라다이스>의 곤충표본, <탈> 시리즈의 오광대탈 등 그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등장했던 오브제들이 전시된다. 2층 전시장은 이타미 준의 달 항아리 컬렉션,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의 한국백자 컬렉션, 기메박물관의 한국 탈 컬렉션, 동경민예관의 야나기 무네요시 한국 곱돌 컬렉션, 문방구와 명기로 이루어진 개인 컬렉션 등 작가가 다른 사람들의 개인 컬렉션을 찍은 사진작품들로 구성된다.
● 구본창 (1953 ~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사진디자인 석사. 계원예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고 런던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초청 강의를 한 바 있다.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 박건희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오스트리아 등 국내외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미술관, 서울 삼성 리움 등 다수의 갤러리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