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요괴들로부터 온 편지
2011 / 12 / 28
동방의 요괴들이 지난 한 해 ‘동방의 요괴들’에 참여하며 느꼈던 소회를《아트인컬처》와 <artWA>에 전해왔다. ‘동방의 요괴들’은 2011년 한 해 동안 <In the City>(충무아트홀), 2011창원아시아미술제(마산 315아트센터), <동방의 요괴들@GYM>(GYMproject), <동방의 요괴들 지역순회전_화살표>(대구 MBC 갤러리M), <2011 Best of Best>(KT&G상상마당갤러리) 등 전국 각지에서 전시를 열었다. 2011 도어즈아트페어(임페리얼팰리스호텔) 등의 아트페어에도 참가해 미술계의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작가에게 필요한 프레젠테이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PT-Day와 작가 정연두, 평론가 정현의 강연 등에 참석하여 미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젊은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작업의 현재와 미래를 다각도에서 짚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샘표 간장 공장을 요괴들의 그림으로 뒤덮은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는 주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동방의 요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알뜰살뜰 한 해를 보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2012년에는 더욱 빛나는 활동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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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동방의 요괴들 Best21
큰 세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
<동방의 요괴들> 2차 심사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종 선정 작가에서 떨어진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누가 됐나 확인하려고 홈페이지를 여는 순간, 제 이름이 선정 작가 명단에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동방의 요괴들로 활동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전시에 참여하면서 작가로서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막연히 순수하게만 생각했던 작가 활동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 대화하며 알아가는 과정은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예술의 경계를 넓혀가면서 각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고 나 이외의 사람들은 어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작업하는지 보면서, 스스로 편협함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타인을 보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면서 작품 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작가는 직업의 일종이라기보다 스스로 자아의 본 모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본 모습이 무엇인지 한 번도 본 적은 없기에 뜬구름일 수도 있지만, 그런 믿음 속에서 노력해가는 우리에게 <동방의 요괴들>은 많은 도움을 주었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고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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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요괴들 In the City>(3. 17~4.24 충무아트홀)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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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요괴들 In the City> 전시장 내부 전경
작가와 동행하는 '진행형' 프로그램
2011년 미대 졸업과 동시에 《아트인컬처》에서 주관하는 신진작가 육성프로그램인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동방의 요괴들> 선정 작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 해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전공 분야와 달리 미대를 졸업하고 작가로 활동하는 데 명확히 보이는 길은 없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 작업하는 것에 익숙한 예비 작가들이 사회에 나와서 전혀 다른 환경과 여건에서 적응해 나아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두발 자전거를 지금 막 배우고 타기 시작하는 어린이처럼 자주 넘어지며 다치는 것을 반복하면서 좋은 작가로 성장합니다. 저에게 <동방의 요괴들>이란 프로그램은 두발 자전거의 보조바퀴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작가로서 필요한 경험을 제공하고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방의 요괴들>은 일회성에 그치는 다른 공모와는 달리 신진작가와 동행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진행형’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선정 작가 단체전, 지역 순회전은 저에게 전시 경험을 쌓고 저 자신을 홍보 할 기회였습니다. 함께 전시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접하며 신선한 자극을 얻고 더욱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트페어와 PT-day, 큐레이터/작가 초청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입체적으로 미술계를 이해할 수 있었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좋은 기획과 프로그램으로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도와주신 《아트인컬처》 관계자와 함께 해온 여러 동방의 요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김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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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day에 참여한 김춘재
'필드'에 서기 위한 실전 경험
어느 날, 기획전시가 있으니 며칠까지 작품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번에 응모했던 <동방의 요괴들> 주최의 전시였습니다. 2011년 <동방의 요괴들> 선정 공모에 응시했었고, 보기 좋게 탈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방의 요괴들>이라는 타이틀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전시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왜 최종 선정작가에서 탈락한 저에게 전시 제의를 하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동방의 요괴들>의 기획의도를 알고 보니 곧 수긍이 되었습니다. <동방의 요괴들>은 기존의 공모전들처럼 단순히 선정 작가를 뽑아 그들만을 위한 전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응모한 모든 작가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전시를 기획해 그 해의 응모 작가들에게 전시에 대해 알리고 참여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려는 젊은 작가들에게 작은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또 단지 전시뿐만 아니라 유럽 미술관 투어나 PT-day 같은 미술 관계자들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새내기 작가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소위 ‘필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조언을 들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저는 <동방의 요괴들>을 통해서 몇 번의 기획전시에도 참여했지만, 특히 좋았던 것이 바로 이 교육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특히 PT-day 때는 저의 작업을 한 번 정리해 보는 한편, 여러 사람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체험하며 그 요령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보너스로 《아트인컬처》에 짧게나마 소개되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려는 새내기 작가들은 언제나 전시가 목마를 것이고,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기회를 항상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큰 기대 없이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내 또래의 여러 작가와 만날 수 있었고, 또 저의 작품을 보여줄 많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불안해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공모전에 많이 내보고 특히 <동방의 요괴들>은 반드시 응모하라고 당부합니다. 물론 본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되겠죠. 그러나 의지가 있다면 <동방의 요괴들>은 분명히 의미 있는 시작이 되어 줄 것입니다. |김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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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요괴들 지역 순회전_화살표>(10. 18~11. 13 대구MBC 갤러리M) 전시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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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준비를 위해 모인 작가들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다
지난 2년간 <동방의 요괴들> 활동을 하면서 참여한 전시는, 꾸역꾸역 씹어 먹던 김밥에 톡 쏘는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막막하게 ‘그림 그리는 작가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던 중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대구를 포함한 지역전시가 빈번하게 기획돼 전시 작가 공모 소식이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지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괜찮은 몇몇 전시에 참여할 수 있었고 막막했던 작가라는 길을 따라 갈 수 있는 도전의 힘이 되었습니다.
<동방의 요괴들>의 전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저에게 좁은 시야를 좀 더 넓혀 타 지역 작가들과 교류할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비록 전시 때 잠시 만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작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전시 자체보다도 더 큰 앎과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한 전시의 규모나 내용, 풍성한 전시 지원이 있어 참여하는 작가로서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고, 작가라는 길을 탄탄하게 다져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 가까이 있는 작가들이 <동방의 요괴들>에 대해 많이 물어 온답니다. 그러면 전 반드시 “강력추천!”을 외치죠. 작가로서 분명한 길을 시작하고 싶다면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해보세요.|백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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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동방의 요괴들 BEST of Best>(11. 3~12. 3 KT&G상상마당갤러리) 출품작 엄해조 <Hodie mihi Cras tibi>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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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희 <무제> 종이에 혼합재료 112×162cm 2011
적극적인 노력과 사회적 책임 겸비해야...
여러 공모전을 통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작가에겐 당연하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작가들에게 전시란 물 위로 나와 숨을 한 번 쉬며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고, 다시 숨을 참는 순간에도 힘들지 않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요즘 작가들은 숨은 쉬며 지내고 있어도 많이들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 신문에 ‘자본주의 4.0’에 관련한 기사가 많이 다뤄졌습니다. 이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싹트고 있는 철학으로, 치열하고 차가운 경쟁원리 속 상호공존,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문은 이 ‘자본주의 4.0’을 바람직하게 실천하고 있는 대기업과 성공한 사람들, 그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함을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는 정치 사회 경제 용어도 잘 모르고 신문을 읽어도 이해 못하는 말들이 반입니다. 그렇지만 얕은 이해에도 찝찝함 정도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술계에도 일명 대기업과 성공한 사람들, 빈곤층이 존재합니다. 제 눈에는 분명히 보이는데 왜 이쪽의 오너님들과 기업인들은 나눔과 배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 하지 않으며 실천하고 있다고 해도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가 깊이 알지 못 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으시겠지만.
저는 일회성 전시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방의 요괴들>처럼 필요한 정보를 주어 직접 부딪쳐 볼 수 있게 해주고, 작가를 위한 나눔과 배려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주는 좋은 프로젝트들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또 몇 해 시늉만 하다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다른 기관에서도 일명 빈곤층에 해당하는 실력 있는 무명작가, 유망한 청년작가들을 위한 진심 어린 책임 실천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1년 마지막 전시를 마치고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 주변에서 <동방의 요괴들>은 전시 몇 번 지원해주는 것 말고는 별 지원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작가는 제각각 빨대를 입에 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빨대를 꽂을 곳을 찾으러 쉼 없이 다녀야만 단물을 빨아 먹을 수 있습니다. 벌과 나비가 열심히 날갯짓을 하는 이유처럼 말입니다. ‘단물 빨기’라는 것은 노력과 비례해 얻을 수 있는 ‘찬스’와 같은 것입니다.
<동방의 요괴들>은 많은 단물을 내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참으로 신 나는 첫걸음이 되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1년 동안 꽤 배를 불린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요괴로써 내년과 그 이후에도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물론 단물을 빨아 먹다가 쓴물도 먹고 쓴맛도 보겠지만 그래도 그런 기회 자체만으로 쓴맛도 달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젊은 작가 아니던가요? |엄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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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요괴@GYM>(7.7~8.6 GYM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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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중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동료 작가·비평가들과 왕성한 교류의 장
<동방의 요괴들>을 지원했을 당시 저는 저의 작업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과 회의가 들었었습니다. 조금의 가능성만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 절실했었습니다. 여러 공모전에 지원했었는데 그 중 <동방의 요괴들>에 선정된 것은 저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동방의 요괴들>에 선정되면서 갖게 된 소박하지만 원대한 저의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1년 동안의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을 발전시키는 것, 그리고 함께 선정된 동방의 요괴들과 교류하는 것!
1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은 공모를 위해 준비했던 포트폴리오를 양질의 장소에서 노출할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방의 요괴들> 연말 전시는 선정 이후에 준비한 작품의 발전 면모까지도 보여줄 수 있어서, 1년 동안 작품을 발전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연말 전시에서 진행한 매칭 비평과 세미나는 다음 해를 준비하는 데에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매칭 비평은 비평가와의 1:1 만남으로 작품을 재정비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세미나를 통해 만나게 된 정헌 미술평론가와 정연두 작가는 앞으로 작품 활동하는 데 길잡이가 되었고, 연륜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요괴들과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공모에 선정된 다른 작가들과 만나 교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든 동방의 요괴들과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한두 번 보다보면 정드는 법! (2011년 선정된 동방의 요괴들과 한 번씩이라도 안면을 트게 되어 뿌듯합니다. 하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께 활동하는 요괴들을 알게 되고 서로 정보를 교류하게 되어서 이제는 혼자 외롭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동안의 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마치 대학을 졸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동방의 요괴들>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가능성을 구체화할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난해 얻은 매우 큰 소득입니다. 작업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사라지고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함께할 동료가 생겼다는 것은 앞으로의 작업 활동을 더욱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입니다. 《아트인컬처》 관계자와 큐레이터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2011 동방의 요괴들’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합니다. 2012 동방의 요괴님들! 우리 외롭고 힘든 길 함께 가요~~!!!! |염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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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도어즈 아트페어 <동방의 요괴들 특별전>(11. 25~27 임페리얼팰리스호텔) 전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