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 앨리스 인터뷰

2012 / 05 / 02

신진작가 앨리스 정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학업을 마친 앨리스 정은 최근 국내에서 첫 개인전 <Suicide Girls(http://www.palaisdeseoul.net/page/2)>(4. 19~30, 팔레드서울)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미술계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작품의 중심엔 외국에서 생활하며 얻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느끼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된 <Suicide Girls> 시리즈를 통해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집착에 가깝게 추구하는 ‘성형’에 대한 의문적 비판적 시선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과연 그 이야기가 무엇일지 작가에게서 직접 들어보았다.

앨리스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해외에서 수학했다고 알고 있는데, 현재에는 어디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나요? 더불어 이번 개인전을 하시게 된 계기와 소감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현재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의 소개로 한국 갤러리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게 되었는데, 신진작가로 뽑히게 되어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단체전은 많이 참여했었는데 개인전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던 것 같아요.

이번 전시의 주제인 ‘Suicide Girls’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요? 그것이 작품에는 어떻게 표현됐고, 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일단 저는, 외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어릴 때는 언어의 장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간의 강한 경쟁심에 무척 놀랐어요. 학교 끝나자마자 놀이터로 가지 않고 학원으로 직행하니 말이죠. 하지만 이제 조금씩 사회생활을 겪어 보니 여자는 오히려 학력보다는 ‘외모’로 평가 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더라고요. 그 때문에 여자들이 성형이나 화장품에 대한 집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복잡한 마음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얼굴이나 몸에 칼을 대는 것이야말로 흔히 말하듯 ‘고치다’라는 표현보다 ‘자살’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운 표현 아닐까요? 우리는 ‘고칠 곳’이 없어요. ‘고쳐야’ 할 곳이라면 우리의 마음가짐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요?

<Suicide Girl #8> 혼합재료 2012

하이서울페스티벌2011 출품작 <Alice's Wish Rainbow> 리본, 망 19m 2011 청계천 설치 장면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외 다른 작품들을 보면, 니트를 이용한 작품이나, 디자인, 영상 등을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작가로서 자신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재료 연구도 많이 해보고 시도도 많이 해보는 편이랍니다. 글도 항상 쓰고, 음악도 틈날 때마다 들으면서 ‘내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하고 많이 고민하는 편이죠. 그런데 막상 작품을 만들 때에는 고민을 거의 안 해요. 본능에 충실하고 무조건 하고 봅니다. 고민하다가 결국엔 안 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일단은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게 되니까요.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이었는지요? 더불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것과 한국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동료들이랑 헌 아파트를 빌려서 온 공간을 다른 세계로 탈바꿈시킨 적이 있었어요. 온 사방을 무지개 은박지로 가리고, 불빛으로 반사시키고, 텔레비전 벽도 만들고, 맥주캔들로 피라미드도 쌓고요. 또 저는 한 켠에 한국식 포장마차를 열었어요. 작은 부엌에서 한국음식을 처음 맛보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전시라기보다는 큰 파티를 여는 기분이었죠. 그게 한국과 미국의 차이인 것 같아요. 한국은 무언가 정식으로 ‘화이트 큐브’에서 작품을 보여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반면, 미국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맥주캔 피라미드|구슬 욕탕. 관객들이 설치물에 들어가 즐기고 있는 모습.

젊은 작가로서 앞으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말씀 부탁합니다.

딱히 정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작품을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저 자신조차 뭐가 나올지 모르고, 그에 대한 기대도 커요. 그래서 계속 ‘창조’라는 것을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시험하고 놀라게 하는 재미로 하는 것이죠. 재미있게 작품 활동을 하고 또 재미있는 작가들을 만나서 서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겠어요.

앨리스 정

(Alice Hyegyun Jung)

미국 로드아일래드 스쿨 오브 디자인 조소과 학사 졸업. 갤러리팔레드서울(2012)에서 첫 개인전 개최. <Sweety Sculpture Magic>(2007, 미국 로드아일랜드 배링턴), <Circus>(2008, 서울 워아인이>, <Pleasure Zone>(2009, 미국 로드아일랜드 매튜슨 하우스), <Re/connected>(2010, 인사아트센터), 하이서울페스티벌(2011), SOAF(2012), <기, 흥, 정>(2012, 중국 베이징 798 아시아아트센터) 등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과 행사 참여. http://www.alicejung.com(http://www.alicejung.com/)

신진작가 앨리스 정 인터뷰 •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