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쓰기, 창작의 뒷모습

아티스트 에세이 신간 5, 이왈종 김윤신 박수억 박보나
2026 / 07 / 10
왼쪽 · 김윤신, 권근영 『김윤신, 전기톱을 여인』, 안그라픽스, 2026.
오른쪽 · 이왈종 『그럴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좋은생각, 2026. 출판사 제공

뜨거운 여름,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휴가지에서 읽을 미술서적 5권을 소개한다. 먼저 김윤신과 권근영의 『김윤신, 전기톱을 든 여인』(안그라픽스)이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삶을 기록한 구술 에세이다. 김윤신 조각은 여성, 추상, 프리미티비즘을 관통한다. 1984년 아르헨티나 이주 후 거대한 원목을 직접 깎아내 생명력 넘치는 조각을 제작해 왔다. 호암미술관 <합이합일 분이분일>(3. 17~6. 28)전의 주인공이자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그는 아흔을 넘긴 ‘현역 작가’다. “‘나는 예술가로 남을 거야’라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예술가는 다른 게 아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작업을 하는 그 자체가 예술인 것이다.” 미술전문 베테랑 기자 권근영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숨겨진 삶과 일상에 주목했다. 낯선 땅으로의 여정, 제자이자 수양딸 김란과의 동고동락, 자연과 동물을 돌보며 살아온 인간 김윤신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원로 화가 이왈종이 첫 에세이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좋은생각)를 펴냈다. 이왈종은 제주 이주 후 천착한 <제주 생활의 중도>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채색화와 민화, 불교적 세계관을 결합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책에는 제주 정착 이전의 초기작부터 미공개 신작까지 80여 점이 함께 실렸다. 제주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담았다. 자연과 문명, 예술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은 갈등과 대립이 일상이 된 시대에 조용한 위안을 준다. “꽃과 새, 물고기와 노루, 일상의 사소한 풍경들을 그리며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언제나 하나였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말이다.”

왼쪽부터 · 박보나, 『어느 장미가 사라졌다』, 문학동네, 2026. / 에텔 아드난, (조은정 옮김), 『다른 나라의 심장 속에서, 심장 속에서』, 미디어버스, 2026. / 박수억, 『먹의 우주』, 이든북, 2026. 출판사 제공

수묵의 세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먹의 우주』(이든북)도 흥미롭다. 수묵화가 겸 평론가 탄현재(灘峴齋) 박수억은 30여 년간 수묵의 길을 걸었다. 박수억은 먹을 갈고 붓을 드는 행위에서 인간의 감각과 사유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살핀다. 그에게 검정은 “어둠이 아니라, 세계가 열리기 전의 깊이”다. 중국 전통화부터 동시대한국화까지 수묵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에세이 형식으로 보여준다. “먹은 모든 색을 흡수하지만, 그 안에는 모든 색이 아직 풀리지 않은 채로 함께 들어있다. 그래서 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말이 생기기 전의 침묵처럼, 아직 나뉘지 않은 깊이다.

에텔 아드난의 『다른 나라의 심장 속에서, 그 심장 속에서』(미디어버스)가 번역되었다. 아드난은 레바논 출신 시인이자 화가, 소설가다. 작가는 전쟁과 식민주의, 언어와 정체성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이 책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발표한 짧은 산문들을 엮었다. 베이루트와 캘리포니아를 오가는 풍경 속에서 내전의 불안, 이주의 감각, 기억과 사랑의 문제를 섬세하게 기록했다. 아드난은 거대한 역사적 사건보다 일상을 구성하는 작은 경험과 감각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박보나의 신간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문학동네). 박보나는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공동체와 타자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시각예술가다. 이번 책에서는 동시대미술을 관통하는 정서를 ‘상실’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다. 기술과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질문했다. 도리스 살세도, 차학경,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박이소, 구정아 등 동시대작가의 작품을 문학, 철학, 영화를 경유해 친절하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