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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골라읽는

여성사진가부터미디어아트,전시의역사까지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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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진휘연,『전시로풀어보는한국현대미술』(헥사곤,23,000원)/강이연17인(팀),『리:스펙트한국미디어아트2000년이후』(북코리아,29,000원)/이필,『한국사회와여성사진가』(눈빛,35,000원)

한국 미술의 최신 경향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그 주인공은 『한국사회와 여성사진가』, 『리:스펙트 한국 미디어 아트 2000년 이후』, 『전시로 풀어보는 한국 현대미술』이다. 이들은 사진, 미디어아트, 전시라는 다양한 키워드로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풍경을 펼친다.

먼저 『한국사회와 여성사진가』는 홍익대 예술기획전공 교수 이필이 저술했다. 시카고대에서 사진과 현대미술을 전공한 그는, 사진으로 사회를 기록하고 해석해 온 여성 포토그래퍼를 집대성했다. 고현주, 구성연, 김수강, 김옥선, 김은주, 난다, 니키 리, 박영숙, 신은경, 안준, 윤정미, 윤진영, 이선민, 이정진, 임안나, 장지아 등 다양한 세대에 걸친 작가 16인을 초대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한국 여성의 현실을 렌즈에 담아왔다. 이필은 이들 작업을 역사 이주 사물 공간 몸 타자라는 여섯 개 주제로 구분했다. 작가론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필자의 비평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각 사진가의 작가론은 물론, 국제결혼, 가부장제, 현모양처, 정신 질환 같은 사회학, 인문학적 키워드가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가령 「한국의 호앙, 컨립, 깜투, 사랑」은 이주 여성의 결혼 생활을 포착한 사진가 이선민에 관한 글이다. 최근 국제결혼 이민 여성의 통계와 프로젝트에서 만난 이주 여성과의 인터뷰 내용이 작가론과 함께 실렸다. 난해한 미술비평집이 아니라,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교양서를 겨냥했다.

미디어아트는 동시대미술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는 장르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표현 방식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아트센터나비와 앨리스온이 기획한 『리:스펙트 한국 미디어 아트 2000년 이후』는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아카이브하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2023년 5월부터 10월까지 한국 미디어아트씬을 대표하는 작가 18인(팀)과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다. 2023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권병준부터 인공 지능 로봇으로 인간과 기계의 미래를 상상하는 노진아까지 내로라하는 작가가 총출동했다. 여타 토크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질문’이었다.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묻기보다, 작업 과정에서 특별한 영감을 주었거나 계기가 된 다섯 가지 결정적인 순간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했다. 석사 졸업 작품, 첫 개인전, 가족의 죽음, 사회 이슈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부터 거시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에 반응하는 아이디어가 만난 순간은 곧 작가로서의 서사로 확장됐다.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씨름한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옴니버스 영화처럼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전시로 풀어보는 한국 현대미술』은 지난 25년간 한국에서 열린 주요 전시로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개인전 36개와 단체전 15개가 수록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진휘연이 집필했다. 그는 미술사학자로서 비평과 전시기획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 왔다. 전시는 동시대의 이슈를 기록하고 넓게 펼치는 문화예술의 ‘꽃’이다. 저자는 오늘날 전시의 특징을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유토피아, 인터미디어, 미술과 정치, 감각과 변형, 구상의 발전, 한국 추상미술. 당대의 미술 흐름을 조망하는 장으로서의 기획전, 그리고 대중과 전문가 모두를 홀린 개인전을 두루 살핀다. 전시디자인과 동선 등 공학적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전시사(史) 연구를 꿈꾸는 미술학도에게 길라잡이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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