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Preview] 키아프 서울

대혁신! 불황을 이겨내자~
2024 / 09 / 11

키아프 서울 9. 4~8 코엑스 A&B홀, 그랜드볼룸, 더플라츠
한국 최대의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3회를 맞은 올해는 22개국 갤러리 206곳이 참여한다. 전 세계 메이저 화랑이 참가하는 메인 부스전 ‘갤러리즈’와 개인전 중심의 ‘솔로’, 신생 갤러리를 위한 ‘플러스’ 섹션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관람 동선과 부스 배치를 혁신적으로 리노베이션한다.

최지원 <가지치기 1> 캔버스에 유채 72.7×60.6cm 2024 디스위켄드룸 출품작

— 키아프는 올해 핵심 키워드로 ‘다양성’과 ‘수준’을 내세웠다. 마스터 아티스트부터 영 파워를 아우르는 섹션을 구성해 키아프의 저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Jung 키아프는 한국 현대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접하는 플랫폼이자 23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미술시장의 표본, 역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프리즈 서울과의 동시 개최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부분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키아프 서울에 206개, 프리즈 서울에 110개, 총 320개 갤러리의 전시가 코엑스 1~3층 공간에서 펼쳐진다. 프리즈 서울이 국내 갤러리 수를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 유수의 갤러리를 국내에 선보이는 특성이 강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서 키아프 서울은 우수한 국내 갤러리를, 그리고 국내 작가를 선보이는 플랫폼의 역할이 한층 강조된다.

김선두 <지지 않는 꽃> 장지에 분채 126×73cm 2024 학고재 출품작

— 부스전뿐 아니라 다채로운 특별전과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관측 포인트는 무엇인가?

Jung 올해는 고유의 특성과 탄탄한 실력을 갖춘 130여 곳의 국내 갤러리를 선보인다. 특히 참여 갤러리의 특성을 살린 공간적 조닝(zoning)을 새롭게 시도했다. 3년 차를 맞이한 플러스 섹션에서는 젊은 작가와 갤러리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간 본질과 기술의 관계를 테마로 예술가적 개성과 창의력을 보여주는 특별전 <키아프 온사이트>에서는 보통의 페어에서 다루기 힘든 VR, AI, 대형 인스톨레이션으로 현대미술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키아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는 ‘새로운 발견, 신선한 조우’라는 주제에 맞춰 작가의 연령 제한을 없애고 최근작을 위주로 전시해, 동시대미술의 실험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감각을 견인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 키아프 서울은 공공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내세운다. 젊은 작가와 신진 갤러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고,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미술, 경제, 정치, 과학, 페미니즘 등을 아우르는 현대미술 담론을 다룬다.

Jung 키아프의 주최는 (사)한국화랑협회이다. 비영리 기관인 한국화랑협회는 한국 미술의 저변 확대 및 질적 양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1976년 설립됐고, 오늘날까지 다양한 사업을 통해 설립 초기의 취지를 지켜오고 있다. 키아프라는 국내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도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 개최한 것으로, 초창기에는 협회 자산을 투자해 가며 만들어냈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어로서 그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키아프는 국내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국제적인 플랫폼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규모를 확장해 2022년부터는 국내외 주요 미술인을 초빙하는 대규모 토크 프로그램, 2023년부터는 상업씬에서 보여주기 힘든 뉴미디어, 인스톨레이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특별전도 기획하고 있다. 아트페어는 미술의 ‘견본 시장’으로 불리곤 한다. 특히 그 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아트페어는 자국 현대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이며, 미술시장의 현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 오늘날 아트페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무엇이라 보는가?

Jung 최근 몇 년간 젊은 컬렉터의 지속적인 유입,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키아프의 위상 또한 예전과 달라졌다. 현대미술은 이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며, 놀라운 경제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올해 키아프에도 수십여 국가의 미술기관과 관계자가 방문할 예정이고, 더불어 많은 해외 럭셔리 여행사들이 참관을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한국의 탄탄한 문화예술 인프라와 키아프 & 프리즈를 엮어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다.

— 프리즈와는 세 번째 동행이다. 벌써 계약 기간의 절반을 넘겼다. 공동 개최 초기, 황달성 회장은 키아프와 프리즈의 시너지 효과를 자신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는가?

Jung 2021년인가, 화랑협회 회원과 한자리에 모여 프리즈 동시 개최를 받아들일지 논의한 날이 떠오른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공동 개최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안이었다. 황달성 회장이 언급한 프리즈와의 시너지 효과는 모두 체감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은 불경기 조정기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겁지만, 2022년 공동 개최 이후 국내 미술시장은 질적,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했고, 시장의 저변 또한 넓어졌다. 키아프의 영리만을 생각했다면 프리즈 서울 개최를 화랑협회에서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리즈 서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 정부 및 유관 기관과 연계 등을 지원하며 첫 공동 개최를 치렀다.

— 2022년 프리즈 서울 상륙을 앞두고 키아프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한데….

Jung 2022년 첫해에 코엑스 1층 키아프와 3층 프리즈의 온도 차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3년에는 키아프 참여 갤러리의 노력과 성장이 두드러졌으며, 전반적인 퀄리티 향상도 높이 평가받았다. 해외 글로벌 페어 및 갤러리의 국내 유입은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해도 언제까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갤러리와 작가들이 성장해 나가는 자극제 혹은 촉진제가 된다고 본다. 2회 차까지가 프리즈와의 합을 맞추는 과도기였다면, 지금은 각 페어의 특성을 살려 각자의 포지셔닝을 더 확고히 해나가는 단계라고 본다. 3회 차인 올해의 결과가 향후 2년의 전략과 방향성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윤희 <N°56> 캔버스에 아크릴릭 260×203cm 2021 대구 리안갤러리 출품작

— 올해는 공간디자인이 크게 달라진다.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부스 배치를 개선하고, 각 전시장의 특성도 분리한다. 2층 전시장도 새롭게 활용한다. 이번 리뉴얼의 구체적인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달라.

Jung 지난해부터 키아프는 참여 갤러리의 수를 늘려 이전보다 더 많은 갤러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갤러리를 효율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공간 운영에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여러 곳으로 나뉜 전시 공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 운영을 위해 젊은 건축가 장유진의 인사이트를 가미했다. 그 결과 F&B 라운지와 휴식 공간이 확장되었으며 A홀부터 B홀, 그랜드볼룸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의 도시 거리로 꾸며 관람객이 공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연출했다. 또한 공간을 특성별로 분리해 도심의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20년간 키아프를 진행해 온 A&B홀, B홀에서 이어지는 그랜드볼룸, 그리고 새롭게 상사 공간을 개조해 만든 2층 더플라츠, 1층 복도의 섹터까지, 공간이 넓어진 만큼 복잡해진 동선을 위해 안내선을 바닥에 비치해 흐름을 유도했다. 공간의 특성적 분리는, 풍성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그릇’에 대한 고민이었다. 블랙, 그레이로 이루어져 모던하지만 층고가 낮은 더플라츠에는 젊은 갤러리와 영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 특성에 맞춰 2층 공간에서 VR 특별전 부스가 배치되고, 최원정 작가의 대형 인스톨레이션이 특별전 섹터로 자리 잡는다. 여기에는 플러스 섹션에 참가하는 갤러리의 젊고 역동적인 작품으로 구성해 실험적인 색채를 강조한다. 한국 단색화를 비롯한 근현대 마스터피스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카펫과 노란빛 조명으로 중후한 느낌을 내는 그랜드볼룸에는 모던, 마스터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대형 갤러리를 중심으로 배치했다. 전시홀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 그리고 A&B홀과 분리된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특화된 공간으로 강조했다.

—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 맞춰 전국에서 다채로운 전시, 이벤트가 꾸려진다. 특히 올해는 더프리뷰성수가 날짜를 옮겨 위성 페어 역할을 톡톡히 맡을 예정이다.

Jung 9월 첫 주를 기점으로 서울 아트위크, 부산 및 광주비엔날레, 대한민국 미술축제 등 국공립, 사립 미술관과 협력 기관이 만들어낼 다채로운 이벤트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풍성한 협력의 장이 될 것이다. 위성 페어가 많이 생기리라는 초기의 예측은 어긋났지만, 신예 작가를 선보이는 더프리뷰성수가 개최 시기를 변경해 올가을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길 바란다.

이동훈 <ETA> 잣나무에 아크릴릭 94×95×50cm 2024 갤러리SP 출품작

— 키아프 역시 특별한 미술주간을 맞아 관계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Jung 키아프 기간과 맞물려 9월 5일에 진행될 2개의 의미 있는 행사를 추천한다. 키아프 연계 전시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영 아르코 데이’와 홍익대 레드로드에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펼쳐질 ‘홍대 익스커션’이다. <키아프 온사이트>의 작가이기도 한 진달래&박우혁이 퍼포먼스를 선보일 영 아르코 데이는 국내 작가, 기획자, 미술공간 운영자 등 다양한 참여자가 한데 모여 교류하는 자리이다. 홍대 익스커션에서는 스트리트아트, 오디오비주얼 아트, 인공 지능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지는 네트워킹 행사이다. 키아프 & 프리즈로 마켓이 크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소외되기 쉬운 젊은 작가, 기획자, 미대생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장이 되리라 본다. 이 외에도 꼭 관람해야 할 미술관 전시가 풍성하다. 아시아 여성 미술가 60명이 참여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획전,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 리움미술관 아니카 이 개인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엘름그린&드라그셋 개인전, 그리고 송은에서 13년 만에 국내에 소개되는 피노컬렉션 전시도 놓쳐서는 안 된다. 8월 중순 개막한 부산비엔날레, 9월 초 시작되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까지…. 올가을 전국이 현대미술 콘텐츠로 가득하다.

— 글로벌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아 미술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올가을 아트마켓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궁금하다.

Jung 미술시장도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 불황, 전쟁 등 사회 정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시장만 분홍빛이 될 수는 없다. 아트마켓도 여타 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제의 여파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그래도 거시적으로 우상향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국내 미술시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던 4천억 원대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믿음의 저변에는 MZ 컬렉터의 지속적인 시장 유입이 있다. 경기에 영향을 받아 시장이 흔들릴 수는 있다. 그러나 뿌리 자체가 예전보다 넓어진 지금은 그 흔들림을 조금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오스틴 <Hug> 알루미늄에 아크릴릭 183×152cm 2023 베를린 페레스프로젝트 출품작

—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키아프의 전략은 무엇인가?

Jung 아트페어는 변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니치 마켓을 대상으로 삼고, 고객층에 맞춰 색채를 뚜렷하게 하는 등 유연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국내에만 100여 개의 아트페어가 있다고 한다. 차별화된 특색이 없다면 아트페어의 홍수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피로감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모수를 확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거 아트페어의 홍보 마케팅이 매우 제한된 타깃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변화된 흐름에 맞춰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키아프도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공사, 강남구청, 서울교통공사와 MOU를 맺어 홍보의 바운더리를 넓혀나가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에서 상반기 아트페어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키아프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래도 작년보다 호전된 미술시장 지표, 방문 예정인 해외 컬렉터층, 부동산 경기 회복, 그리고 한층 넓어진 국내 시장의 저변에 기대를 걸어본다.

— 화랑협회에서 오랫동안 일한 만큼 다양한 갤러리, 작가와 긴밀하게 소통해 왔으리라. 최근 한국 미술씬의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주목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Jung 해외 글로벌 아트페어와 갤러리의 한국 유입은 국내 미술시장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높은 평가에서 비롯된 일이며, 이는 곧 국내 작가의 세계 진출로 이어진다. 최근 런던 테이트모던 이미래 개인전, 파리 퐁피두센터 방혜자 회고전,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양혜규 대규모 개인전과 상하이 유즈뮤지엄 이진주 개인전 등 국내 작가의 해외 활동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서울이 아시아 미술의 허브로 급부상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글로벌 아트씬의 유입으로 경쟁이 심화한 측면은 있으나, 동시에 국내 작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향후 국내 젊은 작가들의 해외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화랑협회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기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Jung 키아프는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꿈꿔왔다. 파트너와의 협업 관계, 정부 지원에 기반해 내년에는 키아프 브랜드의 해외 론칭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예정이다.

— 해외 시장 개척은 위축된 경기를 리바운드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키아프를 만나는 순간을 고대해 본다.

정현경 /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 서울대 조소과 도쿄 무사시노미술대학 예술문화정책과 졸업.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202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