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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PREVIEW&HOTISSUE

국내외주요전시로드맵

2025/03/14

2025년 2월호 「PREVIEW & HOT ISSUE」

2025년2월호「PREVIEW&HOTISSUE」

2025년 국내외 전시 기상도를 펼친다. ‘핫 키워드’와 ‘핫 플레이스’로 테마를 나눠 놓치면 안 될 주요 전시를 리스트업했다. 올해 글로벌 아트씬을 이끌어 갈 의제와 담론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미술공간이 그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가. 먼저 ‘핫 키워드’에서는 유수의 미술기관과 갤러리의 예정 전시를 스크리닝하고, 동시대성을 반영한 키워드 6개를 선정했다. 그 열쇳말은 생태주의 테크놀로지 아트액티비즘 탈식민주의 우먼파워 LGBTQ+.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연대를 모색하는 개념이다. 컨템퍼러리아트의 맥락에서 각 키워드를 해설하고, 이를 반영한 대표 전시의 알짜 정보를 압축했다. ‘핫 플레이스’에서는 전 세계 주요 예술공간의 좌표를 집대성했다. 국내외 미술관의 대형 기획전부터 비엔날레, 미술축제, 아트페어, 한국 미술 해외전, 지역 미술씬, 미술관 개관 소식까지 다채롭게 모았다. 여기에 테마별 전시를 타임 테이블로 정리해 한 해의 동향을 한눈에 담아냈다. 새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예술의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으로 함께 떠나자! /

𝟭. 핫 키워드 6 생태부터 테크놀로지, LGBTQ+까지

I Love My Zizi

파올라피비<ILoveMyZizi>깃털,플라스틱,우레탄가변크기2014

❶ 생태주의, 인류세 시대의 새로운 의제

21세기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후 위기’이다. 최근 환경 재난이 현실화되면서 미술에서도 세계 공통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았다.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돌아보는 인류세, 비인간의 주체성을 모색하는 신유물론 담론이 부상했다. 먼저 국내에는 인간과 자연의 위계를 해체하는 전시가 연이어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전시 의제는 ‘행성’. 개인과 국가적 사고를 넘어서는 지구적 환경 연대를 제안한다. <불편한 가벼움>전과 최재은 개인전은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권의 경계를 확장한다. 인간과 동등하게 상호 작용하는 주체로서 자연을 상상한다.

경기도미술관 <기후 위기, 예술과 RE100>전은 생태주의 실천이 정부,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의 의무임을 역설한다. 아트선재센터의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개인전은 인류세를 키워드로 삼는다. 학대, 도축, 착취, 개량 등 인간의 잔혹한 역사가 낳을 미래의 종말을 시각화한다. 토마스 사라세노(갤러리현대)와 다니엘 스티그만-만그라네(아뜰리에에르메스)는 몰입형 설치작품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해체한다.

해외에서는 생태주의와 뉴테크놀로지를 융합한 전시가 두드러진다. 기후 위기를 첨단 기술로 극복하려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Echoes of the Past, Promises of the Future>(리옹현대미술관)전은 뉴미디어를 활용해 멸종된 개체를 복원한다. <Prolonged Emergencies>(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전은 기후 재난을 전쟁, 인종 학살 등 사회적 참사와 포갠다. 정치와 환경의 긴밀한 연결 고리를 미디어아트로 시각화한다. 구스타프 메츠거(쿤스트할오르후스)는 오늘날 가장 급진적인 생태주의 미술가다. 신유물론 관점에서 기후 재난을 인간 착취에 대한 역습으로 해석한다. 그에게 자연은 피해자가 아니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독립 주체다.

❷ 테크놀로지, 인간 이후의 예술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미술의 매체적 변화와 직결된다. 사물을 독립 주체로 규정하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인류와 기계의 연결을 상상하는 포스트휴먼 담론이 대두하면서 오브제의 존재론을 다시 정의하는 접근이 확장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국내 라인업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시는 단연 피에르 위그 개인전(리움미술관)이다. 위그는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인공 지능 조각으로 인간과 사물의 위계를 해체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인간처럼 학습하고 변화하는 AI작품을 선보인다. 미야지마 타츠오는 시간, 생명, 순환 등 철학적 개념을 시스템 코드로 번역해 LED 설치작업과 연결한다. 갤러리바톤과 리슨갤러리 뉴욕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반영한 LED 패턴으로 기계적, 비인간적 시간을 시각화할 예정이다. 박예나(경기도미술관)와 다니엘 아샴(페로탕 서울)은 인류 종말 이후 기계와 사물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한다. 박예나는 가상의 디지털 생물 ‘아티젝타’를 내세워 인간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생동하는 비물질 오브제를 구현한다. 아샴은 천 년 뒤 화석화된 도구를 연출해 출현, 진화, 멸종 등 생물의 타임라인으로 사물을 되돌아본다.

해외에서는 과학 기술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한 대규모 기획이 돋보인다.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열리는 <Machine Love>전은 AI, 가상 현실, 게임 엔진을 활용해 기계와 감정의 관계를 탐구한다. 감상자가 전달받은 정서를 똑같이 느끼는 인공 지능 모델로 인간 중심적 사고를 전복한다. 에드 앳킨스(테이트 브리튼)는 디지털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한 인터랙티브형 작업을 선보인다. 아바타는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감정, 기억, 정체성 등의 개념을 정립해 나간다. 비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재검토한다.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런던 서펜타인)는 VR 영상과 게임으로 흑인 퀴어의 목소리를 담는다. 작가에게 뉴미디어는 공식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타자의 비밀 아카이브이자, 누구나 논바이너리가 될 수 있는 정체성의 플랫폼이다. 한편 토마스 루프(데이비드즈워너 런던)와 베넷 밀러(가고시안 파리)는 포토그래피의 장르적 정의를 해체한다. 두 작가는 사진기가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루프에겐 가상의 자연 풍경, 밀러는 AI로 생성한 디지털 인물이 피사체다.

생태주의
테크놀로지

❸ 아트액티비즘, 현실 비판을 넘어 연대로

아트액티비즘은 예술을 매개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는 창작 활동이다. 대중에 의제를 알리고, 행동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거 행동주의가 노동과 정치를 주축으로 펼쳐졌다면, 최근의 경향은 환경, 인권, 젠더, 탈식민주의 등으로 다각화됐다. 장르 면에서도 회화, 퍼포먼스 중심에서 미디어아트, 관객 참여형 예술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아트액티비즘은 공동체 담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국내 미술씬에서 행동주의가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것은 몇 년 새 사회적 약자와 타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결과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기관 의제로 ‘행동’을 발표했다. <행동주의 기억법>전은 아트액티비즘 아카이브 전시로 예술이 촉발한 사회적 사건과 담론을 반추한다.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북서울미술관)전은 한국 대표 아트액티비스트가 맞붙는 연례 ‘타이틀 매치’다. 긴장과 불협화음이 창조의 원동력은 물론, 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우리의 아픔들>전은 ‘불평등’을 키워드로 개인과 공동체의 소외와 고통을 탐구한다. 현실 비판을 넘어 연대를 통한 미래 지향적 변화를 제안한다.

해외에서는 반전(反戰)의 메시지가 거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면서 미술계에도 평화를 향한 목소리가 커졌고, 반전을 주제 삼은 아티스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노 요코(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바우)는 음악,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반전 운동을 펼친 대표적인 행동주의 작가다. 지난해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회고전이 올해는 베를린에서 열린다. 함부르크반호프국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페트리트 할릴라이 개인전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코소보-세르비아 무력 충돌을 배경으로 삼는다. 코소보 난민 출신의 작가는 평화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조각에 새겨왔다. 안마이 레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한다. 마리안굿맨갤러리 뉴욕 개인전에서 미국 남부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소재로 촬영한 자연 풍경을 선보인다.

❹ 탈식민주의, 뉴 블랙 & 뉴 아시안

탈식민주의는 식민 지배와 제국주의 잔재를 비판하고, 잃어버린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정치, 사회적 지표다. 아프리카 유무형의 유산을 미술언어로 번역해 온 블랙아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미술씬에도 탈식민주의 바람이 뜨겁다. 내면화한 제국주의를 성찰하고, 전통을 현대화해 새로운 아시아성을 모색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 예정된 탈식민주의 전시는 주로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이 중심을 이룬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의 2인전은 식민 지배의 기억을 패배의 서사가 아니라 저항과 연대의 역사로 재구성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대전시립미술관)은 농촌과 원주민, 소수자의 눈으로 태국의 정치적 억압과 군사 독재를 되돌아본다. 잊힌 지역의 역사와 신화적 기억을 소환해 역사의 상흔을 치유한다. 제인 진 카이젠(부산현대미술관), 노혜리(두산갤러리), 정연두(국제갤러리 부산)의 공통점은 한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작업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한국전쟁 해외 입양자, 생계형 이민 등 이주자의 삶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낯선 한국성을 탐색한다.

해외 미술기관은 블랙아트 미술사에 주목한다. 파리 퐁피두센터의 <Paris Noir>전은 194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프랑스에서 활동한 흑인 예술가를 조명한다. 반식민 투쟁, 흑인 인권 운동과 블랙아트의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고찰한다. <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전은 18세기부터 현재까지 흑인의 패션과 스타일이 어떻게 저항과 정체성 형성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는지를 탐구한다. <Nigerian Modernism>(런던 테이트모던)전은 식민지 해방 전후로 고유한 모더니즘을 강구했던 나이지리아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추적한다.

아트액티비즘
탈식민주의

❺ 우먼파워, 역사를 교차하고 뒤집는

동시대미술계에서 여성 작가의 활약은 단순히 숫자로만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다.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창작 행위는 사회, 문화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작용한다. 과거 남성 중심주의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정체성이 주요 담론으로 부상하면서 여성 작가 재조명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테마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성 대가의 개인전이다. 화가 강명희(서울시립미술관)는 1970년대 초 도불 이후 프랑스 미술씬에서 활동해 왔다. 이번 개인전은 196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60여 년 화업을 총망라한다. 리움미술관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를 개최한다. 이불은 여성의 몸이 지닌 힘과 정치성을 드러내는 조각으로 동양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을 깨부숴 왔다. 모나 하툼(화이트큐브 서울)과 시오타 치하루(가나아트센터)는 초현실적 분위기를 띠는 대규모 설치에 여성의 목소리를 담는다. 하툼은 여성이자 디아스포라로 겪었던 차별의 실상을 차가운 철제 구조물로 은유한다. 치하루의 실 조각은 여성이 사회에서 느끼는 억압과 그것을 이겨내는 연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반기에는 쿠사마 야요이(세화미술관)와 루이스 부르주아(호암미술관, 국제갤러리 서울) 개인전이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아트씬에서도 여성 예술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Monstrous Beauty>(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전과 <Dream Rooms>(홍콩 M+뮤지엄)전은 미술사를 개척해 온 여성 미술가를 총망라한다.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뉴욕현대미술관), 20세기 초 뮌헨 아방가르드 화가 가브리엘레 뮌터(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회고전도 열린다.

❻ LGBTQ+, 도시를 퀴어링하라

LGBTQ+ 미술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포용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예술적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LGBTQ+ 정체성을 다루는 전시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기존의 국공립 미술관이 젠더 이슈를 표면적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면, 최근엔 다양성의 범위를 성 소수자로 넓히거나, 성 소수자를 직접 겨냥한 기획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래리 피트먼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퀴어 상징이 복잡하게 얽힌 ‘게이 맥시멀리즘’ 회화를 그려왔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이강승, 캔디스 린 2인전은 성 소수자 담론과 여성주의가 만나는 자리다. 두 작가는 리서치에 기반한 설치작품으로 사회 시스템 속 은밀하게 작동하는 차별 기제를 폭로해 왔다. 화가 이우성(갤러리현대)은 여행, 로맨스, 가족 관계 등 평범한 일상을 성 소수자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국제 미술계에서는 LGBTQ+ 담론이 정체성 표현을 넘어 도시와 제도를 ‘퀴어링’하는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돈크리스찬 존스(뉴욕현대미술관)와 클라우디아 파헤스 라발(빈현대미술관)은 장소특정적 미술로 차별 없는 정체성의 공존을 실험한다. 존스는 전시 공간을 퀴어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반영한 창작, 교육, 연구 중심의 오픈 스튜디오로 재구축한다. 라발은 역사적 공간에서 사료에 기록되지 않은 퀴어의 삶을 상상한다. <No Boundaries>(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는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수많은 경계를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성적 아이덴티티는 물론 인종, 문화, 종교 등의 차이를 넘나드는 ‘뉴노멀’을 제시한다. 리 보웨리(런던 테이트모던)는 패션과 퍼포먼스로 퀴어적 존재의 역동성을 탐구한다. 퀴어링으로 도시의 제도적 권력에 저항하고,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드러낸다.

우먼파워
LGBTQ

𝟮. 핫 플레이스 6 거장의 귀환부터 지역 미술, 개관까지

데이비드 호크니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데이비드호크니<PortraitofanArtist(PoolwithTwoFigures)>캔버스에아크릭210×300cm1972

❶ 미술관, 근현대 거장의 재평가

국내외 유수 기관의 전시 라인업을 한데 모았다. 미술관, 미술축제, 아트페어, 한국 작가 해외전, 지역 미술, 개관으로 나눠 본 2025년 핫 플레이스다. 국내 미술계는 근현대 거장의 재평가와 함께 세계적 작가의 전시가 이어진다. 불황이 닥쳤지만 한국 작가는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지역 미술에는 지역성과 글로벌을 결합한 ‘글로컬리티’가 주목받는다. 개관을 앞둔 미술관은 건축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예정이다. 먼저 국내 미술관 소식을 전한다.

올해 국내 미술관에는 근현대 거장의 재평가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설 기획전이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일제강점기에서 2010년대까지의 한국 근현대미술을 조망하는 상설전이 과천과 서울에서 동시 개최된다.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은 아트선재센터와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추상조각가 전국광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반복과 집적의 방법론으로 ‘매스’가 지닌 조각 언어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 외에도 션 스컬리(대구미술관), 론 뮤익(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조안 조나스(백남준아트센터) 등의 해외 작가도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해외에서는 공동체를 주제 삼은 전시가 두드러진다. 미술관의 역할을 커뮤니티 형성, 사회 연대로 확장한 패러다임 전환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안젤름 키퍼(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는 인간의 유대와 결속을 오브제 콜라주로 재현해 왔다. 루스 아사와(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는 촘촘히 엮인 와이어 조각으로 공동체의 상호 작용을 형상화한다. 어윈 올라프(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는 노인, 어린이, 퀴어, 유색 인종 등을 조명한 사진으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홍콩 M+뮤지엄에서는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회고전이 열린다. 작가는 예술의 비판 정신을 내밀한 삶의 공간으로 전파해 왔다.

❷ 미술축제, 글로벌 더하기 로컬리티

다음은 2025년 미술축제 라인업이다. 최근 국내외를 아우르는 국제 미술전의 특징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로컬리티를 글로벌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글로컬리티’이다. 국내에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제일 먼저 미술축제 시즌을 개막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는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공동 감독으로 나선다. 문명화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떨치는 ‘신비주의’를 주제로 내세운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테마는 ‘황해를 넘어서’이다. 한국, 중국, 인도의 수묵작품을 한데 모아 수묵의 아시아성을 구축한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상-짓기’를 주제로 삼았다. 소수자, 공동체와 함께하는 커뮤니티 공예를 구상한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엠마뉘엘 드 레코테가 감독을 맡아 주제 선정과 큐레이터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세토 내해의 섬을 무대로 열리는 세토우치트리엔날레는 섬의 자연과 지역 공동체를 배경으로 지속 가능성과 환경 의식을 탐구한다. 55년 만에 오사카에서 열리는 오사카·간사이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슬로건으로 잡고, 공동체를 위한 첨단 기술을 조명한다. 리버풀비엔날레는 리버풀의 ‘기반암’과 ‘근본’을 동시에 의미하는 ‘베드록(Bedrock)’을 키워드로 삼는다. 도시화로 파괴된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헬싱키비엔날레는 ‘쉘터(Shelter)’를 주제로 식물, 동물, 균류 등 비인간의 관점에서 인류세를 바라본다. 이스탄불비엔날레는 ‘자기 보존과 미래’를 모티프로 불안한 정치,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과 지역 예술가의 연대를 모색한다.

미술관
미술축제

❸ 아트마켓, ‘숨은 보석’을 만나는 자리

2024년 미술시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찬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기회는 곧 위기다. 하락장에는 거품이 꺼지고, ‘진짜’만 살아남는다. 올해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뭐니 뭐니 해도 한국 미술시장의 하이라이트는 9월 키아프 & 프리즈. 작년 두 행사는 동시 개최 연한이 2년 남은 가운데, 계약 연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한국 미술시장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번 아트위크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주요 로컬 아트페어는 매력적인 지역색이 가미된 ‘숨은 보석’을 만나는 자리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디아프, 아트부산, 화랑미술제 in 수원, 울산국제아트페어 등이 참여 갤러리를 모집하며 준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젊은 감각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아트페어도 있다. 아트오앤오, 아시아프, 어반브레이크, 더프리뷰성수, 디파인서울, 더아트프라자는 기존 미술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신진 작가, 실험적인 작업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

해외 아트페어는 글로벌 미술시장의 판도를 읽는 핵심 무대다. 그중에서도 아트바젤과 프리즈는 아트마켓은 물론, 동시대미술의 트렌드를 점치는 가늠좌 역할을 해왔다. 아트바젤은 홍콩(3. 26~30 홍콩컨벤션센터), 바젤(6. 17~22 메세바젤), 파리(10. 21~26 그랑팔레), 마이애미(12. 5~7 마이애미비치컨벤션센터)에서 전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을 잇는다. 프리즈는 장터와 함께 열리는 공공미술 축제가 큰 볼거리다. 로스앤젤레스(2. 20~23 산타모니카공항)에서 시작해 뉴욕(5. 7~11 더쉐드), 아모리쇼(9. 5~7 뉴욕 자비츠센터)를 거쳐 런던&마스터즈(10. 9~13 리젠트파크)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아시아에서는 타이베이당다이(5. 9~11 타이베이세계무역센터), 도쿄겐다이(9. 11~14 퍼시피코요코하마), 아트컬래버레이션교토(11. 14~16 교토국제컨퍼런스센터)가 차례로 열린다. 유럽의 대표 아트페어로는 브라파아트페어(1. 26~2. 2 브뤼셀 엑스포), 테파프 마스트리흐트(3. 13~20 MECC), 아트쾰른(11. 6~9 쾰른메세)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최대 아트페어 1-54마라케시(1. 30~2. 2 라마무니아)도 놓쳐선 안 될 행사다.

❹ 한국 미술 해외전, ‘K-아트’의 저력

미술시장 침체에도 한국 미술은 빛난다. 세계 유수 미술관, 갤러리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K-아트’의 저력을 과시하는 라인업을 펼친다. 먼저 해외 미술관 개인전이다. 뮤지엄 전시는 글로벌 미술씬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증표다. 이진주와 천경우가 각각 홍콩, 팔마에서 지난달 개인전을 열었다. 양혜규는 댈러스 내셔조각센터, 쿤스트할로테르담, 취리히 미그로스현대미술관, 세인트루이스현대미술관 등 4개 기관에서 내년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이 외에도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선 김(뉴욕 휘트니미술관), 강서경(덴버현대미술관), 김아영(베를린 함부르크반호프), 이불(홍콩 M+뮤지엄), 정영선(베니스 프로쿠라티에 베키에), 서도호(런던 테이트모던), 구정아(루마아를), 김윤철(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전소정(런던 더쇼룸) 등이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해외 미술관 전시가 주로 중견 작가로 채워졌다면, 갤러리에는 젊은 작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갤러리 개인전 개최는 세계 무대에서의 시장성을 입증했다는 보증이다. 이목하(런던 카를로스/이시카와)는 청춘의 불안을 유화로 번역한다. 피정원(도쿄 갤러리하야시+아트브리지)은 동양화의 먹과 서양화의 블랙 젯소를 섞는 매체 실험으로 심연에 접근한다. 최유정(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은 현대인의 소외와 억눌린 욕망을 그리며, 박가희(페로탕 파리)는 연인 간의 에로스를 정물화 기법으로 옮긴다. 이 외에도 심문섭(페로탕 뉴욕), 이슬기(버밍엄 이콘갤러리), 백현진(로스앤젤레스 타냐보낙다르갤러리), 김민정(생폴드방스 매그재단미술관)의 개인전이 막을 올릴 예정이다.

아트페어
한국 미술 전

❺ 지역 미술, 글로컬리티의 비전

최근 지역 미술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각 거점 미술관에서는 미술사 발굴과 지역 작가 조명 전시로 로컬리티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갤러리는 로컬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수도권과 해외 무대 진출에 힘쓰고 있다. 올해에도 지역 미술 연구를 기반으로 한 주요 전시가 이어진다. 대구미술관은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대구 미술사를 조망하는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과 당대 미술씬의 전개를 되짚는 <1980년대 대구미술>로 새해 문을 열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백야, 사랑과 미에 대하여>전은 1900년대 철도 건설과 미술교사의 활동이 토대가 된 대전 미술씬의 형성기를 돌아본다. <문신과 사람>(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전은 조각가 문신과 주변 작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마산 미술사의 퍼즐을 완성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전시도 뜨겁게 펼쳐진다. 심문필(갤러리신라 대구), 강종열(전남도립미술관), 권영석(경남도립미술관), 장용근(대구미술관), 이강소(대구미술관), 송필용(광주시립미술관), 김선두(전남도립미술관) 등이 고향을 찾는다. 지역의 영 아티스트를 발굴, 지원하는 전시도 돋보인다. <N 아티스트>(경남도립미술관)전은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를 선정했다. 김현태, 박기덕, 박준우, 방상환, 장두루 등이 참여한다. <지역 청년 작가전: 넥스트 코드 2025>(대전시립미술관)전은 대전 미술의 대표 등용문이다. 김민채 송상현 신용재 이성은 이지연 임윤묵 인영혜가 이름을 올린다. <생생화화>(수원시립 아트스페이스광교)전은 경기를 근거지로 삼는 젊은 작가를 위한 무대. 지난 1월 공모를 시작해 3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❻ 개관, 새 공간 새 물결

올해는 새롭게 문을 여는 미술관과 재개관한 공간이 대거 등장한다. 새 공간이 열리면 미술인의 활동 범위도 함께 늘어난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고, 다양성이 확대된다. 미술계의 새로운 생태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강릉 솔올미술관이 위탁 운영을 마무리하고 강릉시립미술관 솔올로 개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공립 미술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미디어아트에 특화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사진미술관은 개관전 <광채>를 열고 한국 사진의 선구자 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서서울미술관은 ‘호흡’을 주제로 연례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10월에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센터의 서울 분관이 개관한다.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건축을 맡았다.

해외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포인트는 그들의 미션만큼이나 흥미로운 건축과 디자인이다. 나오시마는 작은 섬에 미술관이 즐비한 ‘아트아이슬랜드’다. 올봄 안도 타다오가 나오시마의 자연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나오시마신미술관이 문을 연다. 뉴욕과 베니스, 빌바오에 거점을 둔 구겐하임미술관은 이번에 아부다비로 향한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사디야트섬을 배경으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2022년 뉴욕 뉴뮤지엄은 전시 공간 증축과 레지던시 공간 확보를 위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 공사가 드디어 올해 마무리된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가 미래주의 건축을 반영했다. ‘블랙아트의 산실’인 뉴욕 할렘스튜디오미술관도 연말까지 이전이 완료될 예정이다. 재개관 첫 전시로 1968년 개관전의 주인공이었던 톰 로이드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신년은 지난 결실을 맺는 해이자, 도전의 시간이다. 동시대성을 반영한 키워드가 국내외 전시를 관통하며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술공간과 비엔날레, 아트페어는 글로벌 아트씬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간다. 지역 미술부터 국제 무대까지, 예술의 경계는 점점 유연해지고 확장해 나아간다. 새롭게 문을 여는 미술관은 각 공간의 미션과 동시대성을 연결해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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