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미술상 총출동
3개의 신규 미술상이 예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킨다. ACC 미래상,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아마도작가상이 그 주인공이다. 제정 첫해인 만큼, 각 어워드의 정체성이 톡톡히 드러난다. 먼저 ACC 미래상은 이름에 걸맞게 ‘기술’을 매개한 융복합 예술을 후원하고,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은 금속, 도자, 유리, 섬유 등 장르를 불문하고 공예 문화의 ‘발전’을 도모한다. 아마도작가상은 동시대 젊은 작가의 ‘실험성’에 주된 초점을 맞췄다.
강석근 <지구의 언어> 느티나무, 옻, 황동 외 혼합재료 48.5×40.5×21.5cm 2023
최첨단 영상부터 목공예, 퍼포먼스까지
ACC 미래상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격년으로 주최한다. 오늘날 복잡하게 얽힌 디지털 문화와 예술의 관계에서 ‘미래성’을 탐구하는 아티스트를 뽑는다. 15명의 국내외 전문가가 1차로 작가를 추천하고, 그중 4명의 작가에게 포트폴리오를 받아 최종 1인을 선정한다. 수상자는 1,560㎡ 규모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1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3억 원의 작품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지원 규모부터 화제를 모았던 ACC 미래상의 첫 번째 주인공은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1979년생). 그는 영상, VR, 게임 엔진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주, 자본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을 비선형적이고 다층적인 서사로 풀어내 왔다. 여기에 고고학, 미래주의 등 공상 과학적 상상력을 더해 몰입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번 수상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는 팬데믹 시기 시스템이 둔화한 세상에서 배달 기사만이 ‘빠름’으로 생산성을 입증해야 하는 현상에 의문을 느껴 제작했다.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은 한국 1세대 현대공예가 유리지(1945~2013)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와 유리지공예관, 서울공예박물관이 뜻을 모아 제정했다. 먼저 서류 심사로 20점의 결선 진출작을 정하고, 실물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작 1점을 꼽는다. 나무, 도자, 유리, 종이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작가 중, 목공예가 강석근(1969년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강석근은 2~3mm 두께로 얇게 제작한 목기에 자연의 유려함을 담아왔다. 수상작 <지구의 언어>(2023)는 작가의 시그니처 기술인 ‘옻칠 열 경화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나무 특유의 갈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건조와 깎기를 오랜 시간 반복하고 옻칠한 후, 250° 가마에 구워 습도에 민감한 목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작가는 부상으로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심사위원 자격과 파리 시테 레지던시(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3개월 입주 기회 등을 지원받는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강석근의 작품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 20점을 기념전 형식으로 10월 3일까지 전시한다.
김무영 <Bimanual>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2024
아마도예술공간은 10년간 이어온 ‘아마도사진상’을 ‘아마도작가상’으로 개편했다. 사진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벗어나 시각예술의 모든 장르를 대상으로 삼는다. 추천 위원단은 아마도예술공간의 기존 공모제 ‘아마도기획상’과 ‘아마도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에 선정된 기획자, 비평가, 작가 등으로 꾸려진다. 추천제로 뽑힌 1인의 수상자에게는 개인전 지원금 1천만 원이 지급된다. 첫 수상자 김무영(1995년생)은 욕망, 불안, 무의식 등 인간의 불완전한 감정과 몸짓을 사진, 영상 매체로 담아왔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리거나 카메라의 인지 오류를 이용해 기묘한 화면을 연출한다. 수상 기념전이자 두 번째 개인전에서 김무영은 기존 작업에 퍼포먼스를 접목해 퍼포머의 즉흥성과 자유분방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Lawyer>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