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미술상, 화제의 얼굴들

왼쪽부터 · 정점식미술이론상(김미정), 박수근미술상(손기환), 서울예술상(김옥선), 장두건미술상(이겨레), 프리즈서울아티스트어워드(야광), 종근당고촌예술지상(염지희, 박그림, 김명찬), 박동준상(염지혜), 일우미술상(요이), 김세중조각상(홍순모), 로에베공예상(박종진)

상반기에 발표된 국내외 미술상의 주역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각, 회화, 공예, 미디어아트, 미술이론과 출판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무대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와 연구자들의 활약을 짚어본다.

먼저 김세중기념사업회는 제40회 김세중조각상에 홍순모(1949년생), 제37회 김세중청년조각상에 문이삭(1986년생), 제29회 한국미술저작출판상 부문에는 혜화1117 대표 이현화(1970년생)를 선정했다. 본상 수상자 홍순모는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실험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가는 한국 불상을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한 조각을 선보여 왔다. 심사위원단은 홍순모 조각을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작가적 진정성과 아우라를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문이삭은 3D 모델링을 활용해 가상과 현실, 사물과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각의 새로운 물성을 탐구해 왔다. 출판상부문에 뽑힌 이현화는 미술사학자 박정혜의 『조선시대 궁중기록화』(2024)와 『조선시대 사가기록화』(2022)를 출간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저서는 조선시대 궁중회화와 양반들이 남긴 사가기록화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22회 장두건미술상은 이겨레(1987년생)가 차지했다. 작가는 선천성 백내장 수술이라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기억과 역사, 공동체의 문제를 작업으로 다뤄왔다. 근작 <Figurative>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구상회화 작가들을 한데 모은 가상 집단 초상화다. 미술사에서 누락된 존재들을 호출함으로써 역사의 단절과 계승에 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심사위원회는 이러한 태도가 장두건 화백의 예술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자는 창작 지원금 8백만 원과 포항시립미술관 개인전 기회를 가진다.

이어서 일우미술상이다. 제16회 수상은 요이(1987년생)에게 돌아갔다.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제주 바다와 해녀 공동체의 삶을 모티프 삼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을 제작한다. 대표작 <내가 헤엄치는 이유>는 수영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2009년 일우사진상으로 출범하여 사진 중심 공모전이었던 일우미술상은 2024년 개편되어 신진 혹은 중견 작가 1인을 선정한다. 수상자는 작품 제작비 3천만 원과 리서치 트립 항공권 3천만 원을 지원받는다.

이겨레 <Figurative> 캔버스에 유채 193.9×259.1cm 2020 포항시립미술관 제공

신진, 중견 작가부터 미술이론가까지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종근당고촌예술지상도 제15회 수상자를 발표했다. 선정 작가는 김명찬(1992년생), 박그림(1987년생), 염지희(1985년생) 3인이다. 김명찬은 철판과 에어브러시를 활용해 인물과 신체를 회화로 표현해 왔다. 박그림은 불교회화와 퀴어적 정체성을 결합한다. 염지희는 양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 사건을 담은 흑백사진을 콜라주해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종근당예술지상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에 출범한 종근당고촌예술지상은 종근당과 한국메세나협회가 신진 작가의 창작과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 작가는 총 3천만 원의 창작 지원금과 선정 작가전 개최 기회를 제공받는다.

양구군은 제11회 박수근미술상을 손기환(1956년생)에게 수여했다. 작가는 이념 대립의 비극을 의성어와 말풍선 등 팝아트의 문법으로 유쾌하게 해석해 왔다. 박진흥 명예관장은 “시대는 달라도 결국 예술이 향해야 하는 곳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손 작가의 작품에서 다시금 느낀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박수근미술상은 『동아일보』, 『강원일보』가 주최,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해 박수근의 예술정신을 계승하는 작가 1인을 꼽는다. 창작지원금 3천만 원을 제공한다.

제5회를 맞은 박동준상 미술부문은 염지혜(1982년생)가 거머쥐었다. 그는 과학 기술, 생태, 역사, 지정학적 위기 등 복합적인 동시대 이슈를 영상과 설치로 번역해 왔다. 최근에는 회화와 드로잉으로 작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사운드와 문학 등 서로 다른 매체, 자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구성력, 그리고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안에 대한 예술적 응답을 높이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2020년 발족한 박동준상은 패션디자이너이자 문화예술 후원자였던 박동준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상금 2천만 원.

다음은 미술이론 분야다. 대구미술관 주관 정점식미술이론상이 올해 5회째 맞았다. 미술사학자 김미정(1964~2019)과 근현대미술연구소가 공동 수상했다. 수상작 『국가주의 모더니즘―산업화 시대의 미술』(2025)은 김미정의 연구와 미발표 원고를 정리해 출간한 유고집이다.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민족기록화, 미술시장과 감정 등 폭넓은 주제를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연구했다. 심사위원단은 “한국 미술을 국가 주도의 근대화 프로젝트와 연결하여 해석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 연구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한 연구자의 미완의 사유를 학계의 자산으로 복원한 연구소의 노력 역시 중요한 선정 이유”라고 밝혔다. 정점식미술이론상은 미술이론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단행본을 발굴하는 상이다. 상금은 2천만 원.

프리즈 서울(2025) '프리즈 라이브' 야광 퍼포먼스 전경, 프리즈 제공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4회 서울예술상의 시각부문 수상 소식도 화제가 됐다. 최우수상의 주인공은 김옥선(1967년생)이 차지했다. 작가는 아시아 여성과 이방인, 자연 등에 주목해 왔다. 그의 개인전 <옥선 혜림 인선>(국립현대미술관창동레지던시 2025)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살아온 세 여성의 삶을 인터뷰와 아카이브, 사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역사 속 주변화된 여성을 무대로 소환했다. 포르쉐프런티어상은 김세은(1989년생)에게 돌아갔다. 그의 수상작 <타면 나타나는 굴>(뮤지엄헤드 2025)전은 터널과 도로 등 도시 교통을 소재로 삼아 토건 개발과 인프라 변화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벽화, 회화 등으로 풀어냈다. 올해 신설된 스팍포커스상은 포킹룸의 <레프트 테크>(탈영역우정국 2025)가 수상했다. 포킹룸은 예술과 기술, 사회의 접점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서 전시, 출판, 워크숍, 토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레프트 테크>는 기술을 생산성과 효율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과 권력, 자본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살폈다.

프리즈 서울은 아티스트어워드 수상자로 콜렉티브 야광을 선정했다. 김태리와 전인으로 구성된 야광은 젠더, 노동, 신체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영상, 설치, 퍼포먼스로 탐구해 왔다. 수상작 <Facade Zone>(2026)은 아트페어 부스의 가벽을 해체, 재조립한 장소특정적 설치물이다. 작품 곳곳에 한국 불화에서 차용한 요소를 라텍스와 금속으로 구현한 조각을 배치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프리즈서울아티스트어워드는 한국 작가에게 커미션 작업과 국제 무대 진출을 지원하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공예계에서 최고 권위를 지니는 로에베재단공예상은 박종진(1982년생)에게 돌아갔다. 수상작 <Strata of Illusion>(2025)은 도자 슬립을 입힌 종이를 층층이 쌓아 올린 뒤 고온의 산화 소성을 거쳐 만들었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뒤틀림과 균열로 재료를 통제하려는 작가의 의지와 예측 불가능한 물성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에서 도자와 조각,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성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제9회를 맞은 로에베재단공예상은 공예를 동시대 시각 언어로 확장하는 작가를 발굴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만 유로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