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의 술래잡기
독일 포토그래퍼 비르테 피온텍(Birthe Piontek, 1976년생). 그는 인간의 탄생과 성장, 노화와 죽음, 존재와 부재를 주제로 촬영해 왔다. 그의 작품 소재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벗, 연인, 가족 등과의 관계에서 포착한 심리적 순간이다. 작가의 대표작 <Abendlied> 시리즈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의 일상을 기록한 연작이다. 아련한 청춘의 추억,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든 어머니, 가족의 희노애락, 손때 묻은 기억의 유산,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사물….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희미하게 남아있던 옛 시간과 다시 만난다. 그는 사물의 의인화, 사람의 사물화와 같은 사진 문법으로 낯설게 하기, 이른바 소격 효과를 노린다. 담담하고 차분한 정조 뒤에는 비밀스런 여운이 남는다. 일탈, 욕망, 방황, 위기, 전복, 결핍, 과잉, 소멸, 희망…. 피온텍의 사진은 고통이나 슬픔의 정서와는 다르다. 독일어로 ‘저녁의 노래’를 의미하는 작품 제목처럼, 사라질 모든 존재에게 건네는 고요하고도 묵직한 위로다.
양초 하나 막 꺼진 몸, 아직도 따스한 체온. 그을음 하나로 갈라진 또 하나의 나. 우리, 숨을 멈춰도 둘이라 외롭지 않네….
꽃무늬 손거울 하나로 얼굴을 가린다. 비밀스런 내 표정은 어느 꽃을 닮았을까. 거울 속에서 새어 나오는 꽃의 미소.
베일 속 세상으로 우리는 숨었다.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이 오늘의 놀이인 것처럼. 술래에게 던지는 능청스러운 시선.
우리는 몸을 포개고 포개어 서로를 껴안는다. 얇은 망사 막을 걸쳐 우리만의 방을 꾸민다. 꽃무늬 속살 살포시 드러내는….
두 다리 붙어 하나된 몸. 엇갈린 시선으로 머나먼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선다. 세상과 부딪히더라도 우리는 하나!
섬광처럼 번쩍이는 불꽃, 청춘의 욕망은 타오른다. 신기루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아르카디아…. 불꽃 웃음 터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