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라면…
당신이 함께 있어 정말 행복해요. <I’m So Happy You Are Here>(5. 24~9. 7 포토그래피포럼프랑크푸르트)는 여성 사진가의 눈으로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개인의 소소한 기억을 필름 위에 되살려 낸다.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일본 사진사에서 비주류에 머물렀던 여성 포토그래퍼 26인의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시우치 미야코, 가와우치 린코, 카타야마 마리 등 당대의 포토그래피씬을 대표하는 사진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창백한 빛, 텅 빈 방, 망가진 사물와 같은 오브제에서 노인, 혼혈인, 성 노동자, 트랜스젠더 등의 소수자까지…, 사회가 외면해 온 아브젝트(abject)의 형상을 응시한다. 주변으로, 절벽으로 내몰린 존재의 초상은 시간이 멈춘 폐허처럼 공허하다. 그러나 사진은그 틈을 환대의 시선으로 채운다. 전시에서 이들은 향기로, 온기로, 생기로 가득하다. 세상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은 없다. 차이가 만들어내는 화음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혼자가 아니다. 투명한 빛살 포근히 너를 물들이고, 살랑이는 바람이 머리를 빗겨주는 사이. 저 멀리 벗의 마음도 빛, 바람 타고 어깨를 내준다.
하늘을 달리던 빗물도, 대지를 기던 흙탕물도, 시궁창을 굴렀던 고인 물도… 우리는 바다 되어 서로를 껴안으리. 이글거리는 백일에 윤슬 반짝이고, 거센 풍랑에 파도 꽃 피워내리니.
햇살 한 줌 기댈 수 있다면 나 세상을 저 끝까지 오르겠다. 서로를 꼭 쥔 손 있다면, 어디라도 함께 솟으리니. 어둠 속 모든 시간이여! 너를 넘으리라.
어둑한 내리막길. 혼자라면 휘청였을 순간, 기댈 품 있어 다시 하루를 내디딘다. 눈부신 오르막길. 혼자라면 눈감았을 찰나, 그늘 되어준 품 있어 다시 내일로 나아간다.
검은 루즈는 불온한 아름다움의 깃발. 어둠을 살아온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낡은 기억, 잊힌 얼굴. 그 굳은 뺨에 타는 입술을 맞추리. 함께라면 지우지 않으리.
웅숭그린 옛 수영장. 들풀 홀로 뿌리내리는 곳. 들꽃 혼자 향기 머금는 곳. 메마른 자리에서 피어난 희망은 더 단단하다. 마음의 물안개 온몸으로 맞으며 다시,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