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차현욱
<난제의 숲> 한지에 안채, 호분 80.3×65.1cm 2023
차현욱은 ‘기억’을 몽환적인 풍경화로 그려낸다. 과거가 온전한 모습으로 현재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생략, 왜곡, 과장된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한 지역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여러 곳을 옮겨 다닌 배경은 기억의 불완전성을 탐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청소년기에 부모님을 따라 거주지를 두 번 옮기고, 대학 졸업 후에는 전국 일주와 네팔 여행을 떠났다. 대구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다가 2019년 서울로의 이주를 단행했다.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려면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변화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작가는 스스로 이방인이라 여기고 작업의 전환점을 개척해 갔다. 생활 터전이 바뀔 때마다 낯선 상황에 적응해야 했고,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퐁당> 한지에 안채, 호분 45.5×38cm 2023
그렇게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수집한 ‘기억의 조각’으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장면을 완성했다. 현실의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하고, 시공을 초월한 여러 기억을 조합해 환상적인 풍경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에서 군집을 이루는 덩어리들이 바로 이 ‘기억 조각’이다. 이들은 한곳에 모여있지만 서로에게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윤곽선을 두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기억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경계에는 가느다란 빈틈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불완전한 전체를 이룬다. 여기서 질문이 생겨나고, 어떤 것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탄생한다. 우리 시대의 여백은 고요와 평온이 아닌, 가느다란 경계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두꺼운 장지를 힘주어 눌러 자국을 남기거나 마른 갈필로 채색해 여러 겹의 색층을 쌓는다. 전통 산수화에 독창적인 표현을 접목해 동양화의 새 지평을 열어간다. / 이현 부편집장
차현욱 / 1987년 부산 출생. 경북대 한국화전공 학사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 부산 갤러리플레이리스트 (2023), 예술공간의식주(2022), 대구문화예술회관(2018) 등에서 개인전 개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4) 입주 작가. 올해 5월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