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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과함께춤을

페레스프로젝트서울,베이롤히메네즈아시아개인전

2022/12/09

베이롤 히메네즈는 멕시코의 자연, 역사, 신화를 주제로 강한 에너지를 응축한 그림을 그린다. 최근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 그의 한국 첫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10. 28~12. 2)이 열렸다. 조지프 캠벨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1949)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신작을 공개했다. 신화의 영웅이 주로 남성으로 묘사된 점을 꼬집고 인간, 동물, 식물이 뒤엉킨 모호한 생명체를 상상했다. /

— 한국 첫 개인전이다. 소감이 어떤가? 2017년 난지창작스튜디오의 국제 레지던시 11기 작가로 입주하고, 한국에서 아내에게 프로포즈(!)했다고도 들었다. 공적, 사적으로 특별한 도시인 만큼, 이번 전시의 의미가 남다를 듯한데.

Bayrol 서울은 내게 아주 특별하다. 한국과 멕시코 문화에는 공통점이 많다. 서울에서 시간을 보낼 때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배우려 노력한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예술동향에 활짝 열려있는 서울에서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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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DanceoftheTwoTotems>캔버스에유채180×140cm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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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fulSpirit>캔버스에유채180×140cm2022

인간 존재의 기원

— 이번 전시에 신작 대형 페인팅 9점을 선보였다. 한국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출품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Bayrol 내 작업의 요체는 ‘상상’이다. 그림은 언제나 미스터리하다. 나는 특정한 형상을 염두에 두기보단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그려 넣는다. 각각의 이미지를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전부 다르다. 화면에 뭘 추가해야겠다고 느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캔버스를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내 작업은 내가 공부하려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철학, 신화, 종교…, 즉 ‘인간 존재의 기원’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에 명쾌한 답을 준다. 어렸을 적 나는 신기하고 환상적인 영웅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커가면서 이 이야기들이 대중문화 산업에서 단지 오락용 패스티시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가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고대 그리스, 바빌로니아, 우파니샤드 이야기만큼 풍부하게 만드는 정보와 지식을 가졌다는 건 행운이다. 관객은 내 작품의 제목에 따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나는 관객에게 너무 많은 힌트를 주고 싶지 않고, 페인팅이 그저 ‘열린 문’이 되길 바란다. 내가 사실적인 방식으로 그리지 않는 이유다.

— 당신 작품은 파워풀한 컬러, 파괴적인 형상, 상징적인 이미지가 특징이다. 강한 에너지가 화면에 흘러넘친다. 벽화나 그라피티아트 같은 느낌도 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가? 영향받거나 좋아하는 작가는?

Bayrol 만화나 팝 컬처의 형식을 차용한다.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땐 스스로 제도사라 여겼고, 컬러는 매우 유기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술대학의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서 활동 초기에는 남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나는 헨리 다거, 어거스틴 레쥬, 조지프 크레핀, 수잔 테 카후랑기 킹 같은 독학 예술가를 존경한다. 마법의 창조자(앙드레 브르통) 혹은 아르브뤼의 화가들(장 뒤뷔페)…. 이들은 직관에 이끌려서 작업한다. 또한 조 베어, 리 로자노, 토옌 등의 작업에 감동받고 멘토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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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FlowerVase> 캔버스에유채 180×140cm 2022

— 특히 이번 출품작들에 뱀 이미지가 여러 번 등장한다. 뱀은 아시아 샤머니즘이나 한국의 제주도 전설에서도 친숙하게 다뤄지는 동물이다. 당신 작품과 연관해 멕시코의 흥미로운 신화를 듣고 싶다.

Bayrol 철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뱀이 혼돈 또는 인간 앞에 놓인 세계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뱀은 많은 문화에서 상징적인 동물이다. 고대 우주론에서 세계는 괴물이나 용(뱀)의 희생으로 탄생했으며, 제주나 메소아메리카 신화의 뱀은 우리가 숭배해야 하는 신으로 인식된다. 그들이 케찰코아틀(Quetzalcoatl)처럼 우리를 보호하고, 빛을 가져다주며, 태양을 나타내서다. 또 인간 고유의 능력인 사유를 암시하기도 한다. 오악사카의 믹스테코스에는 옥수수에 얽힌 신화가 있다. 가난하지만 겸손한 남자와 부유하고 잘생긴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장인어른은 가난한 남자의 수확을 축복하길 거부했으나, 남자는 아내와 동물의 도움으로 풍년을 맞는다. 이에 장인어른은 어쩔 수 없이 남자를 축복하고, 부유한 남자는 저주를 받아 뻐꾸기로 변한다. 나는 이 신화에 착안해 작품 <The Spirit of the Corn Seeds>를 완성했다.

— 현대인에게 자연은 아련한 향수와 미지의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당신에게 자연은 어떤 존재인가?

Bayrol 자연은 광대한 힘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이해하려 노력해 왔다. 자연은 생명을 가져오기도, 파괴하기도 한다. 많은 신화에 등장하는 홍수를 떠올려 보라. 오늘날 인간은 자신들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오만한다. 자연을 무시하고, 우리가 같은 집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자연의 중요성과 인간, 식물, 자연의 관계를 인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 당신을 그림 그리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Bayrol 약간 칸트주의자 같달까, 내 영혼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개념과 형태의 조화로 탄생한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순수한 화가들을 공경하고 그들과 같은 길을 걸으려 애쓰지만, 내 도구를 사용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일들엔 서투르다.

— 마지막으로 이번 개인전 이후 활동 계획을 알려달라.

Bayrol 최근 파리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지금까지의 스튜디오는 조금 작았지만, 페레스프로젝트는 내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다양한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줄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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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롤히메네즈(BayrolJiménez)/1984년오악사카출생.멕시코시티에스메랄다국립회화조각학교니스빌라알슨내셔널슈페리어스쿨오브아트졸업.페레스프로젝트베를린(2022),과달라하라파라모(2019),함부르크14a(2018),오악사카요프프로젝츠(2018),뉴캐슬노스쉴드역(2015),라이프치히뒤캉갤러리(2014),멕시코시티갤러리루이스아델란타도(2014)등에서개인전개최.현재오악사카에서거주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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