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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정의로운악동

BB&M갤러리,알렉스도지한국개인전

2023/04/17

Intervention

<Intervention>캔버스에유채,아크릴릭137.2×182.9cm2023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아메리칸 페인터 알렉스 도지(Alex Dodge). 작가는 3D 디자인 프로그램과 일본 전통판화 기법을 접목해 통통 튀는 캐릭터와 의미심장한 문구를 그린다. 발랄한 화면에는 위기의 시대를 향한 경고 메시지가 숨어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실과 가상,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 ‘밸런스 게임’을 벌이는 작가. 그가 국내 첫 개인전 <퍼스널 데이>(4. 1~5. 20 BB&M갤러리)를 연다. 개막에 앞서 전시 소감과 그의 예술관을 들었다. / 김해리 기자

—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찾았다. 2022년에는 BB&M갤러리의 기획전 <드림 라이프>를 계기로 서울을 방문했다.

Dodge 인천공항에서 시내 중심부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아시아의 여타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숙했지만, 서울 곳곳을 탐방하며 독특한 미감을 발견했다. 디자인과 건축에서 느껴지는 산뜻함과 경쾌함. 아시아 아트씬의 진정한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기관이 헌신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당신은 글로벌 아트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한국 관객에겐 ‘뉴 페이스’다. 자기소개 시간을 가져보자. 어쩌다 예술의 길에 들어섰나?

Dodge 진리를 좇다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 같은가? 내가 찾은 답은 예술학교에 가서 그림을 공부하는 거였다. 뉴욕에 막 온 직후, 낮엔 갤러리에서 일하고 밤과 주말엔 브루클린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갤러리 디렉터까지 맡기도 했다. 끝까지 아트딜러로 살아갈 줄 알았건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무분별한 투기로 젊은 예술가의 커리어가 망가지는 걸 보며 예술계에 실망했다. 어쩌면 ‘기술’이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코딩을 배우러 대학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거다.

All You Can Eat

<AllYouCanEat>캔버스에유채,아크릴릭152.4×101.6cm2023

Bedtime for Democracy(Sweet Dreams)

<BedtimeforDemocracy(SweetDreams)>캔버스에유채,아크릴릭91.4×121.9cm2023

유머의 역설, 현실의 비상 탈출구 — 미술계로 막 입성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보자. 당신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순수회화, 뉴욕대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당시 미국 동부 아트씬의 분위기는? Dodge 그때 예술계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갤러리가 취급하는 작품의 범위와 사이즈는 더 다양했던 거 같다. 2008년 주택 시장이 대폭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소규모 프로그램, 중형 갤러리, 미술시장의 큰손 플레이어가 훨씬 균형 잡혀있었다. 그런데 학교를 갓 졸업한 영 아티스트 입장에선 그 미술시스템이 폐쇄적으로 느껴졌다. 예일대나 컬럼비아대의 ‘골든 트랙’을 밟지 않고서는 갤러리에 들어갈 기회가 없는 듯했다. 지금은 다양한 돌파구가 생겨 상황이 나아졌다. 한편, 작업 경향으로 보자면, 1980~90년대 포스트 개념주의의 유령 혹은 메아리가 남아있었다. ‘네오-지오(Neo-Geo)’로 포섭되는 피터 핼리, 로스 블레크너, 애슐리 비커튼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나는 비커튼의 작업 세계를 재발견해 흥미롭게 보고 있다.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

— 도쿄와 뉴욕. 당신의 두 ‘거점’이다. 거대 도시를 점프해 다니며 사는 삶은 어떤가?

Dodge 도쿄는 모든 걸 끌어들이는 뉴욕의 ‘중력’에서 도망칠 수 있는 탈출구다. 뉴욕에서는 불가능했던 명상의 시간에 빠지기도 한다. 아, 그리고 두 도시는 매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각 환경을 흡수한 듯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한다.

— 말랑말랑한 캔디 컬러,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다.그런데 실제로 작품을 보면 마티에르가 두드러진다. 때로 의미심장한 문구가 쓰여있기도 하다. 기분 좋은 ‘긴장’을 담고 있는데.

Dodge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문화적 풍경을 담는 데 ‘유머’와 ‘모순’이 중요하다. 유머에 묻어나는 씁쓸한 정서랄까? 이 역설이 현실을 초월하는 비상 탈출구를 연다고 믿는다. 표면 질감 역시 핵심 요소다. 물감 그리고 물질적 과정에 대한 애정. 이게 화가로서 내 뿌리이다. 지금 세상은 평평하고 매끈하고 중립적인 스크린에 갇혀있다. 나는 내 작품이 ‘물리적인 목소리’를 가지길 바란다. 내 작업 대부분은 물질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의 ‘협상’에 관한 것이다.

Taking the Day Off

<TakingtheDayOff>캔버스에유채,아크릴릭121.9×182.9cm2023

— 듣고 보니 당신의 그림은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서 ‘밀당’하는 듯 보인다.

Dodge 한동안 텍스트로 여러 실험을 이어 나갔다. 텍스트의 본래 의미와 그것이 회화로 변환됐을 때의 차이가 만드는 모순을 탐구했다. 가령 헬베티카 폰트로 ‘Catastrophic System Failure’를 쓰면, 글쎄, 어깨를 으쓱하며 지나치지 않을까? 반면 같은 텍스트인데도 촉각적인 질감을 부여해 베개처럼 빵빵하게 부풀리고 다이내믹한 컬러로 그린다면? 이런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잠깐, 뭐라고? 여기 앉아봐. 우리 자본 시장, 생태계,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 이건 당면한 위기의 시대를 잠시나마 숙고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 그림의 주인공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딘가 낯익지만, 신원 불명의 이 캐릭터들은 누구인가?

Dodge 이들은 2019년부터 그림에 등장했다. 원래는 마네킹처럼 직물과 의복을 탐구하는 방법의 일환이었다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진화했다. 이들은 귀엽지만 동시에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캐릭터는 관객이 작품에 감정적으로 쉽게 동화되도록 ‘무장 해제’를 돕는다. 아마 세서미 스트리트, 디즈니 등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 3D 프로그램을 ‘작업 도구’로 쓰는 과정이 궁금하다.

Dodge 맨 처음엔 연필로 스케치하고 조금씩 단순화,도식화한다. 그다음엔 주제에 따라 캐릭터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등의 테크닉을 활용한다. 이걸 회화로 옮기면서 스텐실, 부조 블록 등 판화 기법을 도입한다. 앞으로도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 기술을 시도할 거다.

—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Dodge <New Oracle>. 메타버스에서는 람보르기니 소유자이지만, 현실에서는 열악한 트레일러에 살 법한 인간···. 이런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 올해 계획을 들려 달라.

Dodge 한동안은 가족과 뉴욕에 머무를 예정. 여름엔 9월 뉴욕에서 열릴 전시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 즐거운 대화였다. 다소 진지한 질문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다. 당신에게 ‘예술’이란?

Dodge 인간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는 문화다.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술가는 천천히 변화하는 문화를 이끌어갈 엔진의 심장이다. 시시한 우주에 생기를 불어넣고, 엔트로피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예술가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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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figcaption알렉스도지/1977년콜로라도출생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순수회화전공뉴욕대인터랙티브텔레커뮤니케이션석사졸업.도쿄마키파인아트(2021,2019),뉴욕클라우스폰니히트사겐트(2020,2018,2016,2010),뉴욕할시매케이갤러리(2017),그리넬벅스바움아트센터(2014)등에서개인전개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고흥군청(2024.11.01~
한솔제지(2024.11.13~)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