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테마 기행
비주류 장르에 주목한 전시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3. 6~7. 27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수채: 물을 그리다>(3. 21~9. 7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3. 20~6. 29 경기도미술관)가 그 주인공. 미술아카이브, 수채화, 목판화 등 ‘조연’으로 여겨지던 장르를 전시의 핵심으로 삼았다.

타카하시 켄타로 <곁에 머문 부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5_오키나와에서 일본군 ‘위안부’ 첫 증언자의 삶을 추적했다. 생전 거주지, 주변 인물 등을 사진에 담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의제인 ‘행동’을 미술아카이브로 풀이한 기획전이다. 전시는 세 파트로 나뉜다. ‘지연하는 기억’은 5·18민주화운동, 한국 LGBTQ+ 등의 기록을 수집, 재구성해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다. ‘목격하는 기록’은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의 생생한 증언을 눈앞으로 꺼내 관객의 마음에 미묘한 ‘정동’을 일으킨다. ‘던져지는 서사’는 기록물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회색 지대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김아영, 권은비,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등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작가군이 참여해 개인과 역사에 다리를 놓는다.

전현선 <나란히 걷는 낮과 밤> 캔버스에 수채 112×145.5cm 2017~18
<수채: 물을 그리다>전은 습작으로 간주되던 수채화작업을 독자의 미술장르로 설정한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채화 소장품 99점으로 구성했다. 1부 ‘색의 발현’은 박수근, 이중섭 등 ‘국민 화가’부터 서진달, 손일봉, 이인성 등 수채화를 주요 매체로 탐구한 화가의 작품을 선별했다. 2부 ‘환상적 서사’는 수채화에 초현실적, 표현적 감수성을 투영한 작품을 모았다. 맑고 투명한 매체의 특성을 강조하거나, 다층의 레이어로 멜랑콜리를 자아낸 김명숙, 김종하, 정기호 등의 수채화를 감상할 수 있다. 3부 ‘실험적 추상’에는 앵포르멜과 단색화 등 추상의 자장에서 수채작업을 전개한 곽인식, 박서보, 장발 등이 참여했다. 농도에 따라 번지고, 스며드는 수채의 ‘물성’을 드러냈다.

최경태 <나이 어린 노동자> 한지에 목판 58×50cm 1995
<한국현대목판화 70년>전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대목판화를 연대기별로 살폈다. 맹아기(1950~60년대), 정착기(1960~80년대), 활황기(1980년대), 실존기(1990~2020년대) 등으로 시기를 구분해 현대목판화의 미술사적 정립을 시도했다. 각 파트는 서정성, 실험 정신, 사회 비판, 존재론 등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김상구 류연복 손기환 홍진숙 등 67명 작가의 작품 300여 개를 망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