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디자인, 모두 내 것!
Art가 웹 사이트를 전면 개편했다. 껍데기뿐 아니라 알맹이까지 시원하게 갈아엎었다. 2011년 첫 웹 사이트를 개편하고 12년 만의 리뉴얼이다. 기존의 웹 사이트가 지면 기사를 홍보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새 웹 사이트는 온라인 플랫폼이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에 맞춰 독립성을 강화했다. 아트인컬처의 ‘디지털 버전’이라 봐도 좋다. 이를 위해 편집부는 지난해 초 온라인팀을 신설하고 한국 예술계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젊은 에디터 권태현, 개발자 겸 웹디자이너 박광은을 섭외해 1년간 리뉴얼 작업에 몰두했다. Art 웹 사이트의 새 시대를 함께 개막한 주역, 박광은을 만났다. / 이현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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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입구 99번출구> 2021_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에서 기획한 웹 전시.
― 아트인컬처와는 첫 인연이다. 그동안 미술, 디자인, 3D 웹,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왔는가?
Park 2020년 여름,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에 디자이너 & 개발자로 합류했다. 그곳에서 1년간 일하고, 독립한 지 1년이 넘었다. 이은솔 작가 개인전 웹 VR(itsstillalive.com (http://itsstillalive.com)), 푸하하하프렌즈 웹 사이트(fhhhfriends.com (http://fhhhfriends.com)) 디자인 및 개발, 배달의민족 을지로99번출구 기획 웹 사이트(euljiro-exit99.com (http://euljiro-exit99.com)) 등을 작업했다.
규칙의 세계와 취향의 영역
― 2011년 아트인컬처 웹 사이트 론칭 후 10년이 훌쩍 지났다.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한 만큼, 국내외 웹디자인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웹 사이트는 어떤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나?
Park 2011년쯤이면 아직 CSS(웹 사이트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언어)의 새로운 표준이 보편화되기 전으로, 다양한 레이아웃 연산이 쉽지 않았다. 피그마(Figma), 어도비XD 같은 전용 툴이 생겨나기도 전이고…. 기존 웹 사이트는 최대 폭이 좁고 섬네일이 규격화되어 전반적으로 정돈된 구조를 띠었다. 이런 모델은 디자인과 개발이 쉬워 10년 전 개발 언어의 상황을 감안하면 응당하지만, 이보다 실험적인 디자인 선례가 많은 오늘날에는 다소 오래된 느낌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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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 웹 VR 3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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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 웹 사이트
― 동감한다. 게시물을 다양한 형식으로 꾸미기 힘들고, 모든 기사의 섬네일 크기가 같아 차별성을 두기가 어려웠다. 새롭게 구상한 디자인 콘셉트와 주요 기능을 소개해 달라.
Park 기존 웹 사이트의 로고를 제외하고는 전부 재구성했다. ‘Art’ 세 글자로 된 로고의 기하학적 특징과 맞는 콘셉트를 찾으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로고의 균일한 두께가 직사각형 텍스트 배경과 잘 어울리는 걸 깨달았다. 이 모티프를 제목, 버튼, 해시태그 등 UI 전반에 확장 적용하니, 기사들을 스크랩해 온 느낌도 나고 하이라이트로 강조한 것 같기도 해서 재밌더라. 웹진 분위기를 추구하는 기획과도 맞아떨어지고. 또한 온라인 지면의 접근성을 높이려 랜딩 페이지에 선정된 기사를 상하로 넓게 펼쳐 최신 콘텐츠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했다. 섬네일 제목 하단에 태그를 노출해 기사 필터링 기능도 강화했다.
― 그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작업한 기능은?
Park 기사 본문의 전개 방식이다. 기존엔 본문이 10cm 정도의 폭과 상하 1열로 배치됐는데, 폭이 넓으면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빈약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새 웹 사이트는 본문의 폭은 유지하되, 텍스트와 이미지를 좌우로 배치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여기에 맞춰 관리자 UI도 새로 만들어야 했기에 자체 개발 CMS를 구축해 온 개발자 입장에서는 가장 손이 많이 간 기능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구조가 커스텀 CMS 덕에 가능한 부분이라 뿌듯했다.
― 이제 질문의 범위를 넓혀보자. 일반적으로 개발자와 웹디자이너가 따로 존재하지만, 당신은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다. 개발자 겸 디자이너의 강점은? 당신에게 개발과 디자인은 각각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가?
Park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협력 관계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며, 간혹 입장 차이가 생길 땐 감정 소모도 동반된다. 일인 다역을 맡으면 시간이 절약될뿐더러, 힘들 때 남 탓할 여지가 없기에 비교적 쾌적하게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 단계에서 개발의 편의성과 구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개발 단계에서는 별다른 기획서 없이도 디자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 시너지가 발현되는 것 같다. 다만 학부 시절 취미로 시작한 개발이 업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었고, 디자인과 개발 모두를 전문적으로 겸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쉽게 추천할 만한 진로는 아닌 듯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계속하려면 높은 확률로 혼자서, 또는 소규모 팀을 꾸려서 일해야 하는데, 내겐 지금까지의 상황이 배수진처럼 작용한 것 같다. 개발과 디자인은 웹 사이트의 필수 요소로서 각기 다른 생각 방식을 요구한다. 개발은 견고함, 단순함, 규칙, 성능과 같은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목표를 추구한다면,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 크게 작용한다. 개발 과정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면, 디자인은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때 더욱 큰 성취감을 얻는다.
― 좋아하는 웹 사이트 혹은 롤 모델은?
Park 내가 디자인과 개발에 모두 열정적인 작업자여서 그런지, 둘 중 어느 쪽이 도구화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웹 사이트를 좋아한다. 이 모두를 자연스레 수행하는 스튜디오로는 Linked by Air(linkedbyair.net), School(schoooool.com), International Magic(intmagic.com) 등이 있다.
―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한시름 놨다. 신년 계획이 있다면?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지….
Park 독립 후 1년간 너무 물 흐르듯 살아온 것 같다. 늘 기한과 마감에 치이다 보니 그 흔한 명함 한 장 없다. 상반기에는 한두 달 일을 받지 않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지려 한다. 지금까지 해온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나타내는 개인 웹 사이트를 만들 계획이다. 명함도 만들고! 하하. 또 마음속 숙제로는 자체 제작 CMS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용성을 높이려 한다. 앞으로도 아트인컬처처럼 디자인과 개발을 함께 맡기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싶다. 마감이 늦어져도 쓴소리 없이 이해해 준 아트인컬처 식구들께 무한 감사하다.
― 새 웹 사이트에 걸맞는 멋진 옷을 만들어주어 감사하다. 편집부는 이 ‘대변신’에 맞춰 온라인 전용 콘텐츠도 기획했다. 첫째 ‘레거시’. 1999년 창간 후 24년간 기획 기사를 주제별로 모아본다. 아트씬의 어제와 오늘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무엇인지 재점검한다. 둘째 ‘서퍼’. 지금 온라인 미술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웹 기사와 전시를 선별해 링크로 연결한다. 셋째 ‘레터’. 분기마다 작가 1인이 스페셜 웹아트를 제작해 선보인다. Art가 야심 차게 내놓은 ‘웹진’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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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은 / 1993년생.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에서 디자이너 & 개발자 역임. 온라인 전시 <을지로입구 99번출구>, 건축 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 웹 사이트, 이은솔 개인전 웹 VR 등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