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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초자연의

화이트큐브서울,프랑스작가마르게리트위모개인전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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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skin>핸드블로운유리,메탈인서트,스틸15×35×15cm2024_자신의초대형대지미술<기도>를꽃의씨앗으로가정하고,죽은꽃잎이떨어지는모습을상상해형상화했다.

뾰족뾰족 심해 괴물의 이빨, 발레리나의 우아한 턴, 혹은 돌연변이 쌍둥이 백합….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의 조각은 기원전 고대 생명체 같기도, 먼 우주에서 불시착한 외계인 같기도 하다. SF 소설의 자연사 박물관에나 전시되어 있을 법한 그의 작품은 과학과 예술을 조합한 결과물이다. 최근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위모의 아시아 첫 개인전 <먼지(Dust)>(6. 7~8. 17)가 열렸다. 자연의 힘을 시각화한 신작 조각과 이와 연관된 사진, 드로잉 등을 공개했다.
1986년 프랑스 숄레에서 태어나 루아르 밸리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위모는 광활한 정원을 탐험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화가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조각을 만들고, 이상한 케이크를 굽거나 이야기를 직조하며 창의력을 무럭무럭 키워나갔다. 그렇게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위모는 파리국립응용미술공예대학(ENSAAMA)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한 다음, 에인트호번디자인아카데미에 진학했다. 하지만 신화나 미스터리에 마음이 더 이끌리던 작가에게 실용적인 디자인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1년 만에 런던 영국왕립예술대학으로 전향한 작가는 그곳에서 아티스트는 물론 댄서, 퍼포먼서,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 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생과 만나 ‘인간 존재의 근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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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tleguard>스틸,나일론,폴리우레탄폼에페인트혼합재료60×60×40cm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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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twist>스틸,동선혼합재료60×60×60cm2024

‘인디아나 존스’의 시간 여행

위모는 스스로 ‘구글 시대의 인디아나 존스’라 말한다. 그가 탐구하는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우주 저 멀리까지 범위가 아주 폭넓다. 작가는 소리, 화학, 기계, 고생물, 의학 등을 탐구하고 나름의 가상 이론을 세운 다음, 언어학자 동물학자 인류학자 사학자 엔지니어 과학자 탐험가 등의 전문가와 협력해 오랜 기간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작업으로 완성해 낸다. “내가 창조하는 세계는 실제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나는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만나면 ‘만약’이라는 조건을 더하고 하나의 시나리오로 확장한다.” 2017년 런던 테이트브리튼 개인전에서는 전시장을 영생을 실험하는 사원처럼 꾸몄다. 이집트 신을 모티프 삼은 조각상, 클레오파트라의 목소리를 상상으로 구현한 사운드작품으로 사후와 현실의 삶을 맞댔다. 2019년에는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전에 참여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High Tide>(2019)를 공개했다. 창백한 해양 포유류 일동이 군무를 추는 황홀한 ‘제례 의식’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기후 변화와 동물 멸종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추적하고, ‘만약 지구 온난화로 포유류가 영적 감정을 느낀다면?’이라는 가설로 몽환적인 세계를 펼쳐냈다. 위모의 명성이 더욱 높아진 기점은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작가는 ‘초현실주의’를 테마로 삼은 이 전시에 초자연적인 ‘생체 모형 조각’을 출품했다. 인체의 화학 물질로 카펫을 염색하고,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 조각상을 동시대 버전으로 번안했으며, 선사시대 동물의 울음소리를 본뜬 사운드를 흘려보냈다. 사운드는 위모의 작업을 더욱 기묘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작가는 조각에 투명한 산소관을 연결하거나 음향 장비를 세밀하게 부착한다. 은은하면서도 위엄 있게 흘러나오는 소리는 마치 이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매끈하게 마감된 인공적인 백색 조형물은 차갑게 식은 박제를 보는 듯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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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위모/1986년숄레출생.파리라파예트앙티시파시옹(2021),파리주드폼국립미술관(2020),볼차노무세이온미술관(2019),뉴욕뉴뮤지엄(2018),런던테이트브리튼(2017),취리히하우스컨스트럭티브(2017),파리팔레드도쿄(2016)등에서개인전개최.베니스비엔날레(2022),이스탄불비엔날레(2019)국제전참여.런던에서거주활동중.

지난해 위모는 미국 콜로라도 산 루이스 계곡에 대규모 대지미술 <기도(Orisons)>를 공개해 또 한 번 화제로 떠올랐다. 총면적 약 20만 평에 달하는 이 작품은 여성 작가가 단독으로 만든 대지미술 중에서도 초대형 규모로 손꼽힌다. 광활한 벌판과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 땅의 역사, 생명과 비생명의 상호 관계를 은유하는 84개의 조각을 현장에 설치했다. 물도, 전기도 없는 이곳에서 조각은 오직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묘한 춤사위를 펄친다.

이번 화이트큐브 개인전은 이 <기도>의 연장선에 있는 소형 조각과 드로잉, 그리고 대지미술의 현장을 포착한 사진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명 <먼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티끌에 불과하지만, 그 먼지 안에는 각자의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결국 먼지와 우주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암시한다. 그동안 위모를 대표하는 작업은 공간을 압도하는 초대형 조각이었던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보다 더 섬세하고 연약한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죽은 피부’, ‘새의 소멸’, ‘지구 이민의 수호신’ 등 조각의 신비로운 형상만큼이나 제목 또한 시적이다. “신화는 항상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조각은 홀렌슈타인의 사자와 비너스상이다. 이는 인간이 예술을 창조하는 이유가 결국 영적인 힘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자연의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 그리고 결국 숭고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

위모는 올해 9월 니콜라 부리오가 기획하는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한다. 전통 판소리에 팝을 결합하는 밴드 ‘이날치’의 멤버 권송희와 협업해 사운드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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