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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도발,세상을뒤집다!

대림미술관,아티스트그룹미스치프한국전시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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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그룹미스치프.왼쪽부터가브리엘웨일리,스테픈테트롤트,케빈위즈너,루카스벤텔.

현대미술사에는 악동의 계보가 있다. 변기를 작품이라 주장하던 뒤샹부터 벽에 붙인 바나나를 전시한 마우리치오 카텔란까지. 그럼 2020년대를 대표하는 뉴 페이스 악동은?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스치프’다. 미스치프가 대림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 <Nothing is Sacred>(2023. 11. 10~3. 31)를 열고 인터랙티브 게임, 의류,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작품 100점을 총망라했다. 문화면과 사회면을 번갈아 장식하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미스치프는 브루클린 기반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2019년 CEO 가브리엘 웨일리, 공동 CCO 케빈 위즈너와 루카스 벤텔 3인이 주축이 되어 콜렉티브를 결성했다. 현재는 디자이너, 개발자, 행정직을 비롯해 약 30명의 팀원이 함께하는 사실상 ‘아트비즈니스 기업체’로 성장했다. 이들은 격주에 한 번 그룹의 웹 사이트에 한정판 신제품을 ‘드롭’하고 초고가 완판 행진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악동으로 급부상했다.

미스치프의 그룹명은 ‘장난짓(mischief)’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오브제와 시스템을 ‘창작 아이템’ 삼아 이름처럼 스케일 큰 장난을 벌이고 세상을 도발한다. 그룹은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장난으로 현대 사회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들춘다. 특히 이들의 타깃은 종교, 예술,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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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nShoes>(2021)

이세상에 성역은 없다

미스치프의 첫 표적은 종교, 그것을 쏠 총알은 바로 ‘운동화’였다. 운동화는 이 시대 ‘무분별한 컬래버’가 이뤄지는 대표 상품이다. 여기에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단어까지 붙이면 재판매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이 그룹의 눈에 들었다. “패션은 오늘날 정치와 경제 전반의 문제점을 가장 잘 반영하는 분야다. 누구든지 값비싼 컬래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우린 예수와 컬래버하겠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작이 바로 <예수 신발>(2019). 나이키의 ‘에어맥스 97’을 작품으로 패러디한 <예수 신발>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요르단의 성수를 운동화 밑창인 에어솔에 채워 완성했다. 이때 종교적 성물을 상품화한 게 ‘신성 모독’이라며 큰 논란을 빚었다. 사실상 시중에 거래되는 성수를 구입해 제작했으니 여느 미술재료와 다를 바 없는 대량 생산품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저 ‘나이키×성수’라는 조합만 보고 반대한 것이다.

미스치프는 곧이어 <사탄 신발>(2021)을 발표했다. 이번엔 에어솔에 진짜 사람 피를 한 방울 넣어 또 논란이 됐다. 감히 ‘숭고한’ 인간의 피를 상업적으로 도구화한 시도가 문제였다. 그러나 무법자 미스치프는 한술 더 떠 유명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한 화보까지 당당히 공개해 화력은 정점을 찍었다. 미스치프는 성과 속을 규정하는 관습을 반문한다. 금기는 누가 규정하는가? 성수와 피는 절대 건드려선 안될 거룩한 영역이고, 상품은 천한가? 두 번의 스캔들은 종교와 인권의 개념을 숙고하게 만들며 일단락됐다. 한편 미스치프는 두 신발 모두 나이키와 협의 없이 출시한 게 문제가 되어 현재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두 신발과 나이키와의 소송 진행 상황을 정리한 서류를 함께 선보였다. 논란까지 그대로 작품화하는 미스치프식 삼위일체다.

이들의 풍자는 예술프로젝트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룹은 예술품의 가치 형성에 드러나는 인간의 허영심을 정조준한다. <Severed Spots>(2022)는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 한 점을 구매하고 이를 108개의 조각으로 나눠 재판매한 프로젝트다. 최초 허스트 작품 매입가의 7배를 벌어들이며, <Severed Spots>는 원작보다 비싼 작품이 됐다. 또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2021)은 앤디 워홀의 원작 <요정>(1954)을 구매하고 999개의 위조품을 만든 뒤 원본과 사본을 뒤섞어 총 1,000개의 작품으로 판매한 프로젝트다. 케빈 위즈너는 “예술의 가치는 대체로 얼마큼 주목 받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예술작품의 원본성 개념에 ‘예술적으로’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미스치프는 게임을 통해 ‘골 때리는’ 사회 실험에 나섰다. 보통 게임의 소재로 다루지 않는 사회, 경제, 정치, 투자 이슈를 주제로 참여형 경쟁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일종의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젝트 <카드 V 카드>(2020). 계좌 하나에 연결된 체크 카드를 5,000장 만들고, 매주 한 번 통장 잔고를 채웠다. 카드를 취득한 사람들은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는 통장 잔고를 두고 경쟁했다. 이 게임은 공동으로 소유한 한정 재산에 다 같이 달려들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드러낸 실험이었다. 미스치프는 한정된 돈 앞에서 벌어지는 교묘한 전략 싸움과 욕망, 투기, 보상, 강박을 들춰 개인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사회 시스템의 이면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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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Boots>(2023)

미스치프가 소비 자본주의의 폐단을 비판할 때 고수하는 원칙은 이렇다. 돈을 지불해 유명세를 사고, 유명세를 더 비싼 값에 팔아 끝없이 부와 명예를 쓸어 담는다. 그룹은 ‘돈이 돈을 낳는’ 노이즈 마케팅에 대성공을 거두며 화제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미스치프가 비판해 온 과잉 소비 현상을 정확히 반영한다. 현실을 모방해 문제점을 일깨우는 ‘거울 치료’ 전략이다. 루카스 벤텔은 “농담으로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는 영역을 자꾸 자극해야 한다. 종교, 대기업, 브랜드 같은 영역이 특히 그렇다.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시스템을 건드려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난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도발. 여기에 시스템의 허를 찌르는 미스치프의 예술철학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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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치프개인전<NothingisSacred>전경2024대림미술관

[만료]오운(2024.03.04~03.18)
[만료]화랑미술제(2024.03.04~4.18)
[만료]BAMA(2024.03.04~4.18)
세화미술관(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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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라이스(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