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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함께춤을

송은,나탈리뒤버그&한스버그듀오전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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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뒤버그(오른쪽)&한스버그(왼쪽)/1978년생.리옹현대미술관(2023),루체른미술관(2022),리슨갤러리상하이(2022)등에서전시개최.피노파스칼리상(2012),베니스비엔날레은사자상(2009)수상.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는 스웨덴 출신의 동갑내기 아티스트다. 2004년부터 듀오로 활동하며 조각 영상 애니메이션 사운드 설치 등의 작업을 공동 발표해 왔다. 한 작품에서 두 작가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대개 나탈리 뒤버그는 스토리 구성, 드로잉과 입체물 제작, 영상 촬영 등 시각적 요소를 맡고 한스 버그는 사운드 작곡 등의 청각적 요소를 담당한다. 송은에서 두 작가의 전시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5. 17~7. 13)가 열렸다. 대표작과 신작을 아울러 11점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송은의 건축적 특성에 영감을 받아 ‘미스터리 지하 동굴로의 여정’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1층에서 관람을 시작해 2층, 3층으로 올라갔다가 지하 2층에서 끝나는 동선을 십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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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뒤버그&한스버그<BeneaththeCultivatedGrounds,SecretsAwait>전전경2024송은

잔혹 동화, 인간 본성을 들추다

전시는 층마다 다른 성격의 작품으로 구성돼 듀오의 작품 세계를 훑는다. 네 챕터로 이뤄진 옴니버스 소설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 과정을 따라가자면 이렇다. 먼저, 전시는 대표작 <How to Slay a Demon>(2019)으로 ‘금기’의 영역을 건드리는 듀오의 작업관과 ‘스톱 모션’이라는 제작 기법을 소개하며 인트로를 연다. 이 영상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1인칭 시점을 고수한다. 바닥에 누워있는 여성은 억지로 성관계를 요구하듯 몸을 마구 만지려 드는 기이한 대상의 손길을 전력으로 방어하면서도 뿌리치지 않는다. 이는 충동과 갈망, 사랑과 폭력, 쾌감과 고통의 양가감정을 탐구한 작업이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극적이어서 끊어낼 수 없는 ‘관계 중독’을 다뤘다. 한스 버그의 최면적인 테크노 사운드가 작업의 수위를 높인다. 또한 영상은 나탈리 뒤버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클레이 피규어로 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작가는 점토로 인물상을 빚고 이를 아주 미세하게 움직여 가며 촬영, 수만 컷을 이어 붙여 하나의 영상으로 제작한다. 디지털, 3D 가공이 없는 ‘아날로그 작업’이다. “나에게 프로그래밍으로 짠 영상은 예술이 아니라 ‘관념’에 불과하다. 손으로 만지며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2층에는 50여 개의 조각으로 이뤄진 <The Enchanted Garden>(2024) 시리즈가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 덤불 사이에 새와 새장이 놓인 풍경을 연출했다. 아름다운 정원을 표방하지만, 실상 개별 조각은 천 석고 클레이 레진 나무 등 날것의 재료가 그대로 드러나 조악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미술관의
통유리로 쏟아지는 햇살은 이것들의 민낯을 더욱 추하게 드러낸다. 그야말로 ‘대낮의 악몽’이다. “원래 우리는 전시 공간을 어둡게 구성하고 핀 조명을 비춰 조각의 거친 마티에르를 극적으로 내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연광이 풍부한 전시실 자체를 활용해 괴이한 인공성을 강조했다. 빛과 어둠, 미와 추는 서로가 있어야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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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뒤버그&한스버그<BeneaththeCultivatedGrounds,SecretsAwait>전전경2024송은

3층으로 걸음을 옮기면 분위기는 반전된다. 전시실 전체가 암흑에 잠겨있다. 이곳의 대형 스크린에는 듀오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3부작 <Dark Side of the Moon>(2017), <Howling at the Moon>(2022), <A Pancake Moon>(2022)이 상영되고 있다. 모두 ‘달’이 주인공이다. 의인화한 달이 깊은 숲속을 배회하며 집, 늑대, 돼지 등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에 개입하고, 유혹에 넘어간다. 마치 이솝우화의 한 장면처럼 귀여운 점토 캐릭터들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그 내용은 사뭇 심오하다. 욕망과 한 끗 차이인 호기심, 이타심의 이면인 이기심 등 제도와 규범에 가로막힌 인간 본성을 ‘한밤의 농담’처럼 폭로한다.
마지막으로 지하 2층 전시실에는 ‘땅속의 우주’가 열려있다. 송은의 지하 공간에 대형 달 조각 <The Silent Observer>(2024)가 밧줄에 무겁게 매달려 있고, 황금 비버 조각 <Possibilities Untouched by the Mind>(2024) 시리즈가 바닥에 놓여있다. 황금 비버 조각은 자연에 경이로움을 표하듯 하나같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달을 향해 멍하게 서있다. 이 신작은 그간 듀오의 작업과 상당히 다르다. 블랙 코미디, 그로테스크, 의인화 등의 기존 주제에서 훌쩍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자연물 그대로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양식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이에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는 부모가 되는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며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이 더 길러졌다. 나는 더 마음 아플 일도, 더 환상적인 일도 느낄 수 있다. 우리 내면은 마냥 잔혹하지만은 않다.” 듀오는 계속해서 소설의 새 장을 쓰고 있다. 이제, 이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데서 한발 나아가, 희망이 ‘중력’이 되는 신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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