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역학, 난장의 회화

<땅에 떨어진 붉은색> 캔버스에 유채 45.5×45.5cm 2025 EM갤러리 제공
<졸인 맘> 캔버스에 유채 116.8×91cm 2024 오에이오에이갤러리 제공

장승근은 이해와 오해를 오가는 관계의 역학을 회화로 번역한다. 타인과 소통하며 느낀 차이의 감각, 갈등과 조율의 경험을 구상과 추상이 뒤섞인 화면으로 형상화해 왔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화두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2020년도 전후의 초기작에서 작가는 웹에서 수집한 사진을 매끈한 표면으로 옮기며 이미지의 가속성과 소비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나 세계를 성급히 진단하려는 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회의를 느낀 그는 이내 자신이 발 딛고 선 일상으로 눈길을 돌렸다. <론도>(온수공간 2023)전이 그 전환점이었다. 책, 화분, 빨래 건조대 등 사물의 인상과 주변인의 특정 순간을 생생한 붓질로 옮기며 사소한 장면을 끌어올렸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캔버스에 유채 218.2×290.9cm 2025 OCI미술관 제공, 사진: 양이언

최근 작가는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8. 20~10. 8 OCI미술관)에서 ‘개체’에 머물던 시선을 ‘관계’의 맥락으로 확장했다. 서울로 거처를 옮기고 집과 작업실을 합치며 겪은 긴장감, 교류가 단절되며 찾아온 위축이 동력이 됐다. 사방에 적재된 캔버스, 어지럽게 놓인 붓과 물감, 연인의 모습에서 관계의 역동성을 발견하고 화면에 중첩했다. 배경과 대상의 레이어는 복잡해지고, 윤곽선은 모호하게 어긋난다. 그간 즐겨 쓰던 빠르고 자유로운 필치 대신,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 둔중한 획과 형상을 가로지르는 점선으로 관계에 잠재된 불화를 드러냈다. 이 위태로움은 회화 바깥으로도 번진다. 그림은 허공에 매달리고, 공간 한가운데서 감춰졌던 뒷면을 내보인다. 캔버스로 불완전한 관계와 작업의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어긋남과 취약함. 이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눈 돌리지 않고 이들을 끌어안는다. “명백한 사랑”이다. 결국 장승근에게 회화는 타인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태도다.

장승근 / 1995년 양구 출생. 중앙대 서양화 전공 학사 및 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부 석사 졸업. 에브리데이몬데이(2025), 온수공간(2023)에서 개인전 개최. <디–스탠스>(라흰갤러리 2026), <하루가 사라진 봄>(일본 아트갤러리아울 2026), <그런대로 그럭저럭 즐거운 그림들> (오에이오에이갤러리 2025) 등의 단체전 참여. OCI영크리에이티브(2026) 수상.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 중. 사진: 황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