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태고와 미래를 포개다

<편자모양의 어떤 것> 황동, 나무 50×90×70cm 2023 사진: 박경호

인간이 사라진 먼 미래, 오묘초는 그곳에 도래할 새로운 생명을 빚는다. 식물과 바다 생물의 생태를 좇는 생물학적 탐구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사변적 서사를 구성하고, 이를 조각으로 형상화해 왔다. 여러 차례 환경이 뒤바뀌는 동안에도 살아남은 심해 생물, 시각 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물체의 외형을 복제하는 식물 등 인간의 감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존재들이 출발점이다. 태고의 흔적과 현재의 물성,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한데 포개 조각적 4차원을 펼친다.

프리즈 서울 2026 솔로 부스 <시스카티아> 전경 2026 파운드리서울

작가는 최근 프리즈 서울 ‘포커스’ 섹션에서 솔로 부스 <시스카티아>전을 공개했다. 시스카티아는 페루 아마존 야과 부족 언어로 ‘생명력을 지닌 존재’. 위계도 질서도 없이 식물과 동물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아르카디아를 몰입형 전시로 소환했다. 그리고 이 돌봄은 새로운 생명들의 존재 방식인 동시에, 오묘초의 조각 원리다. 작가에게 나무, 유리, 알루미늄 등 재료를 다루는 일은 공정이기 이전에 교감이다. 재료는 힘으로 밀어붙이면 손을 베고, 어르고 달랠 때 비로소 제 살을 내어준다. “모든 생명에 고유의 온도가 있듯, 사물도 조각도 지금은 온도가 낮아 잠시 얼어붙어 있을 뿐이다.” 언젠가 제 온도를 되찾으면 다시 흐르게 될,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의미다. 이번 신작에선 처음으로 브론즈가 전면에 나섰다. 소성과 산화를 오가며 스스로 색과 질감을 바꾸는 예측 불가능성을 조각의 생명력으로 승화시켰다. 인간 이후를 말한다고 해서 그의 조각이 비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룡이 그러했듯 한 종의 소멸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단, 인간 이후의 시간 앞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오늘’의 가치를 깨닫는다. 오묘초가 미래에서 건져 올리려는 것은 결국,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실존의 무게다.

<배럴아이> 유리, 레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서지컬 체인 130×110×130cm 2022 세화미술관 제공
오묘초 / 1984년 서울 출생. 골드스미스대 순수미술 학사 졸업. 부암아트(2024), 수림큐브(2023),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1), 엔에이갤러리(2019)에서 개인전 개최. <Balance in Motion >(P21 2026), <Amour Antique>(홍콩 PODIUM 2026), <집(ZIP)>(아르코미술관 2024), <프리즈 필름> (인사미술공간 2023) 등의 단체전 참여. 수림미술상(2020) 수상.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 중. Photo Woojeon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