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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현실뒤집기

아트스페이스신사옥,옥정호5년만의개인전

2023/11/17

<Moving Day_No.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16.5×350cm 2023

<MovingDay_No.1>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116.5×350cm2023

옥정호는 동시대의 민감한 이슈를 블랙 유머로 비튼다. 국가 폭력에 희생된 노동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사진, 영상, 퍼포먼스에 소환해 ‘웃픈’ 부조리극을 펼친다. 그가 최근 개인전 <메이데이>(10. 4~11. 3 아트스페이스신사옥)를 열고 신작 11점을 공개했다. 노동절 분신 사건에 착안한 작업부터 명작 패러디까지 오늘날 한국 정치상을 투영한 사진 연작을 선보였다. / 이현 부편집장

—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개인전이다. 오랜만에 전시를 준비한 계기는?

Oak 나는 사회의 콘텍스트를 내 언어로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남들은 내 작업이 순발력 있다고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이번 전시는 정권이 바뀌고부터, 그러니까 뭔가 세상이 좀 달라졌다고 느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구상했다.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다 강자를 보여주면서 약자가 드러나는 방법을 새롭게 모색했다.

— 이번 전시에 4개의 신작 시리즈를 선보였다. 비계와 필라테스를 결합한 <May Day>, 압수 수색을 상징하는 파란 박스의 <Moving Day>, 그리고 마네의 명작을 패러디한 <피리 부는 소년>과 <투우사의 죽음>이다.

Oak <May Day>는 올해 노동절의 분신 사건에서 출발했다. 공사장의 비계는 노동자를 상징하는데, 그와 어울리지 않게 이곳에서 필라테스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우리가 필라테스인 줄 아니까 퍼포머의 몸짓이 아름답지, 사실상 새우처럼 꺾인 몸이 기괴하지 않는가? 두 상반된 요소를 뒤섞어 관객이 작품을 상상하는 ‘틈’을 내고 싶었다. 이전까지 내 작업은 블랙 코미디로서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호였다. 그런데 2011년 <요가 프로젝트> 이후 처음으로 관객이 내 사진을 감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작가와 작업이 딱 붙어있으면 관객이 리딩하는 데 그치지만, 틈을 만들면 그 사이로 ‘감격’이 들어오더라.

<Moving Day_No.3> 150×150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3

<MovingDay_No.3>150×150cm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2023

투우사의 죽음(왼쪽), 투우사의 죽음_1(오른쪽)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각 85×150cm 2023

투우사의죽음(왼쪽),투우사의죽음_1(오른쪽)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85×150cm2023

— 갯벌에서 정장 입고 수련 자세를 취한 <요가 프로젝트>는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이다. 늘 작가 자신을 모델로 삼다가 이번 신작에서는 처음으로 모델을 섭외했는데.

Oak 인체를 좀 더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었다. 보통 노동자를 재현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프로파간다 미술에서는 우람한 근육질 체격으로, 현대 사회의 약자로 표현될 때는 깡마르고 고된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 투박한 재연을 넘어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갓 노동을 마치고 상쾌하게 샤워한 모습이라면? 그래서 필라테스를 소재로 삼았다. 비계에 걸려있는 신체에는 아름다움과 고통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진짜 노동자의 삶이다.

21세기 한국의 ‘프릭 쇼’

— <May Day>와 다른 세 시리즈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Oak <Moving Day>가 압수 수색을 풍자하고 강자와 약자의 구도를 드러낸다면, <피리 부는 소년>과 <투우사의 죽음>은 <May Day>와 <Moving Day>를 잇는 역할이다. <피리 부는 소년>에는 피리 대신 리코더, <투우사의 죽음>에는 오리발이 소품으로 쓰였다. 두 사물은 같은 의미를 지닌다. 피리 부는 제스처로는 리코더 소리를 낼 수 없고, 물 한 방울 없는 육지에서 오리발은 보행에 방해가 될 뿐이다. 모두 지금 내가 느끼는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한편으론 여러 모델이 등장해 각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Moving Day>가 산문 같다면, <피리 부는 소년>과 <투우사의 죽음>은 운문처럼 느껴졌다.

<May Day_No.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50×210cm 2023

<MayDay_No.1>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150×210cm2023

<May Day_No.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50×150cm 2023

<MayDay_No.2>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150×150cm2023

— 쫄쫄이 옷을 입고 리코더 불고, 오리발 신은 채 쓰러져 있고, 압수 수색 박스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껍데기만 보면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연출 사진이지만, 그 알맹이는 절대 가볍지 않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심연에 층층이 쌓여있다.

Oak 20세기 미국에서 ‘프릭 쇼’가 유행했다. 기형 신체를 지닌 사람을 괴물처럼 전시해 극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인권 문제로 프릭 쇼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계속해서 재미를 위해 또 다른 프릭을 만들어내고 있다. 예능에서 ‘빌런’이 탄생하는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는 결국 대상화의 문제이다. 노동자를 떠올렸을 때 우리가 쉽게 그리는 이미지가 있다. 땀을 흘리는 모습이라거나…. 그래서 이런 고정 관념을 뛰어넘은 노동자를 보여주려 했다.

— 작가는 이번 개인전이 열린 아트스페이스신사옥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2022년에 개관해 올해로 2년 차 공간 운영자이다. 작업과 공간의 관계는?

Oak 내게 작업과 공간은 같은 개념이다. 특히 이곳에서 매년 ‘경력 단절’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데, 공간으로 무언갈 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경력 단절이 능력 없음으로 치부될까 걱정했지만 이들의 전시가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보람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내년 4월에 열릴 경력 단절 작가 전시에도 많은 관심 바란다.

— 활동 20년 차 작가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Oak 과거에는 예술이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효율적인 도구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예술의 도구가 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어떤 태도로 작업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뭐랄까, 아직까지 헛발질할 때도 많지만 작업을 다루는 방법이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꿈이 있다면, 실수나 우연으로라도 내 능력을 뛰어넘는 작업 딱 하나만 해보고 싶다.

<메이데이>전 전경 2023 아트스페이스신사옥

<메이데이>전전경2023아트스페이스신사옥

<피리 부는 소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61cm 2023 옥정호는 한국 사회의 일면을 위트 있게 꼬집는다. 권력과 시스템에 억눌린 개인으로 분해 연출 사진을 제작해 왔다. 2004년 『아트인컬처』 신진 작가 공모 ‘New Face’ 선정 작가

<피리부는소년>아카이벌피그먼트프린트100×61cm2023 옥정호는한국사회의일면을위트있게꼬집는다.권력과시스템에억눌린개인으로분해연출사진을제작해왔다.2004년『아트인컬처』신진작가공모‘NewFace’선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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