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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속가능한’

PKM갤러리,올라퍼엘리아슨5년만의한국개인전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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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플레어바라보기>도금색채유리(무지개스펙트럼),투명컬러유리(노랑,보라),보드,알루미늄188×246×3.5cm2022

국제적인 ‘스타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인 그는 북유럽의 신비한 자연 현상을 모티프로 스펙터클한 설치작업을 제작해 왔다. 5년 만의 국내 개인전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6. 15~7. 30 PKM갤러리)가 열렸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색채’다. 기준 혹은 진실로 여겨지는 인간의 시지각 체계에 틈을 내고, 보이지 않던 빛의 ‘사각지대’로 안내한다. 엘리아슨에게 팬데믹 시기의 근황과 그의 유토피아니즘을 물었다.

모든 관객이 협업자

Art 전시 주제가 ‘사각지대’다. 보지 못하거나, 볼 수 없는 것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선 ‘색채’를 매개로 사각지대라는 이야기를 풀었다. 색채를 탐구하는 이유는?

OE 색은 2000년대부터 실험해 온 주제다. 우리는 색채가 얼마나 주관적인지 모른 채 살고 있다. 사실 사물의 색은 고유한 게 아니라, 인간이 뇌와 눈으로 인식하는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생명체가 색을 인지하는 방법까지 연구하게 됐다. 가령 인간은 세 타입의 광수용체를 지녔지만 새의 눈에는 다섯 개가 있다. 새는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색을 보고 있을 거다. 우리가 새들의 시계(視界)를 상상하는 건 2차원에 사는 누군가가 우주를 상상하는 일만큼 어렵다.

Art 은은한 컬러의 수채화가 눈에 띈다. ‘색의 상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리즈이기도 하다. 색깔 선택, 농담 조절, 도형 구성 등 섬세한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OE 수채화작업은 물감을 얇게 한겹 한겹 칠해 만든다. 색을 섞으면 중간 그레이 톤이 스며 나온다. 수채화에서 흰색을 내고 싶으면, 유화나 아크릴처럼 흰색 물감을 바르는 게 아니라 아무 색도 칠하지 않아야 한다. 수채화는 레이어링을 반복해 여러 색을 만들 수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Art 계절 변화를 포착해 섬세한 색채로 변환하는 과정을 보면서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성장 환경이 궁금해졌다.

OE 아이슬란드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긴긴 여름날을 떠올리곤 한다. 밤에도 밖이 환했다. 나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경유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예컨대 내 경험을 되새기도록 하는 사람과 하이킹을 떠날 때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예술작품은 일반적으로 의식할 수 없던 걸 새로운 관점에서 ‘보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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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향하는궤도의실제>부분도금유리구슬,스테인리스스틸,페인트(검정,하양)113×172×20cm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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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폴리아모리영역>유리(노랑,파랑),효과필터유리(초록),스테인리스스틸,페인트(검정),LED조명,알루미늄120×120×120cm2022

Art 이번 전시엔 특별히 도록, 스튜디오 매거진, 아티스트 북 등 주요 출판물을 함께 전시했는데.

OE 내게 출판물은 중요한 매개체다. 작업에서 책이 가진 의미를 보여주려 여러 도록을 직접 선별해 갤러리로 운송했다. 딱 한 권만 남은 것도 있다. 나는 디자이너와 의논해 전시에서 무언갈 ‘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을 새롭게 표현한다.

Art 당신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수공예 장인, 건축가, 테크니션, 아키비스트, 법률가 등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한다. 100여 명이 모인 다학제적 스튜디오다. 어떤 시너지를 느끼는가?

OE 모든 걸 혼자서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고 1995년 베를린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런 조직의 예시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서 적합한 모델을 직접 개발해야 했다. 우선 나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았고, 우리는 함께 작업과 프로젝트를 진일보시켰다. 스튜디오 팀은 작업의 흐름을 최상으로 관리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우고 적응한다. 그렇게 스튜디오는 유기적으로 성장했다. 협업은 자기 자신의 사각지대를 검토하는 좋은 방법이다.

Art 당신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정교한 유토피아’가 떠오른다. 아름답지만 만질 수 없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OE 나는 스칸디나비아인으로서, 공동체와 협력의 신념을 가지고 자라왔다.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누구나 토론하고, 의논하고, 협상하는 의회가 존재하는 모든 곳이다. 이 아이디어는 예술활동에서 중요하다. 나는 관객과의 공동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니깐. 전시장을 거닐며 작품을 접하는 모든 관객이 ‘협업자’다.

Art 지난 2년간 그야말로 ‘위기의 시대’였다. 특히 기후, 식량의 위기가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다. 당신이 경고해 오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OE 나는 의외로 낙관주의자인데, 함께 작업하면서 현실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정도에 중점을 둔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와 엄청난 고통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잘못된 일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최근 전 세계 수천 명의 어린이가 참여한 애플리케이션 작품 <Earth Speakr>를 제작했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이들의 말을 수집했다. 아이들의 진심과 배려가 담긴 이야기를 살펴볼 때면, 나는 희망을 그리며 무척 고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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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최근의 관심사는?

OE 몇 년간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 생물학자·페미니스트·이론가 도나 해러웨이, 지리학자 캐스린 유소프, 미술사가 T. J. 데모스, 철학자 티모시 모턴 등 인류세와 인간 이외의 존재를 다루는 사상가에게 흥미를 느꼈다. 이들의 논고는 전시에 많은 영감을 줬다. 2021년엔 스위스 바이엘러재단의 <Life>전에서 미술관 파사드를 열어 주변 연못이 전시장 안으로 흘러들게 했다. 그곳의 원래 주인이던 동식물이 온전히 지내도록.

Art 앞으로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향후 계획을 귀띔해 달라.

OE 최근 오랜 협력자인 세바스찬 베만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건축사 ‘스튜디오아더스페이스’에서 파리의 고층 건물 꼭대기에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장소 특정적 작업 <The Seeing City>를 완공했다. 거울 천장과 만화경을 설치해 파리의 경치를 지붕 내부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열릴 두 개의 대규모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렌체의 팔라조스트로치와 토리노의 카스텔로디리볼리에서 가을에 개최될 예정이고, 역사적인 건물의 건축술과 조응하는 전시다.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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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엘리아슨/1967년코펜하겐출생.덴마크왕립미술아카데미졸업.바이엘러재단(2021),구겐하임빌바오(2019),리움미술관(2016),스톡홀름현대미술관(2015),그로피우스바우(2010)등에서개인전개최.현재베를린에서작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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