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상생의 ‘공실’

기획전+아트페어 <Open Cache>, 한국 아티스트 총출동
2026 / 01 / 01
김도연 <새로이 태어난 솔개의 바다> 장지에 유채 116.8×91cm 2024_<Open Cache>전 전경_전시 기간 작품이 판매되면 자리로 남겨둔다. ‘공실’이라는 주제를 시각화하는 장치다. 에이라운지 제공

럭셔리의 상징, 청담동. 그 한복판에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의 무대가 펼쳐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제2회 공실프로젝트 <Open Cache>(2025. 12. 11~1. 3). 다음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의 미임대 공간을 일정 기간 점유하는 미술프로젝트다. 올해의 스폿은 과거 갤러리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한 채 남아있는 청담동 105-5번지 건물 1층이다. 이 전시는 PR에이전시 wh-bn의 대표이자 독립큐레이터로 활약하는 이승민이 기획했다. 전시명은 컴퓨터에서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의 임시 저장 공간 ‘캐시’에서 착안했다. ‘캐시를 열어본다’는 의미로 미공개 신작과 미완성 작업 등 ‘임시’ 상태의 다양한 작업을 아울렀다. 국내 화랑 7곳, 신진 작가 4명과 식문화 연구 스튜디오 팜폼, 디자이너 최성일, 서울리딩룸이 참여했다.

이승민은 이번 전시를 위해 기획전과 아트페어 두 형식의 장점만 쏙쏙 뽑았다. “<Open Cache>전은 특정한 주제 아래 작품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기획전의 색깔을 띠지만, 갤러리가 전시의 한 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미술장터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페어와 다르게 참여자별로 공간을 명확히 구획하지 않고, 기획에 따라 작품을 유기적으로 배치했다. ‘경쟁’보다는 ‘협업’과 ‘상생’에 무게 중심을 뒀다.”

전시에는 아트씬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핫’한 샛별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그 라인업은 갤러리2 바이오갤러리 상히읗 실린더 이아 콤플렉스 N/A. 주로 2030 영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갤러리다. 강민서 고용국 김춘미 이지수 이천국 장재민 등의 작품을 공개했다. 신진 작가로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평면작업을 탐구해 온 곽지수 김도연 김재현 도희를 초대했다. 팜폼은 현대인의 식문화와 생태의 관계를 탐구해 온 창작 스튜디오다. 이번 전시에선 디자이너 최성일과 협업해 ‘열매’의 단면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작품을 선보였다. 서울리딩룸은 동시대예술의 이론서를 바탕으로 읽기 모임, 워크숍 등을 개최하는 커뮤니티다. 공실프로젝트에 함께한 갤러리와 작가의 작업실, 사무실에 꽂혀있던 책을 모아 북트럭 <모바일 라이브러리>를 제작했다. 또한 전시장 구석과 벽 사이에 공간(空間) 개념을 탐구한 서적을 비치해,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다가도 전시 주제를 돌아볼 수 있는 ‘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