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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가OO이

큐레이팅스쿨서울,기획자인큐베이팅프로젝트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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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지아싱이기획한<터빈송풍구아래임계값>전포스터.

9월 4일 여운헌은 ‘삼청 나이트’의 행사장 중에서도 유난히 북적였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서울리딩룸의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을 찾은 발걸음도 많았지만,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큐레이팅스쿨서울(이하 CSS)이었다. CSS는 신진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현장 중심 교육 프로젝트이다. 고착된 제도권 커리큘럼이나 실제 업무와 동떨어진 학문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실천성을 함양한 큐레이터 양성을 목표로 박세진, 박재용, 이은송, 죠앤킴이 결성했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진짜’ 현실

이날 행사는 내년 1월 ‘개교’를 앞둔 CSS의 론칭을 알리는 라운드 테이블로 마련됐다. ‘OO이 될 때’를 주제로 큐레이터의 직업적 정체성을 조망했다. d/p에서 전시를 기획해 온 이민지,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사 최상호,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죠앤킴, 상하이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 차오 지아싱, 뉴욕시립대 철학과 교수 큐 리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큐레이터가 총출동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부터 커리어를 쌓아온 과정, 그간 전시를 기획하며 느꼈던 고민, 한국 미술씬의 현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중에서도 참석자의 이목을 끈 테마는 ‘먹고사는’ 문제였다. 큐레이토리얼 담론이나 아티스트와의 관계 등 전시 기획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생계의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기금에 기대지 않으면 전시 생산이 불가능한 시스템, 사재 출연까지 감당해야 하는 낮은 예산, 비정규직으로 학예사를 채용하는 비정상적인 고용 문화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국외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가 참여한 만큼 해외와 국내 환경을 비교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이른바 ‘미술계 디스카운트’가 통하지 않는 해외의 임금과 예산 구조에 ‘현타’ 섞인 탄성이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라운드 테이블을 찾은 대다수의 청중은 미술계 진출을 희망하는 기획자 지망생이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도 분위기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여기저기 쭈그려 앉거나 서서 발표를 듣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행사에 참석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왔다는 응답이 많았다.

CSS는 1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좋은 전시는 물론 좋은 미술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획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모두가 자기 일에 사로잡힌 미술계는 각개 격파 혹은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 우리의 어려움을 다음 세대가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남도 환대도 노력이 필요하다. 성토는 쉽지만, 개선의 물꼬를 트는 건 쉽지 않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을 재정립하는 큐레이터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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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4일여운헌에서열린큐레이팅스쿨서울라운드테이블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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