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Look] 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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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venir Study(Hatchery)>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3×210cm 2022
픽셀 페인팅 그림을 그리는 데 붓과 물감, 캔버스가 꼭 필요할까? ‘디지털 페인터’ 람한은 터치 패드와 전자 펜, 모니터만 있으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패션 브랜드, 연예 기획사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람한이 아트씬에 던진 첫 출사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기획전 <유령팔>(2018).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판타지 만화 분위기가 물씬 나는 <Room Type>과 <외톨이>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는 “픽셀 단위의 그림을 끝없이 파고들면 엄청나게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모니터에서 끈적이고 말랑한, 여전히 가상에 불과한 기묘한 촉각성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미술가’ 람한에겐 RGB 세계의 끈적거림과 말랑말랑함을 오프라인 전시장에 고스란히 옮겨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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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Repaint)> 라이트 패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80×80cm 2022
그의 두 번째 개인전 <Spawning Scenery>(5. 27~7. 2 휘슬)에도 그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다. 전시명을 직역하자면 ‘산란하는 풍경’. 정확히는 가상 공간에 무작위로 출몰하는 이미지의 풍경을 일컫는다. 여행 중에 ‘득템’한 기념품, 게임에서 사냥한 귀여우면서도 징그러운 몬스터들이 화산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다. 핑크색 돌고래는 라이트 패널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땀과 눈물로 얼굴이 뒤범벅된 소녀는 토악질로 꽃을 만개한다. 열쇠고리에서 영감받아 처음 도전한 3D 프린트 조각 시리즈 <Morph>는 부드러운 살갗을 꿰뚫는 피어싱의 금속성 질감을 생생히 재현했다. VR 영상 <Uninvited-Tamagotchi>는 마치 친구의 원룸 자취 집에 앉아 가상의 ‘반려 몬스터’를 쓰다듬는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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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한 / 1989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 전공. 유어마나(2017)에서 개인전 개최. <00MHz: 진동하는 경계들>(울산 문화의거리 2021), <SF 2021: 판타지 오디세이>(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1), <Ghost Shotgun>(시청각 2019), <유령팔>(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8) 등 단체전 참여.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