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지도
여든한 살에 처음 붓을 든 화가가 있다. 호주 원주민 카야딜트족 출신의 샐리 가보리(Sally Gabori, 1924~2015). 그는 2005년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 10년 동안 고향 벤팅크섬의 기억을 추상화로 옮겼다. 1948년 카야딜트족은 호주 정부의 원주민 정책으로 터전인 벤팅크섬에서 쫓겨나 모닝턴섬으로 이주했다. 가보리는 그곳에서 고향의 지형과 향수를 형상화했다. 물감에 물감을 겹치는 웻온웻(wet-on-wet) 기법으로 캔버스에서 색을 섞고, 물감을 손으로 더듬어 화면에 궤적을 남겼다. 우기와 건기에 따라 변하는 섬의 해안선을 상상하며 매번 다른 색과 형태로 그림을 그렸다. 가보리의 개인전 <A Story Place Out to Sea>(6. 4~7. 17 카르마 로스앤젤레스)가 열렸다. 벤팅크섬을 모티프로 신화와 역사를 시각화한 ‘기억의 지도’를 펼친다. 푸른 해원을 그리는 영원한 노스텔지어….
발그레 달아오른 두 볼. 무얼 찾아 푸른 해원을 이다지도 쉼 없이 자맥질해 왔을까. 더 깊이 차오르는 숨, 더 높이 떠오르는 꿈….
노을로 붉게 타는 바다가 섬을 뜨겁게 품는 시간. 그리움이 파도처럼 쓸려왔다 밀려가며 남긴 물의 발자국. 저 하늘, 새의 눈으로만 보일 이 마음.
남반구의 8월엔 눈이 내려, 저 산 하이얀 옷을 입으리. 얼음을 깨치고 움튼 강은 봄으로 앞서 달린다. 산하는 늘 자리를 지키건만, 계절은 어김없이 ‘빛의 옷’ 갈아입네.
흰 구름 아래 뭇 생명이 함께 노니는 대지여! 먹빛 들짐승과 연분홍 새, 푸른 물고기가 어우러지는 터전이여. 영원한 축제의 땅. 아르카디아….
가을. 들녘이 금빛으로 익어가는 풍요의 시간. 노을빛 가르고 한 줄기 바람에 실려온 고향 소식. 사무친 풍경이 오늘도 내 맘에 알알이 익어가네.
붉게 타는 단풍나무 아래, 어머니 품에서 소록소록 잠든 아이. 바람도 말소리를 줄이고, 가람도 발소리 죽이며 이 작은 생명을 지킨다. 충만한 대지의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