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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을산책하는…

화가빈우혁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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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우혁은 내밀한 기억을 회화로 표현한다. 작가가 살아가는 베를린의 공원을 산책하며 발견한 자연 풍광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 그림에 특정 서사를 부여하기보다 눈앞의 세계를 실재하지 않는 비현실 풍경으로 전환한다. ‘평정’과 ‘치유’의 상징적 공간으로…. 빈우혁에게 산책은 내면을 치유하는 ‘의식(ritual)’이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한 화면은 먼발치에서 바라본 자연을 자유롭게 변형하고 재해석한 결과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숲, 공원과 연못, 그 주변으로 시시각각 부서지는 햇빛, 공기의 미묘한 변화,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 등 오감이 기억하는 순간이 다채로운 색채로 다시 태어난다. 갤러리바톤에서 빈우혁 개인전 <Die Eberjagd>(1. 12~2. 17)가 열린다. 베를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슈프레강과 주변 공원의 이미지를 작가의 심상과 뒤섞은 신작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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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s(2)>리넨에유채80×95cm2023

“거의 1년여 동안 석회화 건염으로 어깨를 쓸 수 없었다.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것도 힘겨울 정도였으니, 그림 그리기는 불가능했다. 물론, 다른 팔로 그리면 된다. 오른손과 왼손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나 엉망(?)으로 그리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눈과 다리는 멀쩡해 책을 읽거나 티어가르텐 공원을 산책할 수는 있었다. 그림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지만, 공원 산책은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것은 물론 내 정신을 온건하게 유지해 주는 습관이라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에 그리게 될 그림은 그동안 사용하던 팔의 궤적이 남긴 지난 그림과는 다른 부분이 돌출될 것 같다. 학생 시절,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수업을 들은 적 있다. 그 수업은 내게 ‘잘 그린다’와 ‘못 그린다’의 개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는데, 평소와 다른 손으로 목탄, 붓, 연필을 잡고 선을 긋는 순간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문 듯 그날의 순간이 떠올랐다. 공원의 풍경을 선과 면으로 집약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형식과 시간을 사용한 점이 이번 신작의 ‘뼈대’이다. 그리고 거대한 풍경의 작은 장면을 확대하거나 조각내어 또 하나의 독립된 물성을 드러낸 것이 ‘살과 피부’가 될 듯하다.”

아트프라이스(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