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게임의 변신?
전시장에서 플레이어는 켜져 있는 게임에 불현듯 진입하고, 어느 순간 멈춘다. 작품의 감상은 본래 도중에 시작하고 끝내는 선택에 열려 있는 일이며, 이는 전시장이 게임과 같은 몰입적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합한 곳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아도르노가 말한 에세이 형식을 떠올린다. 에세이는 대상을 기원부터 설명하려 하지 않으며, 지금 여기서 문제라고 느낀 지점에서 시작해 스스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멈춘다. 이러한 파편성은 전체라는 이름의 폭력에 저항하며 대상의 구체성을 보존하는 전략이다. 전시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에 이 형식을 비추어 보면 어떨까. 애초에 자유롭게 시작하고 떠나는 감각 위에 만들어진 작품 앞에서, 도중의 멈춤은 미완의 감상이 아닌 적합한 응답이 된다.
에세이 게임이라는 용어는 게임 연구자와 창작 커뮤니티에서 느슨하게 사용되어 온 표현으로, 때로 창작자의 사적 경험이 응축된 작업을 가리킨다. 한편 연구자 스테파니 드 스말레(Stéphanie de Smale)는 게임 에세이를 매체 비평을 위한 상호작용적 형식이자 만드는 행위를 통해 사유하는 수행적 실천으로 정의한다. 작품의 가치가 플레이 순간으로만 환원되지 않고, 제작 과정 역시 경험의 핵심 국면이 되는 것이다. 나는 아티스트 듀오 룹앤테일(Loopntale)의 <Feed>(2025)에서 플레이의 파편성은 에세이 읽기를, 제작 노동은 에세이 쓰기를 촉발한다고 보고, 둘의 조응을 에세이 게임의 작동으로 설명하려 한다.
룹앤테일의 비디오작품 <Feed>는 융합예술 페스티벌 연계 전시 <Unfold X 2025>(문화역서울284 2025)에서 선보인 게임이다. 관객이 게임 조작 패드를 잡기 전부터 게임은 경기도 도심의 탄천을 무대로 떠도는 비인간 개체들에 의해 이미 펼쳐지고 있다.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그 세계에 끼어들 수 있다. 메인 화면이 조작에 반응할 때, 길쭉한 서브 모니터에는 화자가 특정되지 않는 텍스트가 흐르거나 제3의 시점으로 렌더링 된 세계가 나타나 통합적 감각을 교란한다. 규칙 또한 급작스레 갱신된다. 이전까지 조작 가능하지 않았던 오브제가 두 번째 화면에서 전면에 등장하면, 플레이어는 새로운 오브제의 조작법을 파훼해 퍼즐을 깬다. 특정 지점에서 갑자기 예고 없이 펼쳐진 미니게임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품에서 규칙은 어긋남과 함께 발견된다. 통상적인 게임이 하나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통달하는 과정을 전제한다면, <Feed>는 변화하는 맥락의 통과가 요구된다. 이는 게임 속 상황이 확률적 무작위가 아닌, 맥락의 어긋남에 의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듯 느끼게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상황적 우연(contingency)에 대응한다. 이처럼 <Feed>의 플레이는 재차 도래하는 파편적인 감각 속에서 다만 만남과 대상의 구체성을 수용하는 것, 곧 에세이 읽기를 수행한다.
그렇다면 에세이 쓰기는 어떻게 나타날까. <Feed>에서 룹앤테일의 사적인 경험은 서사로 전면화되는 대신 게임의 환경과 규칙에 기입된다. 탄천은 작가가 실제로 도시 개발 사업과 생태 연구 모두에서 소외된 비인간 개체들을 마주친 장소이자, 게임 리소스가 된 이미지를 직접 수집한 곳이다. 이 리소스를 3D 오브젝트로 전환하고 레벨을 설계하며, 디지털 객체가 단순한 환영이 되지 않도록 조정과 조율을 거듭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고된 노동이면서 동시에 무력한 분노를 해소하는 작업이다. 즉 노동은 재현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데이터화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을 작가의 사적 기록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리소스를 환경으로 빚고 객체와의 관계를 게임의 변화하는 규칙에 새겨 넣는 과정에서 <Feed>는 게임 에세이로 쓰인다.
이 쓰기의 에세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퀀스가 있다. 카메라가 전체 맵을 조망하면, GPS 지도를 잘라 넣은 듯한 평면 위에 일부만 3D 오브젝트로 재현된 탄천이 나타난다. 이는 실제 장소를 완전하게 기록하는 지도의 논리를 거스르고, 문제라 생각한 곳에서 시작해 충분하다 느끼는 곳에서 멈추는 에세이 형식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제작 노동 및 의도는 플레이어에게 투명하게 파악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작동은 플레이어와 작가 사이의 일치된 이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Feed>는 룹앤테일의 사적인 쓰기와 플레이어의 파편적 읽기가 각자의 지점에서 시간차를 두고 조응하는 에세이 게임이다. 작품이 붙잡는 구체적 진실은 탄천의 생명체만이 아닌 전시장에서 마주치는 게임의 서로 다른 구간, 플레이의 행간에 내비치는 창작 노동, 혹은 서사화되지 않은 감정 속에 놓여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형식으로서의 에세이 게임을 명명하고, 만들고, 플레이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
*이 글의 원제는 「형식으로서의 에세이 게임 - 룹앤테일의 〈Feed〉 리뷰」이다.
배경 · 룹앤테일 <Feed> 2채널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 LED 패널 가변크기 2025 © 2025. The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SFAC).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