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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거짓된진실’

갤러리바톤,벨기에작가리너스벨데개인전

2022/11/09

리너스 반 데 벨데는 ‘가상과 실재’를 탐구하는 젊은 벨기에 작가다.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 갤러리바톤에서 그의 개인전(10. 5~11. 5)이 열렸다. 2020년 같은 공간에서 개최한 한국 첫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다. 신작 오일 파스텔 드로잉과 평행 우주를 콘셉트로 제작한 비디오작품을 선보였다. 영화의 명장면을 닮은 그림, 캔버스 하단에 캡션처럼 놓인 텍스트는 우리가 이미지를 어떻게 보고, 읽고, 믿고, 이해하는지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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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slowlyIhadtoacceptthat thereisnoend.>종이에색연필29.6×36.5cm 2022

― 2년 만에 다시 만나서 반갑다. 지난 개인전에는 대형 차콜 페인팅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때보다 더 밝고 다채로워졌다.

Rinus 15년 전, 그림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나는 ‘숯’이라는 재료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색’에 더 끌리더라. 몇 년간 적절한 재료를 찾던 중 오일 파스텔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새로운 재료로 작업을 확장하는 일에 사로잡혔다. 오일 파스텔, 색연필을 사용하면서 회화의 추상성을 탐구했고, 목탄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불가능했던 길을 개척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 이번에는 작업에 색을 입히며 생긴 변화와 확장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려 했다.

텍스트, 작품에 붙은 긴 제목

― 그림에 고뇌하는 예술가, 방황하는 청년이 자주 등장한다. 과도기를 지나는 사람 특유의 멜랑콜리함이 매력적이랄까. 그런데 또 몇몇 작품은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기존 작업보다 세부 묘사를 줄이고, 거친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작업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는가?

Rinus 거의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신문, 소설, 영화, 공상, 친구와의 대화…. 내 작품에는 ‘안티 히어로’(전통적인 영웅상이 결핍된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나는 이를 남성성의 위기라고 부른다. 지난 세기의 마초를 떠올리자면, 오늘날 사회에서 이들은 설 자리를 잃은 듯하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 소설의 감성은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데 하이 컬처와 서브 컬처를 굳이 가르고 싶지는 않다. 가령 내 작업에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착안한 그림과, 심해를 탐험하는 다이버를 그린 그림에는 큰 차이가 없다.

― 당신 예술의 핵심은 ‘가상과 실재’다. 두 개념은 디지털 시대에 더 자주 논의되곤 하지만, 사실 미술사야말로 가상과 실재의 역사 아닌가. 당신은 왜 이 주제에 끌리는가?

Rinus 두 개념은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려워 흥미롭다. 피카소의 멋진 말을 인용해 보겠다. “우리는 모두 예술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술은 우리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 적어도 우리가 이해하도록 주어진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 예술가는 거짓말의 진실성을 다른 사람에게 납득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그의 말도 떠오른다. 그는 다큐멘터리가 픽션 영화 같고, 픽션 영화가 다큐멘터리 같다고 말한다. 혹은 포르투갈의 위대한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삶과 작업도 생각해 보자. 그는 일생을 거의 다락방에 머물며 여러 자아와 정체성, 다양한 이름으로 훌륭한 저서를 남겼다.

― 당신의 페인팅 트레이드마크는 ‘텍스트’다. 오직 이미지로 호소하고자 작품명까지 ‘무제’로 일관하는 이들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텍스트의 매력은 뭘까?

Rinus 내게 텍스트는 아주 중요하다. 텍스트가 없는 내 그림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작품에 붙이는 아주 긴 제목이라고도 볼 수 있고. 나는 작품명에 특별한 관심을 두는데, 내 제목이 눈에 띄길 바라는 마음에 텍스트를 써넣는다. 이미지를 프레이밍하는 동시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나만의 전략이다. 텍스트가 없다면 이미지를 해석할 여지가 방대해져 오히려 구체적인 서사를 갖기 어려울 거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머릿속에 텍스트를 구상한다. 작업의 마지막 과정에서 글을 쓰고, 텍스트가 이미지 하단에 무사히 놓이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러 간다.

― 그림에서 담배 피우는 인물이 종종 보인다. 2020년 개인전에는 세라믹으로 만든 ‘재떨이 조각’이 인상 깊었다. 애연가인가? 담배는 고독, 사색, 외로움 등의 이미지가 복잡하게 얽힌 모티프다.

Rinus 한때 심각한 애연가였으나 지금은 끊으려 노력한다. 솔직히,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다.(웃음) 나는 담배 태우는 아티스트를 그리면서 클리셰에 접근한다. 위대한 예술가는 대부분 흡연자로 묘사되었고, 이는 미술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담배를 쥔 뭉크의 자화상을 떠올려보라. 진정한 걸작이다. 또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표현하는 일도 제법 흥미롭다. 재떨이 조각은 지금도 계속 작업 중이다. 처음엔 작업실에 재떨이가 필요해 만들었는데, 세라믹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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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timebeforemyfiveyears…>종이에오일파스텔180.9×111.8cm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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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Ihavetheredpigment...>종이에오일파스텔73.1×110cm2022

― 당신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많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Rinus 현재 세 번째 영상을 제작 중이다. 네 번째는 애니메이션 버전을 만들까 한다. 조각으로 만든 생생한 애니메이션을! 그 밖에는… 너무 많은 상황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건 자연스럽게 오가는 법이니까. 다만 어떤 순간에 직감이 발현될 뿐이다.

―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지난 20년간 세계 유수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지금의 당신에게 아트란 무엇인가?

Rinus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한편으론 아주 간단하게 대답할 수도 있겠다. 프란츠 웨스트가 말했듯 ‘예술은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정한 삶의 방식이 바로 예술이다. 세상의 체계를 이해하고, 내가 하루를 잘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 이번 개인전 이후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달라.

Rinus 내년 2월, 네덜란드 바세나르의 보르린덴뮤지엄에서 중요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여 년의 작업을 총정리하는 자리다. 그림, 조각, 영상 등 모든 매체를 망라하려 한다.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스튜디오에서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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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너스벨데(RinusVandeVelde)/ 1983년루벤출생.앤트워프신트루카스앤트워프조각전공겐트HISK석사졸업.브리쉘보자르(2022),낭트페이드라루아르컬렉션(2021), 루체른미술관(2021),말라가현대미술센터(2020), 갤러리바톤(2020),벨기에팀판레르갤러리(2019), 베이징KWM아트센터(2019)등에서개인전개최. 벨기에왕립미술관,앤트워프미술관,겐트S.M.A.K. 등에서작품소장.앤트워프에서거주하며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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