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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맞서는전사들

제14회두산연강예술상미술부문유신애

2023/11/17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미술 부문 수상자로 유신애가 선정됐다. 유신애는 2013년경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다. 회화, 도자,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자본주의 사회의 허영심, 관음증, 비인간화, 성 상품화의 문제를 다뤄왔다. 최근에는 유럽의 중세 종교화를 차용해 인간의 신념과 금기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 세계와 수상 소감을 물었다. / 김해리 선임기자

―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을 축하한다. 2020년경부터 국내 활동을 시작했으니 약 4년 만의 쾌거다. 소감이 어떤가?

Yoo 특정 미술기관에서 전시한 이력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증명해 내야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나는 그에 반하는 활동을 주로 해와서 국내 기관과는 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수상 덕에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지켜내고 더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Untitled #3(Petrichor)> 종이에 아크릴릭, 수채 41.3×26.5cm 2020

<Untitled#3(Petrichor)>종이에아크릴릭,수채41.3×26.5cm2020

<Penpal(Petrichor)> 캔버스에 유채 116×81cm 2023

<Penpal(Petrichor)>캔버스에유채116×81cm2023

‘토마토 수프’의 미학

― 수상에 이르기까지 작업 세계를 살펴보자. 근자에 프리즈 서울의 실린더 부스가 인상 깊었다. 중앙 벽의 대형 작업을 보러 다가가면 부스 직원이 양 벽면의 커튼을 열어젖혀 숨어있던 소형 작품을 공개하는 식이었다. 삼면 제단화, 아치형의 셰이프트 캔버스, 히에로니무스 풍의 필치가 유럽 중세미술을 연상시킨다. 왜 하필 중세미술인가?

Yoo 중세 유럽에서 미술은 종교의 전유물이자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한 도구였다. 성서의 내용을 극적으로 묘사해 교육용 자료로 썼다. 나는 중세미술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세속적이되 숭고한 감각에 주목했다. 그래서 중세 제단화와 그 안에 괴이한 군상을 모티프로 삼았다. 소셜 미디어에 쏟아지는 매끈한 인플루언서, 카메라 필터로 범벅된 일반인보다 오히려 중세화에 여과 없이 그려진 환자, 노인, 고문당한 성인이 더 진짜 같았달까? 중세의 불완전한 원근법과 어수룩한 표현법이 위로가 될 정도로 안도감을 주었다. 숭고의 의미가 다양해진 오늘날,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념과 공상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과잉된 행복과 극도의 우울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우리 인간은 각자의 믿음을 거세당하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무언갈 끝끝내 추구하는 ‘극복의 장면’을 담고 싶었다.

― <페트리코어>에는 ‘하이브리드 전사’가 등장한다. 대중문화 요소를 결합해 기계 인간을 만들었다. 인물상에 부연 설명을 하자면?

Yoo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속박과 멍에가 감히 구속할 수 없는 압도적, 초월적 존재를 상상했다. 그 뒤에 광활한 배경은 종말이 가져다주는 해방과 안도감의 표현이다.

― 잘 알려져 있듯, 당신은 베른응용과학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하고,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해 왔다. 작업에 유럽 미술사가 녹아 나는 건 당연할 터이나, 이를 ‘한국 작가’의 상황에 맞게 변환하는 과정이 중요했을 것 같다. 실제로 과거엔 초밥 상자를 활용한 <Shadow Rift>(2016), 장승 도상이 등장하는 <자아도취적 귀신과 경계 없는 친밀함>(2016) 등을 제작해 아시아인 정체성을 고민한 듯 보였다.

Yoo 인터넷은 우리를 지역적 정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만들었다. 가상 네트워크와 미디어의 방대한 정보는 우리의 생각, 의도, 명분을 비일비재하게 희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태어난 지역과 문화, 수료한 학교 등을 빌린다면 ‘편리한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내 작업을 소화했다기보다 ‘체한 상태’에 가깝다. 언제나 “NOT Korean enough NOT Western enough”를 들으며 어디에도 끼지 못한 이 ‘웃픈’ 정체성은 어떤 재료를 넣어도 대강 맛이 나는 ‘토마토 수프’ 같다.

<올레드 아트 웨이브: 우리의 모든 물결>전 전경 2021 피치스 도원

<올레드아트웨이브:우리의모든물결>전전경2021피치스도원

<페트리코어> 싱글채널비디오 4K 11분 30초 2021

<페트리코어>싱글채널비디오4K11분30초2021

― 당신은 소셜 미디어, 디지털 기술, 자본주의, 젠더, 인종 등 여러 키워드를 작품에 드러내 왔다.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를 꼽자면?

Yoo 치명상을 입히는 거대 폭력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다소간의 폭력을 받아들이는 자본에의 예속, 어쩔 도리가 없는 것, 모호한 도덕관념, 죄책감을 일으키는 행동, 자기 착취를 선으로 여기게끔 추동하는 사회의 윤리적 압박과 경쟁, 휴식과 놀이가 죄악시되는 사회 분위기···. 내 작업의 키워드들이다. 원천으로 거슬러 가면 결국 예술가의 의미, 특권, 위치와 같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사회적 영향을 고민하는 듯하다. 수많은 굴레에 속박된 현실, 그러나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음을 자기 위안 삼는 이중적 태도가 작업 곳곳에 묻어나는 것 같다.

― 당신은 2021년부터 ‘퍽커리 시낭독 모임’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현학적 개소리와 학문적 형식을 ‘시 낭송’으로 극복해 보려는 모임이라고 소개하던데. 동료와의 협업이 당신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Yoo 퍽커리 시낭독 모임은 주기적으로 전시하지 않으면 ‘경력 단절’되는, 기관 전시에 참여하지 못하면 ‘무능 예술가’로 치부되는 성과 위주의 문화예술계에 문제의식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한다. 원래는 랩, 음악, 연극, 자작시, 의례 행위 등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했던 소소한 놀이였다. 우리가 속한 예술계는 ‘깨어있음’이라는 거창한 슬로건 아래 올바르게 행동하려 하지만 정작 예술생태계의 검열과 통제에는 익숙해져 있다. ‘오글거림’으로 치부되는 ‘낭독’을 활용해 실수와 놀이가 용납되는 장을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 거창한 사명보다는 답답한 예술계 풍토에서 숨 돌리기 위한 모임이다.

프리즈 서울 실린더 부스(2023) 전경

프리즈서울실린더부스(2023)전경

― 당신에게 미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Yoo 삶 자체이다.

유신애 프로필. 두산연강예술상은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만 40세 이하의 청년 예술인을 선정하고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지원한다. 올해 심사에는 김성은, 김지연, 문혜진이 참여했다. 팽팽한 접전 끝에 잠재력을 높이 평가 받은 유신애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신애프로필.두산연강예술상은독자적인예술세계를구축하는40세이하의청년예술인을선정하고두산갤러리에서개인전을지원한다.올해심사에는김성은,김지연,문혜진이참여했다.팽팽한접전끝에잠재력을높이평가받은유신애가수상의영예를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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