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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검열,전시장을열어라!

대구문화예술회관,청년작가전전시실폐쇄논란

2024/12/04

대구문화예술회관 주관의 <올해의 청년작가>(10. 31~12. 14)전이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김규호 박소라 안윤기 우미란 이원기 5인이 참여 예정이었던 이번 전시에서 안윤기가 전시 개최 하루 전인 10월 30일 예술회관 측으로부터 전시장 폐쇄를 통보받고, 전시 홍보물 및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삭제, 배제됐다. 문예회관의 입장문에 따르면 안 작가의 신작 <언/내추럴 스펙터클>은 개인의 초상권과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특정인의 인격 및 성적 정체성을 훼손했다. 이후 안 작가에게 할당된 4전시실은 철문으로 걸어 잠긴 채 일반 관객의 접근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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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기<언/내추럴스펙터클>4채널비디오,사운드,에어바운스혼합재료가변크기2024_홍준표대구시장과노중기대구미술관장의초상권침해,명예훼손을명목으로개막하루전시실이폐쇄됐다.

폐쇄된 전시실이 ‘보여주는’ 것

<올해의 청년작가>전은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주최로 1998년부터 개최해 온 연례전이다. 매년 공모로 작가 5명을 선발해 창작 지원금을 지급하고, 연중 개인전을 함께 연다. 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신작 제작을 위해 최근 대구 문화예술계의 이슈를 조사했다. 2023년 대구의 원로 화가 노중기(현 대구미술관장)가 대구미술관 개인전을 개최하던 중, 돌연 기존의 출품작을 철수하고 고교 동창인 정치인 홍준표의 자화상으로 교체한 사건이 있었다. 안 작가는 이 사건에서 ‘초상’이 가진 권위에 주목해 관객 참여형 설치작품 <언/내추럴 스펙터클>을 제작했다. 작품은 삼면화 형식을 취한다. 왼편에는 노중기의 초상 사진, 가운데는 노중기가 그린 홍준표의 초상화 이미지를 빔 프로젝터로 쏘고, 오른편에는 미리 녹화해 둔 작가의 셀프 영상과 관객의 얼굴이 실시간 오버랩되는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여기에 연혜원 평론가가 노중기와 홍준표의 대구미술관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그 내막을 ‘BL(Boys Love)’식으로 재구성한 짧은 픽션을 써냈다. 노중기가 ‘열정·사랑’이라는 전시 섹션에 초상화를 건 데서 퀴어적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역의 문화 이슈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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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기의<언/내추럴스펙터클>에활용된노중기대구미술관장초상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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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기의<언/내추럴스펙터클>에활용된홍준표대구시장초상화.

지금,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지점은 ‘사전 협의 여부’이다. 예술회관은 작가가 전시 준비 과정에서 노중기와 홍준표의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으며, 그의 작품 때문에 오프닝 행사를 취소하게 되어 실질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안윤기는 설치물 특성상 이미지를 미리 제공하기 어려울뿐더러, 사전에 이를 전달했다고 한들 작업에 수정 또는 철회를 요청하는 건 결국은 검열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 사건을 두고 법리적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계 주류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인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후진적 운영 방식’이라는 질타에서 빗겨 나가기 어렵다. 아티스트는 큐레이터나 기관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수족’이 아니다. 전시가 세금으로 운용됐다고 하여 사회 비판적 작업을 출품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예술회관의 행보는 관객들이 작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문화 검열이 ‘맞다’. 미술기관은 예술과 시민의 자유로운 놀이터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술기관은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예술을 재단하는 정권의 집사처럼 보인다. 비록 4전시실은 굳게 닫혔을지라도, 대구 미술계의 권력 결탁형 ‘볼거리’는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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