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각성展
AWAKENING
2012. 6. 9~9. 9 에스파스루이비통 도쿄(http://espacelouisvuittontokyo.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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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산파킬라 <별의 벽(STARWALL)> 나무, 석고 보드, 전구 936×843cm 2012
색다른 주제로 독자적인 스타일의 전시를 선보여 온 에스파스루이비통 도쿄가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테마는 바로 핀란드 미술이다. 이번 전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핀란드 출신의 작가 페카 유르하(Pekka Jylhä), 한나레나 헤이스카(Hannaleena Heiska), 새미 산파킬라(Sami Sänpäkkilä) 총 3명의 신작 7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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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카 유르하 <해골(SKULL)> 크리스탈, 스포트라이트, PVC 25×320×300cm 2012
에스파스루이비통 도쿄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브랜드 루이비통 건물의 7층에 자리하여 도시의 전경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전시가 이 장소적 이점을 활용해 왔지만 이번 전시는 예외다. 전시 공간을 둘러싼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새미 산파킬라의 <별의 벽(STARWALL)>으로 차단되어 다른 작품의 고유한 색채를 보다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페카 유르하의 <해골(SKULL)>은 그 대표적인 예다. 크리스탈과 광택이 있는 폴리염화비닐(PVC)을 주재료로 한 이 작품은 <별의 벽(STARWALL)>에 표현된 어두운 밤하늘 앞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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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레나 헤이스카 <RIDESTAR> 비디오 설치 3분 12초 2010
<해골(SKULL)>과 마주한 곳에는 한나레나 헤이스카의 비디오 작품 <RIDESTAR>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말 한 마리가 천천히 일어났다 다시 쓰러져 가는 모습을 다뤘다. 그 옆에 전시된 그의 또 다른 작품 <우리가 사는 오늘(TODAY WE LIVE)>은 <RIDESTAR>의 비현실적인 풍경과는 다르게 사실적이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에는 펑크 콘서트를 맨 앞자리에서 즐기는 관중의 격렬한 모습이 비춰지고 에릭 사티(Eric Satie)의 음악 <짐노페디(Gymnopédies)>가 은은하게 흘러 나온다. 영상 속 장면의 분위기와 모순된 잔잔한 음악의 선곡과 다큐멘터리 방식의 촬영 기법은 작가의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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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산파킬라 <THE BIG CHILL> 비디오 15분 2012
새미 산파킬라의 또 다른 비디오 작품은 건물 7층 입구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벽에도 설치되어 있다. 패션 화보에 등장할 법한 빨간 모자를 쓴 소녀, 지구, 눈이 흩날리는 산, 클로즈업된 눈동자, 불타오르는 건물 등 작품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장면이 15분 동안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는 이러한 연속된 이미지를 통해 우울 정념 희망 등을 표현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의도하지 않았으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호한 영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어 일종의 ‘사고 정지 상태’가 되게 한다.
이 전시는 그저 핀란드 출신 작가 3명의 그룹전이라고만 평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아직 아시아권에 낯선 핀란드의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서 작품에 나타난 작가들의 뚜렷한 개성과 작업의 공통점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은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자세로 세계에 대한 신비로운 인식을 일깨운다.